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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서교연 강독 시리즈1] 강사 인터뷰 첫 번째!2017-12-10 15: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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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인터뷰 첫 번째  



Q선생님께서 시작하시는 강의에 앞서 들뢰즈, 데리다, 푸코의 주요 텍스트를 연속으로 읽는 강독시리즈라는 강의 전체 기획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A: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들뢰즈, 데리다, 푸코의 이름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20~3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이들을 비롯한 프랑스의 철학들이 많이 소개되어오고 있죠. 이는 신선한 사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철학이 갖는 힘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바디우 같은 경우 역사적으로 탁월한 철학적 성과를 낸 세 시기를 지목하고 있죠. 고대 그리스, 낭만주의 시기의 독일, 그리고 20세기의 프랑스가 그것입니다. (물론 바디우 자신이 20세기 프랑스 철학의 전통에 있기는 합니다만) 저런 평가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20세기의 프랑스 철학은 풍요로운 사유의 보고라 할 만합니다. 그리고 들뢰즈, 데리다, 푸코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이름들이죠. 획일화된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이야기하고, 나에게 이해되지 않는 것으로서의 타자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철학은 시대적 흐름과 궤를 같이 하면서 거대한 파급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68혁명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와 보수체제, 불평등에 대한 저항과 맞물리면서 이들의 사상은 새로운 시대의 철학에 대한 상징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차이의 철학이나 타자에 대한 사유라고 흔히 불리면서, 뭔가 그 자체로 막연하게 좋은 것으로 생각되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기존의 사유방식과 다른 식으로 작업하고자 하는 이들의 시도가 굉장히 신선하고, 우리에게 지적 자극을 주었지만, 우리가 그 철학의 역량을 충분한 정도로 수용했는지, 우리가 하나의 유행처럼 이들의 철학을 소비해버린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 시대의 철학이 어떤 것인가를 묻는다면 더더욱, 이들의 철학을 그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으로 놓아두어서는 곤란할 겁니다. 이번 서교연의 강독시리즈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마련되었습니다. 들뢰즈, 데리다, 푸코의 사상을 뭔가 새롭고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텍스트로서, 선배 연구자들의 치열한 고투의 결과물로서 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책을 직접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Q: 선생님께서는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맡으셨는데요. 들뢰즈와 <차이와 반복>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들뢰즈는 차이의 철학을 전개한 대표적인 철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이와 반복>에 나오는 차이 그 자체라는 표현은 굉장히 유명하죠. 간단히 말씀드리면, 들뢰즈는 우리 세계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차이 그 자체, 본래적인 차이를 제시합니다. 플라톤과 대비시켜 보자면 이렇습니다. 플라톤은 존재의 원리로서 이데아를 제시하죠. 이데아는 고정불변하는 형상을 갖고 있고, 우리는 그 이데아로부터 무언가를 나눠받아서 비로소 존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구도 상에서 이데아가 가진 형상을 덜 나누어받은 존재들은 열등한존재들이 됩니다. 즉 고정된 동일성으로서의 이데아로부터 세계를 설명하는 플라톤적인 모델은 필연적으로 존재들 간에 위계를 설정하게 되는 것이죠.

 

현대철학은 많은 경우 이런 식의 동일성의 철학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출발하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의 철학은 그런 흐름에 있다고 볼 수 있겠고요. 하지만 들뢰즈가 대단한 것은 단지 플라톤이나 헤겔의 어떤 부분을 논박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도 자체를 완전히 뒤집어보려는 시도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 거대한 시도를 나름대로 일관성 있게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차이의 철학을 가장 구축적인 방식으로 사유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들뢰즈의 철학은 우리 세계를 동일성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로부터 설명하려는 기획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차이 그 자체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들뢰즈의 차이 개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작해 보죠. ‘세계의 원리로서 차이가 있다고 해봅시다. 들뢰즈는 이러한 차이들이 특정 방식으로 구조를 이루고 나아가 세계의 모습을 형성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때 우리는 차이에 대해,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원자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난점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차이들 A, B, C가 있다고 이야기하면, 어느새 우리는 차이라는 것을 A라는 동일성에, B라는 동일성에, C라는 동일성에 고정시켜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차이의 철학은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다시 동일성의 철학으로 돌아가버리는 셈이 되죠.

 

들뢰즈 역시 이러한 위험을 누구보다 경계하고 있습니다. 차이를 사유하려 하지만 동일성이 끊임없이 끼어드는 것, 이를 들뢰즈는 차이가 갖는 저주의 상태라 표현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차이를 사유하려 해도 그것을 개념화하는 순간 어느새 동일성에 포섭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답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차이와 반복>이 그렇게 두꺼운 것이기도 한 것이죠. 우리 수업에서는 들뢰즈가 차이의 철학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는지 어떤지, 직접 책을 읽으며 같이 따져보고자 합니다.



강사 : 문한샘(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서강대 철학과에서 들뢰즈로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다. 논문으로 <메를로-퐁티의 시간성>이 있고 <자아의 초월성>(사르트르)을 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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