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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서교연 2019 겨울강좌] "공간 생산의 장치분석 : 현대도시와 금융화" 강사 인터뷰 2019-01-11 18: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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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생산의 장치분석 : 현대도시와 금융화  강사 인터뷰 








           








Q.  공간생산의 장치, 도시개발의 장치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제 논문에서는 전략적 수단이라는 용어를 썼지요. 이번 강의에서 전략적 수단 대신에 푸코의 장치 개념을 활용해보면 보다 분석을 발전시킬 수 있겠다 싶어서, 공간 생산의 장치라는 새로운 개념을 실험해보려 합니다. 푸코에게 ‘장치’, dispositif는 권력이 작동하는 하나의 형식이자 어떤 실체를 규정하는 하나의 형식입니다.

 예컨대,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가 보여주었듯이, 어떤 광기에 대한 인간의 경험은 그것을 포착하는 역사적인 집합들, 즉 사람들의 통념들, 과학적 개념들, 국가의 법제도들, 사법기관과 경찰력 등에 의해 틀 지워집니다. 인간 경험을 테두리 짓는 나눔과 배제의 구조에 따라, 어떤 광기를 일정한 형식에 따라 특정한 ‘광기’로 포착하게 되는 것이죠. 이 형식이 바로 광기를 규정하는 장치이고, 그건 두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 즉 비담론적인 것과 담론적인 것과의 결합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푸코는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장치는 언제나 권력과 긴밀히 연관됩니다. 권력은 여러 사회 세력, 세력 간 대결, 세력들이 마주치는 접점과 갈라서는 모순, 세력들의 행동을 구체화시키는 전략으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구성요소들이 순환적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관계망이 권력인 것입니다. 이러한 권력이 작동하는 형식을 가리켜 푸코는 ‘권력 장치’, dispositif de pouvior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공간 생산의 장치는 무엇일까요? 어떤 도시를 특정한 도시이게끔 규정해주는 형식, 보다 정확히 말해 어떤 공간을 하나의 도시로 생산해내는 형식을 가리킵니다. 공간 생산의 장치 또한 권력 장치 중 하나라는 점에서, 도시를 개발하는 다양한 사회 세력들의 관계망과 밀접히 연관됩니다. 그리하여 공간 생산의 장치는 공간을 생산하는 과정에 얽힌 국가, 건설 자본, 금융 자본, 재개발 조합 등의 사회 세력들, 그러한 사회 세력들이 벌이는 개발·재개발 사업이라는 게임, 그것이 벌어지는 도시 내 특정 장소·현장, 각자가 목표한 바를 실현하기 위한 개발·재개발 전략들을 구성요소로 갖습니다. 이는 사회 세력 간 전략적 행위를 규정하는 담론과 비담론의 영역들로 구분될 수 있겠죠. 이러한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총체화된 채로 순환적으로 작동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이 바로 공간 생산의 장치입니다. 강좌에서는 이 개념을 활용하여 한국의 도시 개발·재개발 사업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Q. 오늘날 도시 개발은 우리에게 너무 일상적인 언어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압축적 도시 성장을 했잖아요? 그 과정에서 개발이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변화했는지 궁금해요. 


 

 도시 개발은 아주 넓은 개념이에요. 우선 어떤 공간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어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에서부터 기존의 도시 환경을 재정비하는 것까지 포괄하죠. 그런 점에서 도시 개발이라는 용어는 좁은 의미의 도시 개발과 도시 재개발로 좁혀서 구분할 수 있어요. 다음으로 도시 개발·재개발 자체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도시 공간을 생산하는 규모나 어떤 건물이나 시설을 조성할 것이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죠. 더구나 시기 별로 주요한 사업 방식이 달라집니다. 도시화가 진행되는 역사적 과정에서 도시 공간을 생산하는 기법들이 새롭게 도입되고 변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1970년대에는 강남 개발을 진행하면서 토지구획정리사업이 도시 개발의 주요한 제도로 정착됩니다. 작게 나뉜 필지들을 통합해야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거나 도로와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데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토지수용과 관련한 제도도 체계적으로 마련되죠. 1980년대부터는 불량주택촌재개발의 사업 방식으로 합동 재개발이 도입됩니다. 주민 자조 방식으로 진행하던 것을 민영화하여 재개발 조합과 민간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였죠. 이후 합동 재개발은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상의 두 방식은 각각 도시 개발과 도시 재개발의 대표적인 수단들입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것들이죠.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국가와 자본이 도시 내 인구와 자원의 이동을 관리하기 위해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고자 다양한 사업 방식들을 실험하였죠. 그에 따라 개발 방식은 여러 차례 변형을 거듭했고, 그 결과 몇몇 사업 방식이 효과를 나타내자 안정적인 법제도로 확립된 것입니다.

 이번 강의에서 주요하게 다룰 주제인 공모형 PF라는 금융화 된 도시 개발·재개발 사업 방식 또한 이러한 역사적인 변화 과정 한가운데 놓여있습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그 연장선에서 도시 공간의 생산 또한 신자유주의, 특히 금융화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도시 개발의 사업 방식도 금융 자본의 영향력, 재무 논리에 좌지우지 되거나 현대 금융기법과 긴밀히 연관되는 등으로 변화되죠. 이때 토지구획정리사업, 합동 재개발 사업과 같이, 대표적인 도시 개발·재개발 방식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공모형 PF사업입니다.



Q. 현재 도시 개발 사업방식은 재생, 재개발, 재건축 등등 다양한 용어로 설명됩니다. 어떤 사업은 도시재생 이라하고, 어떤 사업은 도시재생 중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라고도 하고 개발방식에 따른 용어들이 뒤섞여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다루는 개발 방식은 어떤 방식일까요? 



 이번 강의에서 다룰 도시 공간의 개발 방식은 재건축이나 도시재생은 아닙니다. 이번 강의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도시 공간 생산의 한 측면은 바로 대규모 도시 개발·재개발 프로젝트들입니다. 특정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짓는 재건축, 기존의 공간의 역사나 문화를 보존하면서 공간을 재정비하는 도시재생 등도 중요한 쟁점들이죠. 하지만 금융화된 도시 개발 사업 방식, 신자유주의적 도시화에서 기업주의 도시가 추구하는 도시 공간의 특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도시 건설 현장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굳이 용어를 고르자면, 도시를 새롭게 조성한다는 의미의 도시 개발과 기존의 도시 공간을 정비한다는 의미의 도시 재개발을 다루고자 합니다. 법제도적으로 구분되는 특정한 사업들을 지칭하지 않고, 포괄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이는 대규모 도시 개발·재개발 프로젝트들이 진행될 때, 법제도적으로 구분되는 재건축, 재개발, 도시재생 등을 개별 사업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공모형 PF사업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드실 것입니다. 공모형 PF는 기본적으로 개발·재개발 사업 주체들의 사업 참여 및 투자 방식입니다.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대규모 도시 개발·재개발 프로젝트의 사업 주체와 투자의 형식에 해당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모형  PF는 재건축, 재개발, 재생 등에도 적용 가능한 자금 조달 수단이며, 토지 수용이나 철거 등 일련의 개발·재개발 사업 절차를 시행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이번 강의에서 공모형 PF를 통해 다루려는 도시 공간 생산의 측면은 국가와 자본이 개발·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형식,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Q. 공모형 PF가 상당히 중요한 개념인 것 같은데, 공모형 PF는 정확히 뭔가요? 




 공모형 PF는 프로젝트 파이낸스라는 현대 금융기법을 활용해 공공부문과 민간 자본이 함께 도시 개발·재개발 사업을 공모·투자·시행하는 사업 방식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국공유지를 대상으로, 도시 개발·재개발 사업을 수행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하여 선정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법인세법 상 PFV를 설립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민관합동 형태의 개발·재개발 사업 방식입니다. 여기서 프로젝트 파이낸스는 각 행위자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자금을 투자하는 현대 금융기법 중 하나입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특징이랄까요. 아니면 구성요소일 수도 있겠네요.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구성하며 독특한 성격을 형성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바로 AMC, PFV라는 특유한 법인과 PF-ABS, PF-ABCP와 같은 금융파생상품이죠. 전자는 다양한 행위자들을 사업에 참여시키며 사업의 권한을 집중시키되 사업에 따른 위험은 분산시켜주는 효과를 낳죠. 후자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을 연결하여 전통적인 기업 금융에 비해 더 큰 규모의 금융 자본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러한 특성은 공모형 PF를 적용한 사업에 참여한 행위자들에게 사업 성공 시에는 사업 규모를 키워 이윤을 더욱 높여주는 반면에 실패 시에는 해당 사업의 비용을 다양한 투자 주체들에게 나누어지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한마디로 이윤은 사유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하는 종래의 전략을 새로운 형태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략적 수단인 것이죠.


Q.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규모 재개발을 진행할 80년대에서 90년대에는 어떻게 개발자본을 형성한 거에요? 



 한국에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던 1980-90년대에는 발전주의 국가의 면모가 그대로 이어집니다. 도시 개발과 금융의 관계에서 보자면, 건설 자본은 사업에 따른 비용을 전통적인 기업 금융을 활용해 조달했죠. 금융 시장으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대신 차입금에 대한 부담을 국가가 나서서 보증해주는 방식으로 건설사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었죠. 나아가 각종 인허가 관련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보조금이나 특별법 등을 통해 행정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죠. 물론 이러한 행정적 지원은 현재에도 지속됩니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따라 금융 자본과 건설 자본의 관계가 달라집니다. 금융 자본의 직접 투자가 확대되는 것이죠. 국가 또한 건설 자본에게 직접적으로 재정 지원을 보장해주지 않고 시장의 논리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요구합니다. 대신 건설 자본의 자금 조달이나 사업 시행에 유리한 형태의 법제도를 마련해주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공모형 PF입니다.

 공모형 PF는 PFV라는 독특한 법인 형태를 활용해 공공 부문과 금융 자본이 직접 도시 개발·재개발 사업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제 대규모 개발·재개발 사업은 국가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 아래에 건설사가 자기 자본과 차입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형태에서 벗어납니다. 건설 자본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과 금융 자본이 함께 사업에 투자하게 됩니다. 투자 주체들이 다양해지고 투자 규모 자체도 건설 자본의 신용 규모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으로 확대되죠.



Q. 아.. 대단위 개발에 자본투입의 주체가 달라진거군요. 그렇게 자본투입의 경로, 혹은 주체가 다양해지면 우리 도시공간에 어떤 영향이 끼칠까요? 

어떻게 보세요?




 대단위 개발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다양화와 관련하여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공모형 PF의 제도화를 추동한 것은 건설 자본이라기보다는 중앙 정부와 지방 또는 도시 정부라는 것과 금융 시장의 직접 투자가 증대하였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대규모 도시 개발·재개발은 발전국가의 산업화 전략이 실행되는 와중에 건설 자본에게 이윤을 보장하여 그들에게 도시화에 필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즉 건설 자본을 발전 국가가 동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죠. 그런데 신자유주의 금융화 이후 현재의 대규모 도시 개발·재개발에서는 건설사뿐만 아니라 공공부문과 금융 시장에서도 도시를 이윤 창출의 장으로 전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이는 지구-도시화에 따른 도시 간 경쟁 심화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확산 등의 영향으로 기업주의 도시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대 금융기법의 발전에 의해 부동산을 상품화할 수 있게 되어 부동산이 금융적 축적의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도시 개발·재개발은 발전주의 시기 산업화 전략을 보완하는 주변적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신자유주의 금융화 시기에 이르러 자본 축적의 주요한 전략이 된 것이죠.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부동산을 통한 지대 추구, 즉 부동산 신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전에는 도시화가 산업화 과정에서 증대하는 인구를 관리하고 주택 및 기반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에 따른 부가적인 효과로 경제적 이윤이 창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도시화 과정은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도시 환경을 재정비하는 것처럼 바뀐 것 같습니다. 이전에 비해 도시 경관의 변화 자체가 자본의 이윤 실현을 표상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일 테죠. 달리 말해, 최근 도시 개발·재개발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활용하여 낙후한 도시 환경을 보다 세련되게 바꾸는 것을 목표로 내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공 부문과 건설 자본, 금융자본이 도시를 무대로 개발 이익 그 자체를 전유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게 아닐까요.


Q. 공간의 사회적 생산? 공간은 사회적 관계의 조건이자 동시에 사회적 관계의 결과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공간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음 환경이라는 용어와 매우 유사해보이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떤 것. 그런데 공간은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어떤 것도 포함합니다. 그렇기에 우리 밖에 있으면서 우리가 거하고 있는 방, 집, 거리, 마을 등을 떠올려볼 수 있죠. 다른 한편, 공간은 우리 내부에도 적용됩니다. 무언가를 인식할 때 그것이 머릿속에 떠오르죠. 그 이미지가 비춰지는 어떤 텅 빈 영역이 일종의 정신이 대상을 현상하는 공간일테죠. 하지만 공간의 사회적 생산이라는 개념은 내부의 정신적 공간이 아니라 외부의 물질적인 공간을 대상으로 갖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어떤 것 말이죠.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그 공간은 이미 건물, 시설, 거리 등으로 채워져 있죠. 그래서 어떤 공간에 우리가 속하느냐에 따라 삶의 양상이 달라지죠. 우리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인거죠. 반대로 우리가 그 공간 속에서 활동하면서 공간 내에 새로운 것들을 만들거나 기존의 것을 변화시킴으로써 원래 주어진 상태와는 다른 상태로 바꾸죠. 즉 공간은 우리 삶의 결과로 생산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게 에드워드 소자가 "공간과 비판사회이론"에서 말한 푸코와 르페브르를 경유해 설명하고자 했던 “공간은 사회적 관계의 조건이자 동시에 사회적 관계의 결과”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공간의 사회적 생산 개념을 이해할 때, 다음에 주의해야 합니다. 바로 해당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질문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개념은 물리적 환경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보려는 지정학적 연구, 전통적인 지리학적 연구의 문제설정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사회가 어떻게 물리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묻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포착하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문제설정이 전환됨에 따라 도시 공간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의 길을 열립니다.


Q. 신자유주의적 금융화, 신자유주의적 경제 등등 우리에게 신자유주의는 이제 너무 익숙한 용어가 되어 버린듯해요. 신자유주의와 도시- 공간- 도시개발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은 개발과 신자유주의 질서가 결합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는 거죠?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도시 개발은 크게 두 측면에서 변화를 일으킵니다. 하나는 현대 금융기법과 도시 개발 사업 방식의 결합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도시화를 추동하는 도시, 즉 기업주의 도시라는 독특한 행위자의 등장입니다.

 신자유주의 금융화는 자본 축적의 조건 변화와 이데올로기 변화 양자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우선 금융 자본의 영향력이 이전에 비해 강해져, 금융 자본이 여타 자본과 사회경제 영역 전반을 지배적으로 규정하게 하게 되는 변화를 가리킵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금융 자본의 영향력 증대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확산과 함께 진행되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국면적 전환에서 각종 현대 금융기법이 도입됩니다. 이제 금융 자본은 현대 금융기법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며, 현대 금융기법의 활용은 금융 자본의 재무적 논리를 전파하여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더욱 공고하게 해줍니다. 그에 따라 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금융 자본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금융적·재무적 논리에 의해 사업의 목적과 세부 내용이 규정됩니다. 특히 현대 금융기법 중 금융파생상품과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도시 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과 사업 참여 방식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금융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긴밀히 연계되면서 도시 개발의 사업 규모가 거대화되는 것이죠. 도시 개발 사업의 대규모화는 기업주의 도시의 등장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중앙 정부의 행정적 통제와 재정적 지원이 약화되자, 지방 정부 또는 도시 정부들은 각자 지역과 도시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도시 내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약화되고 경제성장 담론이 확산됩니다. 이와 함께 산업화와 도시화가 일정한 단계에 접어들자 도시 환경 자체도 낙후됩니다. 도시 개발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는 것이죠. 나아가 신자유주의 금융화 이후 도시를 무대로  국가 간 치열한 자본 유치 경쟁이 펼쳐집니다. 이에 지방 정부와 도시 정부들은 지역 거점으로서의 도시라는 지위를 얻기 위해서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규모 도시 개발·재개발 프로젝트들을 추진합니다. 그 결과, 도시 기업주의에 따른 도시 개발·재개발이 진행되며, 이것이 신자유주의적 도시화를 특징짓습니다. 다시 말해, 기업주의 도시의 등장은 도시 개발의 다음과 같은 변화, 즉 도시 개발 사업이 도시의 급속한 성장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추진되기 보다는 낙후한 도시 환경을 정비하여 도시의 경쟁력을 회복 및 향상시키기 위한 도시 간 경쟁의 차원에서 추진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주의 도시의 전략과 대규모 도시 개발·재개발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현대 금융기법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겠죠.


Q. 강의를 듣기 전에 가볍게 읽을 만한 텍스트가 있을까요? (도시 인문학이라든지..)




 이번 강좌에서 특정 이론서를 다루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엇을 추천해야 할지 쉽지 않네요.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도시사회학이나 공간정치경제학에 대한 개론서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조명래의 "공간으로 사회읽기", "현대사회의 도시론"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리고 여러 이론들을 살펴보기에는 한울 아카데미에서 나온 『현대 공간이론의 사상가들』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한국 도시 개발의 사례 연구들을 참고하고 싶으시다면, 최병두의 "자본의 도시"와 윤일성의 "도시는 정치다"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다음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 개발 역사를 살펴보기에는 임동근, 김종배 선생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이나 한종수, 강희용의 "강남의 탄생"이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좀 시간이 나신다면,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어요. 다채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고 서울 도시 개발 역사의 뒷얘기들이 나와서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5권까지라 분량이 많아서 한 번에 읽기가 쉽지는 않아요.

 이외에도 수업 중간에 공간과 도시를 연구한 앙리 르페브르, 데이비드 하비, 미셸 푸코, 리차드 세넷,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퍼드 등 대표적인 학자들의 책도 소개할께요. 가볍게 읽을 책들 몇 권만 소개하려고 했는데 얘기가 길어졌네요. 오히려 수강하시는 분들에게 부담을 더 지워드린 게 아닌지 걱정되는군요.


Q. 마지막으로 수강생들에게 부탁하거나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혹은 수강생들에게 한마디? 




 도시와 금융은 개별적으로 다루더라도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주제들입니다. 그럼에도 도시와 금융은 한국 사회에서 떼래야 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부동산 금융의 한 측면에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죠. 하지만 도시 공간 생산은 강제 철거와 같은 국가의 직접적 폭력과 건설사의 물리적 건축 행위만으로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그러한 행위들 뒤에 가려진 사업 기획, 투자, 시행 등 일련의 개발 과정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히 부동산에 대한 금융 시장의 투자가 언제나 자리하고 있죠. 이러한 공간 생산의 전체 과정을 파악할 때에야 비로소 공공성을 담보하고 인간을 중심에 두는 공간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로서도 도시에 대한 권리를 실현해주는 도시 공간을 생산하기 위해선 어떤 구체적 대안이 필요한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함께 공부하면서, 현재의 도시 공간 생산이 지닌 한계를 규명하고 새로운 도시 공간을 상상하기 위한 단초들을 발견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참 혹시나 도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데, 금융이나 경제에 대해서는 몰라서 듣기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가 등장하진 않으니까요. 그것보다는 경제 제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을 테니까요.









강사소개

박기형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현대 금융에 대한 비판적 논의들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화 이후 도시 공간 생산과 관련한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다.



 

강좌정보 

일시 : 2019년 1월 23일 ~ 2월 20일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4주간)

장소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정원 : 20명 

강좌회비 : 8만원 (입금계좌 : 기업은행 499-014958-01-010 백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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