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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주차 쪽글] 루빈의 집요한 '성 억압 추적기'를 읽고..2018-10-28 23: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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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을 읽으니 게일루빈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는가 무척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검색 보니, 게일루빈은 레즈비언이자 사도마조히스트이고 아동성애 성향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고 한다. 루빈은 이런 정체성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에게 많은 비난과 공격을 당했다는데, 5장을 읽으며 유동 답답함, 분노, 치열함이 느껴졌던 것은 착각이 아니었구나 싶다. 이런 루빈의 맥락들을 알게 되니 이론이란 도달해야 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 나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에서 오는 통찰로 만들어 같다는 확신이 든다. 정체성, 나를 둘러싼 상황과 역사를 설명하고자 하는 울분이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론이 되어간 과정을 게일 루빈의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론을 하려면 이 정도로 집요해야 한다는 것도..) 

 

 게일루빈은 1장에서 가부장제나 자본주의만으로는 여성억압을 설명할 없다며 '여성 거래'개념으로 젠더위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밝혀냈다. 그리고 5 '성을 사유하기'에서는 위계의 범주를 섹슈얼리티로 확장해 인정되지 않는 섹슈얼리티가 박해받아온 역사를 분석한다. 의학, 정신의학 등의 지식이 '정신적으로 열등한 성적 일탈자' 만들어내고, 경찰권력이 특정한 성애에 '범죄'라는 낙인을 찍으며 정치적, 경제적인 박해를 가하고, '성적 일탈자' 이웃들은 그들을 박해하는 것을 놀이처럼 즐겼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좋은 -나쁜 ', '축복받은 중심부-저주받은 주변부' 위계가 종교와 도덕을 떠나 자체로 자유로운 생명력을 가지며 공고해져 갔음을 게일 루빈은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금지된'섹슈얼리티 억압이 향하는 곳은 퀴어, 성노동자들이었음을 밝혀낸다. 

 

 루빈에 의하면 사람들이 성을 사유할 매우 강력하게 작용하는 다섯가지의 이데올로기가 있다. 나는 성행위에 대한 위계적 가치 평가 부분에 대해 계속 생각할 밖에 없었는데, 위계 피라미드의 가장 하위층에 있는 세대간 성애(아동성애) 또한 억압받고 있다는 급진적이고 논쟁적인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세대 성애, 특히 비청소년과 청소년의 성애에 대해 논쟁하는 자리에 있어도 이러나 저러나 욕먹을까봐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못했는데 아동성애가 갑자기 죄악시 되었던 당시 미국의 상황을, 루빈의 주장을 통해 읽어냄으로써 비로소 질문을 던져 있었다. (루빈이 던진 돌에 나의 비겁함이 맞아죽음..) 세대 성애는 아동성애만 문제가 되고 유독 아동성애를 문제시 하는 것의 목적은 무엇일까? 노인성애나 중년성애라는 말은 없는가? 아동, 청소년은 성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가? 범죄와 범죄가 아닌 것에 대한 의심, 그리고 합의 여부 이전에 합의가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가? 아동,청소년이 비청소년과의 관계세어 성범죄에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아동,청소년에게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박탈하고 보호의 관점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 아닌가

 

 루빈은 페미니스트들조차 섹슈얼리티 영역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근본주의자와 생각을 같이 하는 것을 비판한다. 모든 섹슈얼리티가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루빈의 주장은 잘못 인용되어 성적 대상화나 성폭력에 변명할 언어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 쉽다. 그러나 루빈은 합의냐 강제냐, 폭력이냐 아니냐의 틀에서 벗어나, 특정한 행동의 인정/금지가 만들어진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섹스/젠더 체계라는 새로운 분석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섹슈얼리티 이론에서 페미니즘이 특권적 위치를 점해야 한다는 전제에 도전하며, 페미니즘 운동이 '성애 쇼비니즘' 아닌, 풍부한 논의로 성에 대한 흥미로운 사유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루빈의 글을 읽으면서도 해결되지 않았던 고민은, 루빈이 논문을 당시의 미국과 현재 한국의 상황이 매우 다르며 미디어나 기술도 엄청나게 달라졌을텐데, 지금 한국의 페미니즘 논쟁에 루빈의 이론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루빈의 집요한 역사적 추적을 통해, '금지된 것' '이상한 것', '비정상'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그렇기에 억압과 위계를 더 분석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공부하면 한국 페미니즘 논쟁의 역사적 맥락들을 짚어내며 답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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