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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음만나는정치철학 9강후기2017-07-22 14: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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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정치 철학을 처음 만나고 쓰는 후기 입니다. 강의 전체의 맥락을 잘 읽어내지 못할까 걱정이 되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고대와 중세에는 우주적 질서(위계의 원리)에 따라 국가가 구현되었습니다. 초월적 힘이 질서를 구축했고 그 속에서 개인 혹은 개별성은 부정당했습니다. 근대로 넘어오며 원자적 개인들간의 계약, 사회계약론을 통해 정치질서가 구축되었습니다. 개인의 자율성과 주체성은 긍정되었으나,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자’들이 충돌할 때, 각자의 개별성을 긍정하면서도 규제할 상위의 근거는 무엇인가? 그 질서는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가? 헤겔의 정치철학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헤겔은 진리를 ‘역사적 과정의 총체’로 보았습니다. (이는 진리를 동태적으로 봄을 의미합니다.) 즉 진리는 종말에 가서야 알 수 있으며, 그것의 결과만이 아니라 그결과를 만들어낸 일련의 과정의 총체가 진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운동)은 관계 전체를 포괄하는 어떤 본질의 자기전개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때 그 운동의 원리는 변증법 입니다.

변증법은 정(, These), (, Antithese), (, Synthese)의 원리입니다. 정과 반의 모순을 극복함으로써 지양(aufhebung, 모순의 극복. 모순되는 항을 보존하면서도 부정하는 것. 규정의 진전)을 실현하는 것이 변증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같은 대상을 보고, 어떤 이는 원이라 하고 다른 어떤 이는 사각형이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상이한 판단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를 모순이라 부릅니다. 앞서 말했듯 이와 같은 모순의 극복은 지양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위의 상황에서는 ‘원기둥’이라는 3차원의 도형이 ‘합’이 될 수 있겠지요. 이때 진리는 ‘원기둥’이 아닌 ‘원기둥’이 ‘합’이 되는 변증법의 논리 전체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변증법을 통해 운동하는 ‘어떤 것’은 무엇일까요? 헤겔은 운동이란 근본적으로 정신의 운동을 의미하며, 따라서 ‘어떤 것’이란 ‘정신’(Geist)이라 말합니다. 이때 그가 말하는 ‘정신’이란 개인의 이성이나 영혼이 아닌 ‘세계정신’(Weltgeist)을 의미하며 세계의 모든 개별자들은 하나의 정신이 분화된 결과입니다. (스피노자의 실체/양태 개념와 유사해 보이기도 하지만 헤겔은 진리를 과정의 총체로 인식함으로써 시간의 개념을 투입해 바라본 점이 결정적인 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헤겔에게 정신은 실체이자 주체입니다. 실체(절대정신)가 스스로를 타자화(부정)함으로써 사물은 형성되며 따라서 개별 사물의 본질은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는 나중에 법이 내면성에까지 작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또한 불충분한 규정들은 계속해서 ‘부정’됨으로써 조금 더 완전한 규정으로 진전하며 이 과정을 통해 완전한 규정, 현실적 보편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미규정된 정신의 일련의 부정(규정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자기로 복귀하는)을 정신의 자기 내 복귀라 합니다. 자기 내 복귀의 과정은 곧 역사이며, 자기 내 복귀를 완수하여 모든 본질들을 규정해낸 정신을 ‘절대정신’이라 부릅니다.

앞서 말했듯 정신의 자기전개 과정은 역사이고 헤겔에게 세계는 곧 역사입니다. 따라서 세계는 (공시태/정태가) 정신 운동 과정의 단계로 파악되어야 한다 말합니다. 헤겔이 역사를 이와 같이 바라봄으로써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자유’입니다. 이때 자유는 ‘자기보존의 의지’에서부터 시작하여 ‘타자의 의지와 공존 가능성에 기초한 자유’로 규정성을 확보해가는 자유를 말하며, 역사의 각 단계는 곧 자유의 확장 단계이고 따라서 역사는 규범적 자유의 근거로 작용하게 됩니다. 절대정신의 자기 실현과정을 통한 규정적, 현실적(앞서 말했던 부정을 통한 규범의 진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자유의 완성, 이는 오로지 국가 안에서 가능하다고 헤겔은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헤겔이 말하는 국가란 모든 자유를 최대규범(절대정신)아래에서 각자의 역할을 일일이 규정해 줄 수 있는 ‘헌법’을 가진 국가이고, 그런 국가만이 ‘만인의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국가라고 헤겔은 말합니다. 이는 곧 처음의 질문(“개인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긍정하면서도 그 개별성을 규제할 수 있는 상위의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이제 헤겔은 이와 같은 개념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역사/정치의 발전과정을 바라봄으로써 본인의 철학을 전개해나갑니다. 가족에서 국가로 가는 자유와 윤리의 변증법의 세부내용은 분량상(+시간상)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히 정리하고자 했던 것이 본 후기의 목적이었기에..)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기 감정적 통일’을 통해 관계 맺는 ‘가족’이 ‘시민사회’로 이행하며 발생하는 필연적인 충돌들(주관성과 주관성의 충돌)은 많은 문제/한계를 남김으로 주관(가족)과 객관(시민사회)이 통일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통일의 모델은 곧 헌법(객관적이지만 내면성으로 들어온 법, 절대적 보편)을 가진 ‘국가’(입헌군주정)이고 그러한 국가는 인륜성(윤리적 이념)의 현실태이며, 개인의 자기의식은 국가 안에서 실체적 자유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국가는 그 자체로 개인의 최고 목적이 되고 이로써 역사는 완성되었다고 헤겔은 말합니다.

헤겔은 절대정신의 완성으로 안정적인 국가를 완성하고 절대정신을 통해 개별을 규정함으로써 개별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질서를 구축할 근거를 찾았습니다. 절대적이고 신성한 국가, 헤겔에게 프로이센 제국의 입헌 군주국가란 역사의 완성태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헤겔에게 개인은 자유를 보장받은 존재지만 절대정신 아래에서 개별적 계기, 매개일 뿐이며 단독적 존재로서는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과정 자체를 긍정(?)하는 그의 철학이 역사적 비극들을 필연적 과정으로 본다는 비판도 뒤따르곤 합니다. 헤겔 철학의 이 같이 폭넓은 해석가능성들이 급진적인 진보세력에서부터 극단적인 보수세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헤겔을 자꾸 불러내도록 만드는 이유이겠지요. 개인적으로 그런 지점들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미르네바의 올빼미는 밤이 되기 직전 날아올랐습니다. 하루가 끝나는 순간 올빼미가 날개를 펼쳤듯, 헤겔도 역사의 끝에 서 역사의 완성을 선언하고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물론 그 뒤에도 쉽사리 밤이 찾아오진 않았지만, 그가 목도한 정신은 그럼에도 많은 것들을 남겼습니다.

 

짧지만 핵심을 꿰뚫는 후기를 작성하려 했으나 중간중간 흐름을 놓치는 바람에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부분이 많이 생략되고.. 하지만 어짜피 모든 규정은 불충분 하기에 끊임없는 부정, 자기 내 복귀를 통해 언젠간 절대정신을 목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후기를 끝맺겠습니다. 이번에서야 처음 만난 것이 너무 아쉬웠던 처음 만나는 정치철학 강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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