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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시와 공공성] 시즌1 후기2017-10-14 22: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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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본1>을 막 마치고 제가 사는 세상의 정체에 대해 어렴풋이 감을 잡은 상태로 이 세미나에 온 중생, 정아은입니다. 벌써 세월이 흘러 시즌1이 끝난 이 시점에 와 돌이켜보니, <자본>으로 확 뜨게 된 시선으로 만나기에는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세미나가 없었을 것 같네요.

 

처음에 세미나에 갔던 때 깜짝 놀랐었지요.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건축가분들이 즐비(?)하셔서 오옷, 이것은 무슨 향연이란 말인가? 했더랍니다. 저는 데이비드 하비와 르페브르의 이름이 들어간 이메일을 받아 보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냅다 세미나를 신청한 상태였거든요. 현장에서 발로 뛰는 분들을 만나 공간과 건축에 대한 진행형 지식을 얻어들을 수 있었던 저는 참 운이 좋았습니다.

 

첫 책은 제인제이콥스였지요. 작가의 쉽고 간결한 서술방식 덕분에 책에 쑤욱 들어가 도시의 공공성이라는 낯선 주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유해볼 수 있었습니다. 생활 에세이 같기도 했던 이분의 글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서려 있어서 공감이 많이 갔지요. 건축을 자본의 이익이나 권력의 효용이 아닌 인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들여다보니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오더라고요. 봄님 같은 전문가 분은 이분에게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마인드와 한계를 못마땅해하셨지만 저는 이런 분야의 저작을 처음 접해보는지라, 새로운 시선을 많이 얻어갈 수 있어 그저 좋아좋아~했답니다.^^

 

두 번째 책인 데이비드 하비. 이분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투쟁적인 마인드를 점진적으로 드높여 마지막에는 투쟁! 투쟁!으로 끝났지요. 이분을 통해 르페브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고, 마르크스 해제가 아닌 본인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흠뻑 볼 수 있어서 흥미롭고 시원했습니다. 그 다음 주자였던 제프 말파스를 읽으면서 이 첫 두 주자의 저작이 얼마나 친절하고 쉬웠던가, 하면서 처음 두 주자를 그리워하게 되었네요.

 

세 번째 책은 본디 제프 말파스의 책이었으나, 우리의 제프 님을, 우리는 결국 건너뛰기로 했지요. 그리고 네 번째 책으로 예정돼 있던 앙리 르페브르의 저작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름하여 <공간의 생산>. 제목만으로 많은 걸 이미 가리켜 보이고 있는 이분의 저작을 읽으며 우리는 감탄하기도 했다가, , 변증법 좀 그만 사용해주시지...하면서 디스 하고 싶어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고백컨대 저는 이분의 저작 <공간의 생산>이 좋았습니다. 이분이 앞에서는 이 말 했다가 뒤에 가서는 완전히 다른 말을 해도...좋았습니다. 왜 제프님 꺼랑 비슷한 난이도였는데 제프님은 노력해보지도 않고 얼른 포기하고 싶고 이분 저작은 열라 노력해서 읽어내고 싶었을까요. 이 두 분의 저작에 대해 저와는 거꾸로 된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계셔서 그 지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어떤 연유로 특정 책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는 걸까요? (설마 제가 너무 수준이 딸려서일지도...역시나...)

 

지난 시간, 신승원님의 르페브르에 대한 박사 논문 읽기를 마지막으로 시즌 1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분의 저작을 읽으며 르페브르에 대해 더 확실하게 윤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세미나에 합류할 수 있어서 참 행운이었다 싶습니다. 자본주의와 공간의 관계가 역전되어 이제는 공간이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고 있는 시대라는 자각이, 여러 면에서 저에게 유용한 지식이 되어줄 것 같아요. 이 세미나에 합류한 이후로, 일상의 많은 순간에서 자본주의에 예민하게 감응하게 됩니다. 날아다니는 오피스텔 광고 찌라시 하나도 그냥 못 지나치게 되는...뭐랄까, <자본>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뼈대를 세웠다면, 이 세미나를 통해 그에 피와 살을 입히게 됐다고 할까요. 머릿속으로 이론화했던 개념에 이제는 손을 뻗어 만지고 육체성을 느끼게 됐다고 할까요. 아무튼 하악하악, 겁나게 맛있어 하면서 참가했던 세미나였습니다. 함께 공부했던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낌없이 말씀해주시고 지식을 나눠주셔서 소생, 부우자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더불어 우리 중생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봄샘의 논문에 극미량일지라도 살과 피로 맺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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