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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일탈 읽기 세미나] <인신매매에 수반되는 문제>에 관해2018-03-28 11: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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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샘의 댓글에 대한 답과 겸하며, 첫 번째 세미나 시간에 이뤄졌던 논의에 대해 덧붙입니다. 


게일 루빈은 <인신매매에 수반되는 문제>에서 '성매매'라는 것이 '인신매매'와 뭉뚱그려지면서 그것이 어떻게 극단적 범죄로 범주화되는지, 그리고 그 '성매매' 혹은 '인신매매'에 얼마나 많은 혼외 성관계까지 묶여들어가는지, 나아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들의 연애를 위한 움직임까지도 '인신매매'로 간주되는지를 보여주면서, 결혼 바깥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섹슈얼리티에 관한 행위들이 악으로 분류되는 일련의 서사를 구체적 자료들과 함께 아주 길게 늘어놓습니다. 이런 논의 뒤에 게일은 매춘은 결혼 밖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안에서도 일어나며 결혼 자체가 곧 합법화된 매춘의 한 양태라고 말하는 골드먼의 주장을 붙입니다. 그런 주장이 가리키는 것은 '이중 규범에 대한 비판'(결혼 밖과 결혼 안의 매춘에 대해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도 하고, "매춘의 원인은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열등함에 있다."는 골드먼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며 골드먼이 주시하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을 살피려는 입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논문에서 게일 루빈이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잘 감춰진 말이 무얼까에 집중했습니다. "소녀의 삶과 본능이 꺾이고 불구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무지 때문이다."라는 골드먼의 인용구가 있었는데 저는 그것이 마치 게일 루빈이 나중에 전개하게 될 '소아성애'에 관한 담론과 연결짓기 위한 물밑작업처럼 보이기도 했거든요. 물론 이것은 단지 저의 주관적 예견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소녀들의 무지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게일 루빈이 <여성 거래>에서 취했던 입장과는 상충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성적 충동이나 본능이 억압되거나 이성애라는 단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결혼 안의 구조가 아버지 중심으로, 남성 중심으로, 남성이 가진 팔루스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지 무지 때문이거나 성 교육의 부재 때문이 아닌 것입니다.


결혼을 단순히 매춘으로 보는 관점도 문제적입니다. 그것이 이 사회나 우리의 오래된 규범이 들이대는 이중 잣대에 관한 비판이라면 실은 그 다음의 주장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이어지게 될 주장은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일 겁니다. 이중 잣대가 아닌 단일하고 동등한 잣대를 들이대었을 때, 결혼 제도나 결혼 바깥의 매춘은 모두 문제가 되거나, 아니면 그것은 모두 수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겠죠. 이 논문 안에서 게일 루빈은 이에 대해 그렇다할 입장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결혼 제도를 완전히 타파하자는 주장은 펼치지 않고 있습니다. 결혼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모순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인신매매로 묶여들어가 비난받거나 처벌되는 혼외의 수많은 성적 관계에 대한 탄압에 할애한, 논문의 절반이 넘는 페이지와 비교했을 때 이에 대한 발언의 빈약함은, 이러한 불균형은 무엇을 말하는가, 게일 안에 숨은 말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앞으로 남은 논문들을 더 읽어봐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질 테지만 루빈은 어떤 '합의'에 의한 거래나 교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았습니다.


게일 루빈은 <여성 거래>를 통해, 섹스/젠더 체계를 하나의 산물로 만드는 기반인 바로 그 역사와 사회를 우리가 우리의 정치로 열어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역사와 사회와 도덕의 기존 카르텔을 바꾸는 것이, 기존의 수많은 매춘들을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고 다른 방식으로 확장해 낼 것인지의 고민과 실천 같은 것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성 거래>를 통해 외쳤던, 섹스/젠더 체계에 관한 하나의 구호가 이렇게 안전한 방식으로 녹아들어가도 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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