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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연구계획서] 흑인 여성의 모성 : 억압의 지점에서 저항의 공간이 되기까지2019-07-05 19: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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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의 모성 : 억압의 지점에서 저항의 공간이 되기까지

해미


 

  이 글은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 에서 제시된 통제적 이미지로서의 ‘흑인 모성'의 생성 배경 및 작동 방식과 흑인 모성, 더 나아가 출산 및 양육에 대한 흑인 여성의 대응 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흑인 모성'이 흑인 여성에게 있어 억압의 지점인 동시에 저항의 지점이 되기도 함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성은 여성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구성된 개념이다. 흑인 여성의 모성 신화는 흑인의 노예화 과정에서 흑인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노동력의 착취를 정당화하려는 지배집단의 계략과 흑인만의 공간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구축된 확대가족 네트워크 내의 모성 중시 문화가 얽혀 생성된다. 흑인 여성은 ‘여성의 본능'으로 여겨지는 모성, 더 나아가 출산과 양육을 강요받고, 이에서 벗어나면 여성적이지 못한 존재라며 비난받거나 심하게는 처벌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모성을 둘러싼 여러 통제적 이미지들이 작동하게 되는데, 이 이미지들은 흑인 여성의 모성을 왜곡하여 흑인 여성이 하는 유모화된 유급노동과 양육이라는 무급노동의 착취를 정당화하는 데 복무한다. 가령 백인 지배집단에서는 흑인 여성이 백인 가정에서 수행하는 유모화된 노동을 자연화하여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한 유모 이미지가 작동한다. 이와 달리 흑인 공동체 내에서는 흑인 남성이 양육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흑인 여성에게 전가하게끔 해주는 가모장 이미지와 “강인한 흑인 어머니"라는 이미지가 작동한다. 이 이미지들은 흑인 남성만으로는 가족 임금이 충당되지 않기에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유급노동을 수행하는 흑인 여성에게 양육까지 떠넘기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그러나 흑인 여성은 양육을 위해서건,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건 노동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지배집단과 마주쳐야 했고 흑인 공동체, 곧 확대가족 네트워크를 벗어나 생존하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그래서 흑인 여성은 이 모성 신화가 만든 통제적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억압을 가하는 공간 내부에 머물러야 했다. 흑인 여성은 이 물리적 한계 내에서 모성에 대한 지배집단의 왜곡을 바로잡고 모성을 흑인 여성이 자기 정의를 하는 지점으로 되찾아온다. 모성을 통해 흑인 여성은 다른 흑인 여성과 자녀와 소통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새로운 안전한 공간을 창조한다. 이로써 억압의 지점이었던 왜곡된 흑인 모성은 흑인 여성을 통제하는 이미지와 거리를 두며 억압의 모순을 찾아내고 새롭게 스스로를 정의하며 생존하는 저항의 지점이 되는 것이다.  


다만 본 글의 중심은 ‘흑인 모성'이 흑인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기에 흑인 여성의 모성 신화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흑인 공동체 내에서 유지되던 시기, 곧 흑인을 대상으로 한 식민화와 노예제도가 있던 시기부터 인종분리가 해체되어 확대가족 네트워크가 약해지기 이전의 흑인여성의 상황으로 한정하여 살펴본다. 그렇기에 탈식민화 및 초국가적 상황의 출현과 더불어 변화 중인 전지구적 경제로 인해 확대가족 네트워크가 약해지는 현재, 흑인 여성의 모성과 출산 및 양육이 흑인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서는 후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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