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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음 만나는 맑스 4강 후기2017-10-21 04: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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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후기 쓰는 걸 깜빡 잊고 있었네요... 

이번 처음 읽는 맑스 4강에서는 맑스의 '변증법'에 관해서 배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그룬트리세>와 <자본>, 두 텍스트를 살펴보았는데요, 역시 철학적인 내용으로 깊이 들어가는 만큼 이전까지에 비해 내용이 어려웠습니다. 선생님도 4강과 5강이 전체 강의 중 가장 어려운 내용이라고 하신만큼 다음 강의도 힘내서 들어야할 것 같습니다!

지난 강의는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개념으로 시작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 개념을 두고 <선언>의 문구를 빌려 '하나의 유령'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모두가 '맑스주의'하면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맑스주의 이론의 근본으로 여겨지는 개념이지만, 사실 맑스의 이론 내부에는 변증법이 하나의 체계로 존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맑스가 스스로 변증법의 체계를 정식화하지 않았다면 대체 누가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일까요?
여기에는 세 명의 주범(?)이 있습니다. 먼저 엥겔스가 있습니다. 맑스의 절친이자 이론적 동지였던 엥겔스는 맑스 사후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자연변증법> 등의 철학서들을 출판합니다. 여기에서 변증법에 대한 맑스의 생각은 일차적으로 체계화됩니다.
두번째로는 독일 사회민주당이 있습니다. 당시 독일 사회민주당은 맑스주의 정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집권을 눈앞에 둘 정도로 강력하게 성장합니다. 전국 노동자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기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독일 사민당은 노동자와 대중들을 위한 맑스주의 이론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맑스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맑스주의의 통속화, 법칙화, 교조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스탈린이 있습니다 스탈린은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통일된 학설이 곧 맑스주의라는 하나의 등식을 만듭니다. 그리고 당시의 많은 과학적 발명들을 변증법적 유물론의 체계에 끼워맞춰 이론을 정당화하는 요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엥겔스, 독일 사민당, 스탈린을 거치면서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하나의 체계가 맑스주의와 동일시되게 되었는데, 사실 맑스가 여러차례 밝힌 것과 같이 새로운 논리학 체계를 만드는 것은 결코 맑스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맑스가 헤겔의 변증법을 수용한 데에는 '영국의 경험주의'라는 하나의 시대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헤겔 좌파였던 맑스가 헤겔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서 그 대척점에 존재하는 경험주의의 요소를 수용하게 됩니다. 맑스의 중기 사상에 이러한 경험주의적인 요소가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맑스는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다시 한번 커다란 이론적 전환을 겪게 됩니다. 영국에 실제로 와서 보니, 영국 경험론자들의 이론들이 부르주아 사회를 옹호하는데 사용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맑스는 영국 경험주의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는 고전 정치경제학을 비판하기 위해 다시 자신의 이론에 헤겔의 변증법을 도입하게 되는 것 입니다. 요컨데, 맑스에게 변증법은 독자적 철학체계라기보다는 이론적 비판을 수행하기 위한 비판적 서술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살펴본 것은 이와 관련된 맑스의 저서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서설이었습니다. 맑스 생전에는 출간되지 못했던 이 책에는 맑스가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는 주요한 방식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고전 정치경제학이 이론을 전개하는 방법은 "구체에서 추상으로"입니다. 개별적 사례들을 고찰한 후 그것을 일반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본'에 대해 다룰때 삼성이나 현대 등 구체적인 기업들을 다룬 후 자본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을 다루는 것이 구체에서 추상으로 상승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삼성이라는 것은 사실 한국적인 맥락과 특색 속에서 생겨난 기업입니다. 여러가지 관계들의 복합적인 산물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되면 삼성은 자본을 사유하는 출발이 아니라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맑스는 이와는 반대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추상에서 구체로" 상승하는 방법입니다. 즉, 가장 단순한 것에서 출발하여 가장 복잡한 것까지 다루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자본>은 그 구성 방식이 '상품-화폐-자본'의 순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복잡한 형태인 자본을 규정하는 가장 단순한 것을 찾기 위해서 화폐와 상품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것입니다. 맑스가 이러한 방법을 취하는 것은 결국 기존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사유하기 위해 매개하는 이론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실제적 과정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의 방법으로 맑스가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추상에서 구체로 상승하는 방법입니다.

다음으로 살펴본 것은 맑스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자본>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1판 서문과 2판 후기를 살펴보며 <자본>의 방법론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본> 1판 서문을 배우면서 제가 가장 인상깊게 느꼈던 부분은 <자본>이 '반인격주의'를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의 반인격주의는 인간이나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거부한다는 뜻에서 반인격주의가 아닙니다. 자본주의라는 전체를 사유하는데 있어서 인간 개개인을 사유의 시점으로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맑스는 이를 두고 "경제적 형식의 분석에서는 현미경도, 화학적 시약도 소용이 없다. 추상력이 이를 대체한다"라고 표현합니다. 현미경을 통해 구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력을 통해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사유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맑스에게 개개인은 단순히 경제적 범주들, 계급관계와 이해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라는 점에서만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자본> 2판 후기에서 맑스는 고전 경제학이 더이상 중립적인 '과학'일 수 없음을 주장합니다. 고전 경제학의 경험주의적 방법론으로는 자본주의 이면에 존재하는 본질을 파악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자본주의를 자연적이며 필연적인 질서로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경제학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러므로 맑스에게 있어서 '맑스주의 경제학' 혹은 '사회주의 경제학'은 성립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하십니다.

마지막으로는 맑스에게 있어서의 변증법 그리고 헤겔의 변증법과 맑스의 변증법간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헤겔이 변증법에 대한 체계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헤겔은 관념론자이고 맑스는 유물론자이므로 그 변증법의 출발점이 다르다라고 평가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출발점 뿐만 아니라 그 귀결, 목적까지 다르다고 말씀하십니다. 맑스와 헤겔의 변증법 모두 어떠한 개념이 점점 고차적인 것, 즉 총체성으로 상승하는 것을 다루는 방법론입니다. 맑스의 총체성은 자본주의 사회의 총체성으로,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것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헤겔은 세계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서 절대이념의 총체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따라서 헤겔의 총체성은 긍정적 총체성이고, 맑스의 총체성은 부정적 총체성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비록 맑스 자신은 헤겔과 자신의 차이를 단순히 변증법의 시작점에만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의 차이는 맑스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저희는 4강을 통해 맑스의 변증법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이 다소간에 변증법을 도식적으로 이해하고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맑스의 변증법이 유용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에 대해 이루어지는 많은 연구들과 담론들이 여전히 그 본질이 아닌 현상만을 사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다음 강의에서는 <자본>을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이번 강의에서 배운 내용들이 <자본>의 논리적 구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듭니다. 그럼 이제는 (급히 쓴) 후기를 마쳐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긴 글이고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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