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기
제목[서교연 강독5] 아도르노의 <부정 변증법> 강독 강사 인터뷰 part12019-07-04 09:31:32
작성자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강독 강사 인터뷰 Part.1 



 

Q. 서교연에서 아도르노는 처음 접하게 되는데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이라는 사실과 벤야민과 절친한 사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왠지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아도르노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1903911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유태인이었고 부유한 와인상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코르시카계 혈통의 성악가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유복한 집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았고 어머니로부터는 음악을 배웠어요.

 

어린 시절의 이 경험이 아도르노의 사유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그는 14세 시절 지그문트 크라카우어로부터 철학을 배웠고, 이 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그는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게 되죠. 대학 졸업 이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 가서 당시 쇤베르크 이후 형성된 빈 악파의 거장인 알반 베르크에게 음악을 사사합니다. 그러나 작곡가로서의 꿈을 접고 다시 독일로 돌아와 음악 에세이스트가 되죠. 이런 연유로 아도르노에게는 철학과 음악이 항상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호르크하이머가 이끄는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사회조사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소위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이 되었고, 다른 학자들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으로 망명을 가게 됩니다. 이때부터 아도르노의 사유의 중심적 과제는 아우슈비츠와 전체주의의 역사적 비극을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전쟁이 끝난 뒤 다시 독일로 돌아와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교수이자 사회조사연구소의 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의 생애 마지막 사유의 관심은 전후 서독 사회의 민주적 재건, 그리고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비판적 사유의 활성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


Q. 강독에서 읽을 책의 제목이 부정변증법입니다. 이 책이 철학사에서 어떤 위치를 갖는지, 그리고 아도르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1966년 출간된 이 책은 아도르노 생애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성숙기 저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정치적 측면에서 이 시기는 전후 서독 사회가 맞이한 최초의 위기 국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이 시기에는 전후 최초로 경기후퇴가 일어나면서,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서독 사회에서 위기감이 고조됩니다. 둘째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 해 서독에서는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정당인 독일국민당(NPD)이 주의회 선거에서 의원을 배출하게 됩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체주의의 위험이라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던 아도르노에게 매우 민감한 사건이었습니다. 셋째로, 당시 독일 내 유일한 합법적 좌파정당이었던 독일사회민주당(SPD)이 생산수단의 국유화 강령을 포기한 1959년 고데스베르크 당대회 이후 지속적으로 우경화 행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집권정당이 되려는 야심은 이 당을 점점 사회주의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고, 이 간극은 전후 정치적으로 각성 중이었던 (68혁명 직전의) 새로운 청년세대들의 불만으로 폭발하기 직전인 상황이었습니다.

 

<부정변증법>은 바로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 대한 아도르노의 철학적 대응이었습니다. 또 이 책의 주요한 물음은 청년 헤겔학파와 맑스 이래로 철학의 실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제시된 이념, 즉 세계변혁과 인간해방이라는 역사적 기획이 총체적으로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어떻게 철학자체를 다시 사유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왜 철학을 다시 사유해야 할까요? 만약 철학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기획이 실패했다면, 바로 그 실패의 원인이 실현되어야 할 철학, 곧 실천으로 전화되어야 할 이론 자체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도르노는 이 책 <부정변증법> 이외에도, 근대철학과 계몽 기획의 실패에 대해 진단하는 다수의 글들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아도르노의 시대에 어떻게 실패한 철학의 기획을 재구성할 수 있을까요? 아도르노는 그 답을 부정성 사유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세계혁명의 실패와 함께) 역사적으로도 실패로 귀결된 변증법을 재사유하는 것을 뜻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도르노는 이 책 서문의 첫 문장에서 변증법을 그 긍정적 본질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을 자신의 집필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요.

 

 

Q. 사실 변증법도 정확히 잘 모르는 상태에서 부증변증법이라는 개념을 접하는 것이 다소 어렵게 다가오는데요, 부증변증법이 어떤 개념인지, 기존의 변증법과는 어떻게 다른 내용을 갖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사실 변증법이란 무엇인가하는 물음은 너무나 크고 광범합니다. 그리고 과연 답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죠. 우리는 이번 강독 세미나의 첫 시간에 헤겔, 맑스, 아도르노의 변증법적 사유의 흐름에 대해 짚어보면서 이 주제에 대해 간략하나마 다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물음은 변증법의 실패란 무엇인가’, 그리고 변증법은 왜 실패했는가하는 것입니다. 구소련 공산당에서 공식적으로 선언된 소위 변증법적 유물론은 국가이데올로기적 도그마로 변질되어 버렸죠. 서구에서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앞글자를 따서 디아맛(Diamat)’이라고 부르며 이를 조롱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정식화된 변증법적 유물론의 체계에 따르면, 변증법이란 세계의 운동 원리를 그 궁극적 총체성 속에서 파악하기 위한 긍정적 세계관입니다. 여기에는 부정의 부정’, ‘대립물의 통일’, ‘양질전화의 법칙과 같은 소위 법칙들이 있죠. 이 법칙을 통해서 존재와 역사 전반을 설명하는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이 변증법적 유물론의 목적입니다.

 

아도르노는 이러한 변증법의 이해방식, 즉 현존하는 세계의 원리를 설명하는 긍정적 세계관으로서의 변증법을 긍정 변증법이라고 부르고, 이러한 긍정 변증법은 성립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비판합니다. 변증법이란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사유이며, 여기서 부정적이라 함은 곧 비판적이라는 사실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정한 법칙을 통해 세계를 설명하는 긍정 변증법은 곧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긍정적 세계관은 심지어 그것이 변증법이라는 외관을 두르고 있을지라도, 결국은 현존하는 세계를 미화하고 정당화합니다. 구소련에서 변증법적 유물론이 역사 법칙의 필연성을 주장하고, 이 필연적인 역사의 발전과정을 담지하는 이성의 화신으로서 공산당의 지배를 정당화했던 것을 떠올려보세요.

 

동시에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과연 변증법은 본래 그러한 긍정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세계관이었는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헤겔과 맑스의 텍스트들이 우리에게 암시해주는 것은, 변증법은 이미 그 고전적 형태에서부터 비판적 사유의 무기였다는 사실이다. 아도르노는 바로 이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의 부정변증법은 헤겔과 맑스에 의해 전개된 고전적 형태의 변증법을 거부하는 반()변증법, 또는 대항변증법이 아니라, 오히려 헤겔과 맑스의 변증법을 부정성 개념을 중심으로 재독해하고 이로부터 변증법의 비판적 기능을 재구성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은 이처럼 그것이 헤겔과 맑스의 변증법과 함께 이루고 있는 짜임관계 속에서 비로소 이해될 수 있습니다. 본 강좌에서 이점에 관해 다양한 토론들이 전개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부정변증법은 어떤 철학적 입장을 지칭하는 것일까요?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은 이러한 긍정변증법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면서, 무엇보다도 주체, 개념, 체계, 총체성, 합리성 등 전통적 사유모델을 의문에 붙입니다. 그리고 이들 범주들이 전통철학의 문제설정 속에서 허위적인 방식으로 물신화되어있음을 비판합니다. 부정변증법의 기획은 이처럼 무비판적으로 전승되어온 전통철학의 (물신화된) 범주들을 탈주술화하면서, 이 범주들을 해방적인 관점에서 재사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문자 그대로 부정적인 사유입니다. 부정변증법이란 이러이러한 철학적 입장이다라고 (긍정적인 명제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기존에 주어진 범주들에 대한 부정과 비판의 과정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다음 인터뷰에서는 <부정변증법>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을 다루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강사소개

한상원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맑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옮긴 책으로 공동체의 이론들(라움: 2017)이 있으며지은 책으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아우구스티누스맑스벤야민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에디투스: 2018)이 있다최근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여러 연구자들과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에디투스: 2019)을 함께 썼다현재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강좌정보

일시: 2019년 7월 20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8.31~9.28까지 강의는 강사의 사정으로 4시 30분에 시작합니다)

장소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강당[합정역 2번 출구 인근]

*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원 : 20

강좌회비 : 22만원 (입금계좌우리은행 1002-239-531656 김현준)



*강의 신청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구글닥스로 신청해주세요.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