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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젠더 허물기 7,8장 발제2018-05-14 01: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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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젠더 허물기 7-8장 발제.hwp (19KB)

<젠더 허물기> 7, 8장 발제

소영

 

고백

7, 8장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장으로 읽힌다. 두 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질문이 될 것 같다. 정신분석학의 기획은 어떻게 수정될 수 있으며, 어떻게 수정되어야 할까? 가령 7장에서 던져지는 질문은 이렇다. 정신분석학이 핵심적으로 다루는 근친애 금기’(오이디푸스 드라마)라는 주제, 이러한 외상적 사건을 성인의 섹슈얼리티로 향하는 변별화 과정으로 보는 전반적이고도 지속적인 경향은 과연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외상적 사건은 실재인지 환상인지 불분명하며, 이 둘의 차이를 인식론적으로 결정할 방법도 없다. 더욱이 외상은 서사화되기를 거부한다. 그렇다면 외상으로서의 근친애는 하나의 사건으로 형상화될 수 없는 때와 장소야말로, 바로 그 사건의 형상화 불가능성이 자신의 외상적 특징을 증언하는 곳이지 않은가?(246)

푸코는 그리스도교에서 사목권력pastoral power’, 즉 영혼을 관리하고 통치하는 권력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가령 목사는 고백(고해성사)을 통해 신자에 대한 진실을 획득하며, 길 잃은 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권위를 갖는다. 이런 식으로 영혼을 관리받는 이들은 자신에 관한 지식이라고 제시된 것을 수용함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에 관한 권위 있는 진리 담론을 목사가 갖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게 되며, 같은 진리 담론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말하게 된다(257). 푸코는 후에 입장을 바꿔 고백자는 언어화 행위 자체로 자기에 대한 진리를 구성”(260)한다고 말하지만, 초기 입장은 여전히 정신분석학 안에 남아 있다. 버틀러는 이렇게 질문한다. “발생한 일의 진실을 찾는 것도, 피분석가의 언어를 일단의 내적이거나 외적인 사건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는 것도 아니라면, 이 대화에서 언어는 무슨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인가?” 요컨대 (이 질문을 7장에 대입하자면) ‘외상적 사건은 말해질 수 없을뿐더러 심리 속 성차에 핵심적인 외상적 환상으로서 존재하는 근친애와, 심리 발달이나 성적인 발달에 전혀 핵심이 아닌 근친애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246), 해석자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우리는 생략, 간극, 부재를 읽어내는 해석자가 되어야 하며, 그 말은 정신분석학이 조각 난 이야기를 읽어낼 기술을 새로 배워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247).

분석가에게 고백이란 언제나 오로지 어떤 사람의 영혼의 진실을 통제하고 그것에 대해 권위를 갖는 사건이라고 가정한 것은 분명 푸코의 실수였다(271). 고백은, 특히 분석의 장면에서 발생할 때, 자신이 전달하는 욕망을 변화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270). 예컨대 고백이 행해질 때(분석가에게 말해지기를 원하는 욕망이 실현될 때), 매우 강력해지는 것은 어떤 다른 욕망이다. 피분석가는 고백의 내용을 어떤 행동, 욕망의 행동, 성적 행동으로 상상하면서 말하지만 그런 말 자체가 새로운 매개가 된다. 이 행위는 정말 어떤 새로운 행위가 되거나, 예전 행위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262). 따라서 정신분석학적 환경에서 고백의 말하기는 고백되고 있는 행위와는 완전히 다른 몸의 행위가 된다(263).

 

안티고네

예컨대 안티고네는 자신이 법을 어겼음을, 폴리네이케스를 땅에 묻었음을 크레온 앞에서 고백한다. 우리는 안티고네가 근친상간, 부친 살해를 저지르고 테베에서 쫓겨난 아버지 오이디푸스의 손을 잡고 정처 없이 방랑의 길을 떠났다가(<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형제간 다툼으로 목숨을 잃은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묻어주기 위해 국법에 맞서 죽음으로 항거하는 인물로 알고 있다(<안티고네>). 헤겔, 라캉, 이리가레이 등은 앞다투어 <안티고네>를 해석의 장으로 끌어왔는데, 그중에서도 헤겔은 <안티고네>가 보편과 특수, 국가와 가족, 신의 법과 인간의 법, 남성과 여성 간의 대립이 극복될 수 없었던 역사 이전 단계를 반영한다고 해석한다(<정신현상학>). 요컨대 안티고네는 사적 개인인 오빠를 위해 행동함으로써 국가를 위험에 몰아넣고 있으며, 크레온은 국가를 위해 행동함으로써 가족의 가치를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버틀러는 두 가지 문제적 장면을 지적한다(266). 첫째, 그녀는 크레온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둘 다 자신의 행동을 공적으로 표명하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둘째, 안티고네는 크레온에게, 크레온 앞에서 말하기 때문에 크레온은 그녀의 고백이 향하는 청중이자 고백이 의도된 대상이며, 고백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크레온은 안티고네가 맹렬히 맞서는 대상이면서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요컨대 버틀러는 헤겔이 해석한 바, 즉 안티고네-크레온이 서로 화해 불가능할 정도로 대립해 있다는 주장을 기각한다.

안티고네가 친족을 대표하는 존재라면 응당 친족구조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여성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이스메네는 언니를 말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남자들과 싸워서는 안 되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그렇지만 이제 안티고네는 남성적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행동한다(크레온은 자신이 안티고네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제 내가 남자가 아니라 그녀가 남자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행위 주체성은 크레온에게 복종하기를 거부하면서 나타나는데도, 이 거부의 언어는 그녀가 거부하는 주권의 관점을 흡수한다. 즉 안티고네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 자신이 맞서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전유해서 자기 주장을 펼친다(267).

이때 안티고네(친족)-크레온(국가)라는 대립각이 모호해진다면, 안티고네가 오빠에 대한 사랑으로 폴리네이케스를 묻어주었다는 주장 역시 모호해진다. 안티고네는 법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에 따라 자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268). 프로이트는 어떤 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그 행위를 하는 환자들에 관해 쓴다. 그는 이 범행에 선행하는 모호한 죄의식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비롯하며, 이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고자 하는 범죄적 의도가 오이디푸스에서 비롯된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오이디푸스의 자식이자 여동생, 이오카스테의 딸이자 손녀인 안티고네에게 이 모호한 죄의식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그녀에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렇게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가)? 안티고네는 오빠를 사랑하며, 사실상 오빠와 함께 눕기를 원하며, 그래서 죽음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런 범죄적 의도(근친애에 대한 욕망)가 바로 그녀가 저지른 범죄(매장) 때문에, 말하자면 차단을 당하는 것일까?(269) 다른 범죄, 범죄의 망령, 범죄의 전조가, 즉 저질러지지는 않았지만 모호한 죄의식이 그 존재를 입증하는 어떤 범죄가 있는 것인가? 이런 죄의식은 자신을 계속 숨기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고백이란 당면한 범죄 행위 때문에 주체를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또한 그 사람이 하지 않은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는 죄의식은 차단하고 합리화할 수 있다. 안티고네의 고백은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는 명백히 보여주지만 그녀의 욕망은 투명하게 드러내주지 않는다. 그녀의 고백은 크레온이 그녀에게 가하는 처벌에 복종하는 수단이며 따라서 죽음을 향한 그녀의 움직임을 가속화시킨다(이는 모호한 죄의식으로 인해 발생한 자살적 행위처럼 보인다).

 

근친애 금기

구조주의 정신분석학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근친애 금기가 이성애적 규범을 따르는 친족을 생산하면서도, 이런 종류의 친족 관계의 경계를 넘나들거나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랑의 영역과 사랑의 욕망 형태는 배제시킨다(254). 만일 근친애 금기가 이성애적 규범성 안에서 주체가 시작되도록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면, 그래서 몇몇 사람이 주장하듯 이런 첫 시작이 상징적이거나 문화적으로 인식 가능한 삶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라면, 동성애적 사랑은 인식 가능한 것 안의 인식 불가능성으로 등장한다. 그것은 사랑의 이름으로 자리할 곳이 없는 사랑이자, 친족 안에서는 위치가 아닌 위치이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자신의 사랑을 공언할 수 없다는 것은 그것만의 고유한 우울증을 만들고, 이는 억압되고 양가적인 애도의 대안물이다. 정신분석학이 그 이론과 실천에 있어 이성애적인 친족 규범을 이론화의 기반으로 삼는다면, 또한 이런 규범이 문화적 인식 가능성과 동연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정신분석학은 문화적 층위에서 우울증을 생산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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