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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진보적 인권운동 : 역사, 쟁점, 전망] 강사인터뷰022018-01-02 16: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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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인문사회연구실 2018겨울 기획강좌


진보적 인권운동 : 역사, 쟁점, 전망 강사 인터뷰 02


 




4. 4강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과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최근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소수자 혐오와 혐오세력들의 표현의 자유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그런데 오늘날의 혐오정서는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 원칙과 인권의 원칙간의 부조화로 환원되지 않는 것 같다그 지점은 혐오정서가 세력화되어 제도적 압력을 가할 때 비로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지점 아닐까?

 

 

질문자는 혐오문제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을 떠올린다고 하셨는데나는 인권원칙과 민주주의의 명분이라는 쟁점에 대해서 두 가지의 문제를 생각해 보려 한다우선전통적으로 자유권은 개인에 대한 국가의 통제로부터 개인의 자유이고특히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로부터 개인의 권리보장을 중시하는 권리개념이다반면요즘에 자유권과 관련하여 새로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 기구가 아니라 대중이혹은 다수가 소수에 대해 행사하는 혐오나 차별이다한국의 인권운동사는 당연히 이 두 가지 문제에 모두 대응해 왔다인권운동의 역사에서 국가 폭력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그런데 국가폭력에 대한 대중들의 태도가 일관되는가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때혹은 90년대 까지도 대중의 태도는 국가폭력에 의해 개인이나 집단이 희생될 때 적어도 희생자에 대한 연민국가폭력에 대한 일말의 분노나 비판적 감수성이 일반적이었다최소한 희생자들을 비난하거나 성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그런데 최근에는 어떤가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운동이 한창이 던 당시유가족이 단식농성을 하는 앞에서 일베를 비롯한 이들이 폭식투쟁을 했다뿐만인가...여성성소수자지역이주민특정 종교 등에 대한 온갖 모욕과 혐오의 표현들이 날것으로 횡행하고 있다.

 



인권운동은 대중에 의한 소수자의 차별이나 혐오를 제어하기 위한 제도화를 고민해 왔다그 대표적인 법제가 차별금지법이다심지어 제도권 정치 내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하는 흐름이 있는데그것이 빈번히 좌절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특정한 대중의 반발이다그렇다면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이 반인권적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다그런데 민주주의의 형식적 룰인 다수에 의한 결정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꼭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에 의한 결정의 원칙은 중요한 정치적 룰이다다수에 의한 결정의 원칙 때문에 비타협적 인권의 원칙이 좌절되고 있는 상황이다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계다. “우리는 그 동안 양자가 맺고 있는 관계에 모순이나 갈등의 계기가 배태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너무도 손쉽게 등치시키지 않았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앞으로 인권운동이 보다 더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지점즉 암묵적으로 동일시되었던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계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인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혹은 인권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점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없이도 인권은 존재할 수 있나?

 

쉽지 않은 물음이다정답을 구하는 것 이전에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질문을 어떻게 보다 정교하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가령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결정이지만 소수를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 않나그런데 소수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말이 현실적 결정에서는 정확히 어떤 의미가 있을까소수를 존중한다배려한다는 것이 정치적 결정을 민주적으로 내리는 구체적인 장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의사표시의 자유 정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또 다른 질문도 있다강력한 법으로 차별과 혐오를 법적으로 규제한다고 할 때 이는 민주주의라기보다는 법치주의에 가까울 수 있다그리고 법치주의는 항상 전문가 통치로 귀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더불어 사회적 행위를 규제하는 틀로서 법의 권위는 누가 보증하는가라는 질문까지 더 해진다면다수 대중의 뜻에 반하여 제정되는 법이 과연 민주적인가라는 비판적 질의도 제기될 수 있다복잡한 문제이다다만이런 쟁점들을 충분히 살펴보면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규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으로서 보다 중요하다.

 

5. 보통 인권은 인권 선언에 근거해 권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권리의 실현을 위해 투쟁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강사 선생님도 어느 글에서(4.16 인권선언선언은 선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인권은 오히려 당위적 정당성이라고 하는 원천적인 선언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인데오히려 이러한 출발을 기각하는 것처럼 보인다.인권의 조건에 주목하는 운동을 하자는 것 말이다.

 

나 역시 인권운동은 인권선언 같은 당위적 정당성 내지는 보편적 이상을 이루기 위한 활동이라는 차원이 있다고 생각한다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인권의 보편성을 어떻게 현실 속에서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이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인권개념을 정합적으로 정의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인간의 권리들이 구현될 수 있는 조건혹은 그 구현을 가로막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가령 대표적인 인권 중 하나인 자유권은 노동력의 판매와 구매라는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동과 필연적으로 관련된다또는 사회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강화가 필수적 조건인데 이는 신자유주의라는 현재의 자본주의 축적방식과 양립할 수 없다경제적 조건의 변화 없이 몇몇 법제로 사회권을 구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앞에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지금은 국가폭력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인권침해의 구조가 존재한다대표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강력한 차별이나 혐오가 이를 잘 보여준다이미 청소년시절부터 왕따 문제가 극심하고대학생들의 학력차별은 더욱 심해지고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성소수자들에 대한 배제의 정서여성에 대한 혐오 등은 소위 민주정권이 들어선 지금도 약화되고 있지 않다이런 상황에서 자유평등연대인간의 존엄 등을 당위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정서가 차별이나 혐오의 방향으로 강화되는 특정한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항상 대중들이 소수자들을 강하게 혐오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구조 유지를 열망하는 것은 아니었다그러한 정서의 변동은 역사적으로 달라진다그리고 이는 사회경제적 조건이데올로기적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한 동안 인권운동은 인권주장의 당위성에 입각한 활동을 강화해온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소위 공중전이라는 불리는 이슈파이팅을 비롯해캠페인인권교육법제화 운동 등을 통한 인권실현의 전략과 방식을 취해왔다그런데 과연 그런 전략과 운동방식이 여전히 최선의 것인지 돌아볼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그 운동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잘못된 것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너무나도 중요한 활동들을 인권운동은 해왔지만그것만으로 충분한가를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나는 이 지점에서 진보적 인권운동이 초창기 고민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진보적 인권운동의 애초의 문제의식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확산 및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 질서에 강하게 편입되는 계기와 관련이 있다진보적 인권운동의 초창기 문제의식에는 소위 카지노 자본주의 세계질서혹은 신자유주의라는 사회경제적 조건이나 분단구조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과거의 NL 혹은 PD와 같은 운동의 이념이나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로 진보적 인권운동이 등장했다.나는 이 차원의 문제의식이 정교하게 복원되어야하고이론적으로전략적으로실천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강의때 자세하기 다루겠지만 한국의 진보적 인권운동이 출발할 때 충분히 그 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두 가지 축이 있었다하나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변혁운동적 지향이라는 축이었고다른 하나는 국제인권법의 실현이라는 축이 그것이다그런데 인권운동을 위한 인권이론적 근거나 담론에서는 국제인권법/국제인권기준에 근거한 방향이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변혁지향적 문제의식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의식에 걸맞는 진보적 인권운동의 이론이 발전되지 않은 이론적 공백상태에서 국제인권기준이 운동의 이론적 근거로서 갈수록 중요해진 것이다그러다보니 한국적 맥락에서 만들어졌던 사회 경제적 조건의 변화를 목표로 했던 진보적 인권운동을 위한 이론이 운동 내에서 충분히 발전되지 못했다나는 한국 인권운동의 출발점이었던 반자본주의에 입각한 인권운동의 변혁운동론이 다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이론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더불어 1강에서도 다루겠지만 인권의 이데올로기적 조건이라는 차원을 고민해야한다다시 말해 인권의 조건들이라는 개념이 인권의 보편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 마지막으로 강의 소개를 보며 드는 생각은 오늘날 중요한 것은 인권의 보편적 확대가 아니라인권의 당파성을 논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어떤 생각인가?

 

인권의 조건이 인권의 이념보다 일차적 문제라는 주장은 당파성 주장이 아니라 여전히 보편성 주장이다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인권은 언제나 보편적이다. ‘모든 인간이라는 전제에는 그 어떠한 유보도 없다그런데 당파성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노동자계급과 자본가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를 적대 중심으로 바라보고적대 중에서 어느 입장에 설 것인가의 문제다그런데 맑스주의적 사고에서 적대를 중요시하는 것도 역시 결국 적대를 넘어 자유와 평등연합한 관계들의 보편화이다그런 면에서 보편성과 당파성 자체가 어긋나지 않는다.

 

인권운동은 1789년 프랑스인권선언이건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건 명문화된 인권선언 안에 있는 권리들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으로 등치될 수 없다인권의 보편적 지향은 명문화된 권리 규정보다 크다하지만 그 보편성이 현실에서 권리로 명시되고 또 작용하게 될 때는 언제나 사회경제적 조건이데올로기적 조건에 의해 구체화된다아마도 당파성이 중요하다면보편성을 제한하고 전유하려는 자들과 이로부터 배제된 자들이 자신들도 바로 그 보편적 인권의 주체임을 주장하는 투쟁의 국면에서 일 것이다그렇다면인권의 보편성은 배제된 자들의 당파적 주장의 근거가 된다그리고 보편성의 제한이라는 문제는 보편성의 이념적 정당성 주장만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경제적 조건이데올로기적 조건 하에서 어떠한 정치적 과정을 통해서 그러한 제한이 가해지게 되는가를 파악하고 그 조건을 변화시킴으로서 극복되는 것이다.

 

나는 심지어 인권을 명시적으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를 바꾸는 투쟁에서 승리한다면 인권운동이 하려고 하는 자유와 평등의 보편화를 더 잘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가령 1997년 이후 거의 모든 인권문제의 핵심에는 신자유주의라는 구체적인 구조의 문제가 놓여있다그런데 과연 인권운동만으로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를 폐기하고 자유평등연대에 기초한 사회구조를 구축함으로서 인권의 보편화를 이루는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까사회경제적 영역 자체가 오늘날 인권운동이 늘 부딪치고 해결하려고 했었던 인권 침해의 구조적 원인이자인권의 보편적 구현을 저지하는 조건이다인권운동이 보다 집중적으로 개입해야할 지점은 여기여야 하지 않을까인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조건 자체를 변혁하기 위한 인권운동이론이 필요하다그렇다면 노동과 자본의 문제를 이야기 안할 수가 없고체제변혁과 인권운동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지출처 : http://www.revleft.com   



 

사회권적 의제를 확장하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맞다사회권적 의제를 확장하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하지만 내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좀 과장되게 말하자면국제인권기준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인권운동의 언어를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유엔의 사회권 규약 및 관련 기준들국제 인권법의 권리목록들을 사회권운동의 이론적 근거나 담론의 중심축으로 삼는 방식은 크게 실효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오히려 한국사회에 있어왔던 평등하고 자유로운 대안적 사회체제를 고민했던 운동들사회변혁 운동의 맥락 속에서 있었던 이론들을 인권운동 차원에서 더 많이 전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그때 국제 인권기준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국제 인권운동을 국내에 실현하려는 사회권 운동은 사실 한국의 인권운동 내에서도 활발하지도 않았고있었다 하더라도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오히려 한국사회에서 사회권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인권운동이 투쟁했던 맥락은 비정규직반대투쟁이나 정리해고반대투쟁강제퇴거를 비롯한 주거안정을 위한 투쟁의 문제 등에 개입해 들어갈 때였다문제는 이런 운동들이 있었지만 이 운동들을 이론화하고 전략화는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그러니까 사회권을 국제인권기준 중심의 운동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권리투쟁의 맥락에서 개념화하고 실천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강좌신청 :  https://docs.google.com/forms/d/1RUDeGd6bC-fGxtJ-VlD2zImlPDYcsLlvBc-p9JfE4ig/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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