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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음 만나는 맑스] 강사 인터뷰 1탄 ! 2017-08-30 17: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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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연구실_입문 강좌 


<서교연구실_입문강좌 : “처음만나는~” 시리즈>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기초부터 공부하려는 분들을 위한 강좌 프로그램입니다.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자세를 제대로 익히고 기초체력을 키워야 하듯이 인문학/사회과학 공부도 기본개념들과 기초이론들을 튼실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인문학/사회과학 책을 읽거나 강좌를 들을 때 기본지식이 부족해서 이해에 어려움을 겪으셨던 분들이 수강하시면 좋은 강좌입니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두 번째 입문강좌] 

 처음 만나는 맑스 

스의 사유와 맑스주의

강사 인터뷰 1탄 



한상원 선생님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철학과에서 아도르노의 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이며,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주된 관심사는 맑스의 <자본>해석, 벤야민의 정치신학 등이다. 




 

▨ 강의 소개글에 자본주의의 위기가 우리에게 맑스를 어떻게읽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다가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자본주의의 위기에 직면해 우리는 19세기 사람인 맑스를 읽어야할까요오히려 최근의 정치경제학 논의를 읽어야하는 것이 아닌가요 



근의 정치경제학 저작들을 읽는 것에 대해서 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중에는 아주 비판적이고 중요한 논점들을 다루고 있는 학자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20세기 후반에 세계체제나 신자유주의의 경제구조들을 설명한 다양한 이론들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피케티나 아리기의 이론들이 각광을 받고 있지요. 제가 미시경제학이나 거시경제학 등 주류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만, 그러한 이론들 중에도 수용해야 할 지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경제의 구조에 대한 여러 통찰들로부터 저조차도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배워보고 싶습니다.

 

맑스 자신도 그렇게 했어요. 당대의 경제학을 치열하게 연구했죠. 1844년에 그가 작성한 경제학에 관한 수고에서도 드러나듯이, 1850년대 이후 남은 평생을 쏟아부은 정치경제학 비판의 방대한 서술들에서 알 수 있듯이 맑스는 생애 대부분을 기존 경제학에 관한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많은 것들을 수용합니다.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맑스의 독자적인 성과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죠. 19세기까지의 고전 정치경제학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토대로,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과제를 착수한 것입니다. 즉 맑스는 그의 시대 경제학을 무시하고 그와 별도로 또 다른 (정치)경제학을 저술한 것이 아닙니다. 정치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대결 속에서 비로소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구조가 이해될 것이며, 이 체제의 한계 역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게 바로 맑스의 생각이었어요.



'처음 만나는 맑스'는 맑스와 맑스주의 초심자를 위한 강좌입니다. 
여러 책에서 수시로 등장했지만 딱히 배울 곳이 없어 머뭇거리셨던 분, 
예전에 읽었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은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여전히 맑스를 읽어야 한다면 우리는 맑스의 사상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사실 쉽게 답변될 수 없는데요. 왜냐하면 우리가 맑스의 이론적 내용을 ‘OO에 관한 경향, OO의 법칙, OO 중심주의같은 표현들로 정식화, 법칙화하는 순간 난관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학자들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맑스의 이론이 이미 논박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빈곤화 경향, 이윤율 저하 경향 등에 관해서 경험적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이것을 보라. 맑스가 얘기한 거하고 다르지 않냐.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고 하는 것이죠. 그러면 반대 편에서는 맑스주의적 경제학자들이 보라. 이런 또 다른 수치가 있다. 이것은 맑스의 이론을 입증한다고 반론을 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논쟁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맑스가 자본론에서 전개하는 내용의 핵심은 명시적인 형태로 어떠한 법칙을 정식화하고 이를 수치상으로 (즉 경험적으로) 증명하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맑스가 몇몇 법칙적인 측면들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다만 맑스가 자본주의는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다라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발전경향을 예언한다던가, ‘이러저러한 법칙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다라면서 자신만의 법칙설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이론 기획에서 중요한 지점은 어째서 맑스 자신의 시대 고전적 정치경제학의 이론이 자본주의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실패했는가를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비판의 핵심은 바로 그들 정치경제학의 고전가들이야말로 자본주의라는 근대적 경제체제를 몇몇 법칙으로 도식화함으로써 이 체제를 완전히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체제로 묘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경제체제를 지배의 관계로 보지 않았고, 이 지배적 구조의 보편성과 총체성에 대해 사고하지 않았습니다반면 자본주의가 어떠한 경향을 가질 것이라는 (경험적인 관점에서 나오는) 전망이나 예측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본주의가 전지구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지배체제라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지배의 작동방식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맑스 이론의 핵심이고, 저는 이러한 이유에서 적어도 오늘날 자본주의를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맑스를 다시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맑스의 사상을 강의 전에 맛보기로 보여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 이해가 더 잘될꺼 같습니다!^^ 



그렇다면 맑스의 자본주의 분석의 핵심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 한 가지만 언급해볼까요.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보이지 않는 지배, 즉 비가시성의 지배에 의존하고 있다고 맑스는 지적합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사실 많은 사람들은 맑스 정치경제학 비판의 핵심을 노동가치설’, 나아가 잉여가치에 대한 증명에서 찾으려고 하지요. 즉 노동에 대한 자본의 착취를 설명하는 것에서 맑스의 이론이 당시의 다른 경제학과 구분된다는 점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맑스는 더 나아갑니다


자본론3권 전체 분량 중에 잉여가치 설명한 부분은 얼마 안 돼요. 1권의 일부 정도죠. 그럼 나머지는요? ‘왜 이 착취는 보이지 않는가에 할애돼 있어요. 상품의 물신주의 때문에, 화폐의 자립적 순환과정 때문에, 생산과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유통과정 때문에, 가치와 생산가격의 차이 때문에, 지대 때문에, 이자 때문에 등등. 이 모든 것들이 그러한 왜 보이지 않는가에 대한 설명과정들입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토록 많은 공을 들인 거에요. 전 이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자본주의의 지배의 비밀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이 아닌가 싶어요. 더 이상 군주의 인격이 통치하는 시대, 혈통귀족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화폐와 자본이라는 추상화된 사회적 관계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지배라는 사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것이죠. 이렇듯 비인격적인 관계망에 의한 추상화된 지배, 그리고 지배의 필연적 은폐과정을 이해할 때 저는 자본주의가 갖는 고유한 유령적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맑스는 그러한 유령은 이 사회적 관계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에 의해 재구성될 때 비로소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고요.

 

이러한 맑스의 논의는 참 역설적이죠. 어떠한 구조가 왜 보이지 않는가를 설명함으로써, 그것은 보이게만들기. 그런 의미에서 맑스의 비판은 실천적 의미를 갖게 됩니다. 보이게 만드는 것.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의 지배에 맞설 수 있는 실천적 전망을 향한 이론적 돌파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이론적 실천이 아닐까요? 맑스는 끝없는 이론적 실천의 길을 걸어간 사상가입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의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를 경험하면서 불안정한 삶 속에 좌절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흙수저금수저의 관계에 대해 불평하는 순간 이미 그는 자본주의의 불평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나 다름 없지요. 그런데 그러한 불평등의 구조적 작동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고민들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전히 이론적 실천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사상가로서 맑스를 읽어야 합니다.





 


▨  이런.. 조금 어렵네요-_- 맑스나 맑스주의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을까요? 혹시 너무 어렵진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저는 맑스와 맑스주의에 대한 내용을 쉽고 편안하게 듣고 싶은데.. 



. 그렇게 하는 것이 또 이번 강좌의 목적이고 취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편안하고 쉽게!!!!!

 

여기서 언급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맑스의 사상 전체를 통일적으로이해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마치 맑스에게는 일관된 역사적 유물론이 있고, 정치경제학 비판이 있고, 변증법 철학이 있어서 이들이 삼위일체와 같은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과거 주류 맑시스트들이 맑스를 이해했던 방식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통일된 사상체계를 가지고 있을 수가 있겠어요? 이건 사실상 맑스를 신화화하는 것이고, 그 실상은 맑스의 사상을 몇몇 법칙으로 환원해서 아주 조야하게 이해하는 방식에 불과하죠. 그러한 통일적인 맑스의 사상은 맑스의 생전에도, 그의 사후에도 존재한 적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저는 맑스의 사상이 그 형성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해나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맑스가 각 시기별로 어떠한 문제제기를 던졌는지, 그리고 그러한 문제제기는 자신이 보기에 어째서 불충분했는지, 그리하여 어떠한 새로운 문제를 도입했는지를 묻지 않으면 맑스의 사유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맑스의 사상이 완성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의맑스주의는 존재할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맑스의 사상은 통일적인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각 시기별로 새로운 과제들을 제기하면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맑스의 사상이 완결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오늘날 맑스에 관한 다양한 해석, 열린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이 강좌를 들으시는 분들 역시 맑스에 관한 자신만의 독해방식을 찾고, 내가 하고 있는 문제의식에 비추어볼 때 맑스가 주는 교훈이 어떤 것이 있을지를 생각해보실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의도하는 바입니다. 



사 인터뷰 2탄도 기대해주세요^^

강좌때 다룰 맑시스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담고 있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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