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기
제목[서교연 강독시리즈1] 강사 인터뷰 두 번째 2017-12-15 16:30:23
작성자
 

두 번째 인터뷰 



Q: 좀 거친 질문을 드려볼게요. 차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들뢰즈는 너무 철학적이고 사변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네 상당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들뢰즈는 무엇보다 철학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입니다. 실제로 데리다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들뢰즈는 너무나 존재론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쉽게 말해서 차이의 철학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기존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죠. 이건 제가 보기에 들뢰즈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한데요. 그러니까 들뢰즈는 기존의 방식을 한편으로 이어받으면서도 그것을 끝까지 전개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끝까지 밀고 나간 결과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체 구도가 완전히 뒤집히는 결과가 되는 것이구요.

 

이런 점에서 저는 들뢰즈의 철학이 철학 자체에 대한 하나의 시험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차이의 철학이 가능한가 하는 물음은 다르게 말하면 차이라는 문제를 감당할 만한 역량이 철학에 있는가라는 물음입니다. 들뢰즈의 작업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하나의 응답인 것이죠. 그걸 들뢰즈가 잘 했느냐, 얼마나 잘 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우리의 몫이겠죠. 저는 들뢰즈의 철학이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들뢰즈는 대체불가능한 하나의 고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들뢰즈는 철학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어떤 절벽끝에 서 봤던 것이고, 그런 들뢰즈의 시야를 따라가보는 것과 아닌 것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조망하는 데에도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만 더 덧붙일게요. 들뢰즈가 존재론적인 철학을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했는데, 그 끝에서는 뭐가 보일까요? 어떤 질문이 생겨날까요? 철학 바깥에 있는 것이면서 철학을 향해 계속 더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는 어떤 것, 그건 바로 정치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일 겁니다. 들뢰즈의 후배들이라고 할 수 있는 랑시에르나 바디우 같은 사람들이 철학과 정치를 함께 사고하려고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랑시에르는 감성적인 것을 정치와 연결시키고(감성적인 것의 존재를 가장 명확하게 개념화한 사람이 바로 들뢰즈죠) 바디우는 철학의 조건으로서 정치를 이야기하죠. 들뢰즈에게 정치철학이 있는가? 이런 질문이 흔히 제기되고, 들뢰즈에게 정치철학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들뢰즈에게 하나의 분과로서의 정치철학이 없다고 볼 수도 있어요. 다만 들뢰즈는 우리의 사유 자체가 갖고 있는 어떤 근본적인 지점을 드러내려고 한 것이고, 이러한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정치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도 제가 아는 한 곁들여볼 생각입니다.

 


Q: 강독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당연하겠지만 책의 내용을 충실히 이해한다라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을 실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다른 철학책들도 그렇지만 <차이와 반복> 역시 수많은 맥락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죠. 철학사적인 맥락만 꼽더라도 플라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헤겔, 니체, 베르그손, 하이데거 등등의 철학자들을 들뢰즈가 계속 갖다쓰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일일이 해설하게 되면 시간이 부족할 것이 뻔합니다. 또 너무 배경지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보면 구체적으로 이해 안 되는 문장을 질문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필요한 이야기는 하되 최대한 간명하게 전달해드리고, 구체적인 구절들을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강좌가 끝났을 때 그래도 책 한 권 읽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Q: 마지막으로 수강생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A: <차이와 반복>이 어려운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들뢰즈가 철학자이다 보니 어떨 때는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사변적인이야기들도 하거든요. 다만 들뢰즈에 관심이 있는 분, 뭔가 알고 싶고 끌리는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저와 같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고 있는 한에서 최대한 쉽게 이야기해드릴 수 있을 것 같구요, 통상적으로 들뢰즈에 대해 이야기되는 것들 말고 지금 우리 입장에서 더 생각해볼 만한 문제들도 많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다른 공부를 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더불어서 강독 수업이니만큼, 책을 열심히 읽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지 않으면 본인에게 남는 게 별로 없고, 그럼 힘들게 끝마쳐도 보람이 없게 돼요. 책을 덮은 후 아 들뢰즈는 역시 어렵네라고 생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강좌의 목표입니다. 제 생각에 일주일에 이틀 이상은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차이와 반복>을 읽으셔야 할 거예요. 아무쪼록 열심히 해서 서로 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주에 대략 50페이지 정도씩 읽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첫 시간에는 머리말과 서문 4절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연구실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갈테니 참고해주시구요. 그럼 첫 수업에서 뵙겠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를 보시려면 위의 화살표를 클릭해주세요. 



강사 : 문한샘(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서강대 철학과에서 들뢰즈로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다. 논문으로 <메를로-퐁티의 시간성>이 있고 <자아의 초월성>(사르트르)을 공역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