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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주차 쪽글]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해체하는 방법2019-04-19 19: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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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브라운은 『민주주의 살해하기』(2015) 1장 <민주주의 해체하기 : 신자유주의에 의한 국가와 주체의 재정립>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통치 이성이 민주주의를 해체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먼저 저자는 신자유주의 합리성으로 인해 주체의 경제화가 갖게 되는 특수한 성질을 살펴본다. 그다음 인간의 인적자본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한다. 저자는 모든 영역을 시장으로 보고 인간 역시 시장의 주체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적 자본으로 취급하는 신자유주의의 독특한 통치 기술이 개인과 국가의 경제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지침과 원칙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주체는 경제화를 적용하는 영역을 확장하는 현대 신자유주의 합리성으로 인해 언제 어디에서나 오로지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존재하게 된다. ‘경제화’가 인간 삶의 모든 측면에 적용된다는 것은 경제적인 삶이 (정치와 같은) 비경제적인 삶에 신자유주의 합리성에 적합한 지식, 형식, 내용, 지침을 재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안에서 개인 역시 그러한 경제화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취급된다. 

그로 인해, 인간은 교환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인이 아닌 모든 면에서 스스로를 기업가화한 ‘인적 자본’이라는 형태를 띤다. 주체는 기업을 모델로 삼아 기업가 정신, 자기-투자,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자기의 현재 자본 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래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처신한다. 이제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기업의 일원이자 기업 그 자체인, 그리고 그 둘 모두에서 기업에 적합한 관행을 답습한 행정 관행이 적용되는 경제인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는 오늘날 특히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금융 자본과 금융화로 인해 생산 경제에서 금융 경제로 중심을 이동한 신자유주의 합리성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운 특징을 가진 인적자본으로 재규정한다. 이때 개인은 금전적인 부의 생산, 축적, 투자의 영역이 아닌데도 기업가나 투자자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
 

신자유주의에서 이와 같은 인간의 인적자본화는 개인을 불평등만 낳는 경쟁으로, 끝없는 위험으로 내몬다.
먼저 개인의 안정, 안전, 생명은 오롯이 개인의 부담이 되었다. 신자유주의에 의해 사회는 기업가적이고 자기-투자적인 조각들로 파편화되어 소속을 통한 보호막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은 인적자본 취급을 받는 한 항상 전체의 한 요소로서 도구화되는 한편 자신의 능력이나 책임감과는 상관없이 잠재적으로는 버림받을 가능성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개인은 동등한 대우나 보장이 사라진 것에 대한 의심과 저항 대신, 경쟁력 제고와 포트폴리오의 가치 향상을 추구하게 된다. 인적자본은 기업화에 힘쓰고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키며 자신의 등급이나 순위를 높이는 과제에 의해 집중적으로 규정되고 통치되기 때문이다. 결국 불평등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지속되고, 경쟁은 끊임없이 승자와 패자를 낳아 개인을 불행하게 만든다.
 

존재의 모든 측면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독특한 이성 형식인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서서히 해체한다. 신자유주의에서 개인과 국가는 경영 대상이 되어 경제적 분석이 적용되고, 경제적인 목표는 정치적인 분석과 정치적인 목표를 대신하게 된다. 그로 인해 신자유주의 합리성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자유민주주의 이성과 민주적 상상력은 극심한 변화를 겪거나 자본 증식 기획에 흡수되고 혹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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