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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문학이론세미나] 11월 8일 세미나 공지2021-11-04 18: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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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미나에서는 보임의 <공통의 장소>의 마지막 장 <4장: 포스트코뮤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을 읽었습니다. 

소비에트 세계의 종말을 상징하는 '바리케이드'와 '시장'에서 보임은 시뮬라크르로 변한 역사를 읽어냅니다. 


특히 이때 '글라스노스트'와 '산책'을 엮어내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구절이 흥미로웠습니다. 

"글라스노스트의 가장 놀라운 사건은 거리-삶의 귀환이었다. 식료품 줄은 더 이상 공적 의견을 말하기 위한 유일한 포럼이 아니었다. 신지학 설명서부터 섹스의 비밀, 톨스토이 전집부터 터키에서 만들어진 면 팬티에 이른느 모든 것을 전시하는 광장과 시장들, 공개적인 토론 클럽들과 키오스크(간이매점)들은 과잉적인 거리 오락을 제공한다. <...>'육류, 생선, 통조림 음식'이라는 브레즈네프 스타일의 유쾌한 간판을 지닌 글라스노스트 시기의 윈도 안에서 음식 대신 옷, 와인, 스니커즈를 팔고, 바깥에서는 기념품들과 말보로 담배를 판다. <...> 여기에는 가게 기호와 진열되는 대상들 사이의 완벽한 부조화, 더 이상 아무도 놀라게 하지 않은 부조화가 있다."(386) 


또,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시대의 많은 영화들을 소개하는데요, 이 영화들을 유튜브에서 영어자막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소련이 붕괴하고 득세한 상인/기업가들이 기존의 문화 인텔리들을 조롱하는 장면입니다. 1992년 리지나(Regina, Риджина) 갤러리에서는 두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요, 하나는 <베스티아리Bestiary>이고 다른 하나는 <투명Transparency>였습니다. 


<베스티아리>(러시아어 제목 Анималистские проекты를 직역하자면 '동물 프로젝트')의 첫 부분은 돼지를 도살하고 이 과정을 관객들에게 비디오 화면을 통해 보여주었고 이후에는 "러시아 상인들의 좋은 전통인 호화로운 연회가 뒤따랐는데 이 연회 동안 손님들(예술가들, 지식인들, 후원인들, 사업가들)은 <...> 돼지 머리 전체가 우아하게 배치된, 접시 위의 신선한 돼지 바비큐를 대접"(451-452) 받았다고 합니다.   


<투명>은 "야외에서, 화려한 돼지고기로 예술가들을 유혹하는 대신 그들로 하여금 배고픔의 시련을 겪게"(453) 했다고 합니다. 또, "예술가들에게는 토마토가 곁들어진 으깬 감자를", "사업과들과 기업인들은 호화로운 식사를 즐겼"(같은 쪽)습니다. 이처럼 러시아 문화사에서 전통적으로 천대받던 상인의 문제, 고급문화를 대표하는 인텔리겐치야로부터 경멸받던 중간계급의 문제를 포스트소비에트의 맥락에서 다시 수면 위로 가져온 것이지요.  


다양한 사례들은 참 흥미롭지만... 

문화연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전히 흐릿합니다.

(아직도 문학을 붙들고 있을 거냐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문화연구라는 것을 문학에 어떻게든 생산적으로 적용해 보고 싶은데 그것도 잘 모르겠어서, 

그리고 위의 질문도 반성적으로 살펴볼 겸, 보임이 다룬 일상의 문제를 한국 문화연구계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볼 겸  

다음 세미나에서는 다음 글들을 읽고 11월 15일부터는 리처드 호가트의 <교양의 효용>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1. Toby Miller "What it is and what it isn't: Introducing... Cultural Studies" - 발제: 이종현 님

2. 강내희 "일상의 문제와 문화연구,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주의 연구, 제 12권, 2호, 2015년), 조한혜정 "생활과학, 일상생활, 그리고 일상성: 식민지적 근대화와 '일상'을 지운 학문을 넘어서기" (대한가정학회지, 제 44권, 8호, 2008) - 발제: 이선영 님

3. 박헌호 "'문화연구'의 정치성과 역사성 - 근대문학 연구의 현황과 반성" (민족문화연구 53호, 2010), 김건우 "역사주의의 귀환: 한국현대문학 방법론"(한국학연구, 40, 2016) - 발제: 저런 님 


참가하시고 싶은 분들께서는 댓글 남겨주세요~   


1992년 갤러리 리지나에서 열린 <동물 프로젝트>의 일부 <표범들이 사원에 뛰어든다> 의 한 장면
Фестиваль анималистских проектов • Сеть архивов российского искусства (russianartarchiv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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