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기
제목[서교연 강독5] 아도르노의 <부정 변증법> 강독 강사 인터뷰 part22019-07-08 19:08:57
작성자
첨부파일800px-AdornoHorkheimerHabermasbyJeremyJShapiro2.png (298.1KB)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강독 강사 인터뷰 Part.2





Q. 기존의 서교연 강독강좌에서는 주로 프랑스 철학, 그것도 주로 (후기) 구조주의의 전통에 있는 사상가들을 다루었습니다. 이들의 기획과 아도르노의 기획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도르노만의 강점을 소개해주세요.

 

부정 사유 혹은 변증법은 소위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구조주의적 사유에 의해 이미 거부당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후기구조주의를 지칭할 때 저는 대표적으로 니체의 긍정주의적 사유를 대변하는 들뢰즈와 네그리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차이를 강조하는 들뢰즈와 비동일자를 강조하는 아도르노 철학의 공통점을 지칭하지만,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양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대립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니체 이후의) 긍정 사유와 (변증법적) 부정 사유 사이의 대립입니다.

 

들뢰즈는 변증법에서 주목하는 부정성 개념이 허무주의적 사유의 산물이며, 근대적 세계의 이항대립을 넘어선 차이와 복수성을 제대로 개념화하기 어렵다고 비판합니다. 또 변증법적 사유가 경험적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존의 배후에 존재하는 법칙을 찾고자 하므로 일종의 형이상학적 본질주의에 빠져 있다고 봅니다.

 

반면 아도르노는 철학은 그 근본에서 부정 사유일 수밖에 없으며, 긍정의 사유는 궁극적으로는 이데올로기로 귀결될 뿐이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이런 아도르노의 입장을 니체가 보았다면, 그는 이를 철저히 허무주의적이라고 공격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도르노는 긍정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순응과 타협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본질적으로 허무주의적이라고 보고 있지요.

 

변증법을 둘러싼 또 다른 논쟁 지점은 맑스주의와 관련된 것입니다. 알튀세르의 경우에 인식론적 단절(절단)을 강조하면서, 맑스 사유 내의 근본적인 (일종의 과학혁명적인) 단절과 불연속을 강조하는데요. 아도르노 역시 성숙기와 청년기 사이에 맑스 사유의 근본적인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고 이 점에서는 알튀세르와의 공통점을 갖습니다.

 

다만 양자의 차이는 마찬가지로 변증법에 대한 태도에서 두드러지는데, 알튀세르는 이 인식론적 단절이 맑스 이론과 그가 청년기 발딛고 있었던 헤겔주의와 독일 관념론의 문제틀로부터의 단절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따라서 성숙기 맑스에게서는 더 이상 헤겔적인 관념론적 변증법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헤겔을 대체하는 새로운 변증법의 구조를 정신분석학, 스피노자 존재론 그리고 마오의 모순론에서 발견하고자 시도합니다. 쉽게 말해 알튀세르는 (헤겔의 관념론적 모순 개념을 대체할) ‘모순의 구조를 재발명하는 것을 본인의 과제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아도르노는 이처럼 헤겔을 대체하는 모순의 구조에 대해 깊게 파헤치기보다는, ‘헤겔보다 더 헤겔적인방법을 택합니다. 변증법의 부정성이 갖는 사유의 역동성에 주목하는 것이죠. 그것은 말하자면 부정적인 것에 머물기입니다. 모든 사유는 부정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경험에 의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주어진 것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것을 분석하고 개념적으로 재구성하는 부정성의 노동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아도르노에게 변증법은 부정 사유로서 대상과 관계맺는 사유의 자세를 말합니다. 아도르노는 이렇게 변증법의 부정적, 비판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교조화된 맑스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아도르노와 알튀세르는 모두 소련 공산당의 공식 교리로 선포된 변증법의 극복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구체적 실행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관심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프랑스 철학과 아도르노 사이에 또 하나의 비교가 성립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것은 바로 이러한 비동일성에 대한 아도르노의 사유, 즉 개념과 실재 사이의 불일치에 대한 그의 강조와 여기서 비롯하는 내재적 비판의 가능성이 랑시에르의 불화개념과 맺는 유사성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인터뷰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고 강좌 시간에 더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강의 소개문을 보니, 아도르노를 다양한 철학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검토하시는데요. 어떤 맥락에서 비교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도르노의 철학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결코 아도르노 본인만의 철학이 아닙니다. 그는 언제나 다른 철학 조류들과의 논쟁과 비판 속에서 자신의 테제들을 전개합니다. 이러한 맥락을 읽지 못한다면 아도르노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도르노의 철학은 사실 이해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우리는 늘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특수한 철학사적 논쟁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헤아려야 하는데, 이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죠.

 

우선 아도르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칸트, 헤겔, 맑스, 그리고 니체, 프로이트, 벤야민 등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이들의 이론들을 동시에 어떻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전개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그가 그의 시대 철학적 라이벌들인 베르그송, 후설의 직관주의 철학, 하이데거의 기초존재론, 그리고 실증주의 철학과 사회학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변증법>이라는 책은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 독해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을 혼자 읽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 많은 철학자들의 이론들을 한 사람이 다 독파해내고 그 짜임관계 속에서 아도르노를 이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다가 던져버리고 포기하곤 합니다.

 

이 강좌의 목적 중 하나는 혼자서는 이루기 어려운 바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고, 아도르노의 철학을 그 논쟁의 짜임관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수강생 분들께서는 아도르노 자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근현대 철학사와 관련되어서도 어느 정도 통찰력과 독해능력이 생길 것입니다. 아도르노의 텍스트는 난해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이러한 철학사의 논쟁지점들을 꿰뚫어볼 수 있는 기초체력의 훈련을 시켜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기꺼이 수강생 분들의 그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한 PT 트레이너가 되겠습니다!

 

 
 

Q. 강의에서 <부정변증법><부정변증법 강의>를 메인 텍스트로 사용하시는데요, 두 책의 차이는 어떤 건가요? <부정변증법>을 쉽게 풀이한 책이 <부정변증법 강의>인지요? 그리고 강의에서는 어떻게 두 책을 읽어나갈 예정인가요?

 

말씀드렸다시피 <부정변증법>이라는 책은 어렵습니다. 저는 이 점에서는 아도르노가 굉장히 미운데요, 사실 그가 과도하고 불필요하게책을 어렵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어상으로는 매우 아름다운 문장이라 칭찬을 받기도 하는데요, 이건 외국인인 우리에겐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의 유려한 문장들은 그의 책을 외국어로 또는 번역본으로 읽어야 하는 우리에겐 재앙적인 고통을 주지요. 한 문장 한 문장이 시적인 압축으로 서술되어 있어 내용파악을 하기 전에 독해 자체가 힘이 듭니다. 말하자면 그의 텍스트를 읽는 것은 굉장히 고된 노동입니다. 그리고 시중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아도르노 철학에 대한 입문서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에겐 또 다른 텍스트가 있어요. 그는 <부정변증법>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대학교 수업시간에 동명의 강의를 진행합니다. 이 강의록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이 강의는 대학 학부생을 위한 것이므로 비교적 명료하고 쉽게 자신의 사유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강의록을 읽으면 우리는 아도르노가 굉장히 함축적인 언어로 서술하고 있는 그의 사유에 대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부정변증법 강의> 역시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부정변증법>을 읽는 것과, 그렇지 않고 바로 <부정변증법>의 첫 페이지를 펴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연유에서 이번 강좌에서는 앞부분에 <부정변증법 강의>를 함께 읽고, 그 뒤에 <부정변증법>을 읽는 것으로 커리큘럼을 정한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에는 관심이 있지만, 굳이 난해한 <부정변증법>까지 읽어야하나 고민하는 (예비) 수강생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난해한 텍스트를 왜 읽어야 할까요. 말씀드렸다시피 아도르노의 텍스트는 어려운 대신, 그의 책을 읽는 철학적 독자들을 훈련시켜주고, 따라서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분명 독자는 철학적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이번 강좌를 통해 많은 분들이 그러한 성장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비전공자가 혼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함께 읽고 풀어 읽고 서로 모르는 부분들을 공유해봄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하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도르노의 사유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의 이러한 사유가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고민지점을 던져주는지도 함께 토론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아도르노를 비롯해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사유를 보통 비판이론이라고 부르잖아요?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리에게는 어떠한 형태의 비판이론이 필요하고, 우리는 어떠한 비판이론을 형성해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번째 인터뷰는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강사소개 

한상원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맑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옮긴 책으로 공동체의 이론들(라움: 2017)이 있으며지은 책으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아우구스티누스맑스벤야민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에디투스: 2018)이 있다최근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여러 연구자들과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에디투스: 2019)을 함께 썼다현재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강좌정보

일시: 2019년 7월 20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8.31~9.28까지 강의는 강사의 사정으로 4시 30분에 시작합니다)

장소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강당[합정역 2번 출구 인근]

*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원 : 20

강좌회비 : 22만원 (입금계좌우리은행 1002-239-531656 김현준)



*강의 신청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구글닥스로 신청해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qcxv2WrzvAcpUybV418uQBAFfbkBP6yfwhJi8wO2A7k/edit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