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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주차 쪽글] 제2물결 여성주의의 역사로부터, 여성주의의 새로운 상상력을 구성하기 2019-04-19 16: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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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피드백 받는 내용 참고하여 <지구화 시대의 정의> 쪽글 다시 작성했습니다!!



지구화 시대의 정의6(여성주의의 상상력에 대한 지도 그리기)에서 낸시 프레이저는 제2물결 여성주의의 흐름을 크게 세 국면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이러한 역사적 분석을 당대 여성주의 운동의 이론적-실천적 역량 강화에 활용하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프레이저의 이 기획은 지구화라는 흐름을 포섭하는 상상력을, , “재분배-인정-대표의 요구들을 통합”(196)하는 역량을 여성주의에 마련하는 일이다. 20세기 후반 자본주의의 변화와 그 요인들에 대한 검토, 그리고 이를 제2물결 여성주의의 흐름의 세 국면과 잇는 것(“여성 운동 내부의 변화들을 보다 폭넓은 역사적 발전 및 보다 큰 정치적 맥락과 연결”(175)하는 것)이 이 작업의 핵심에 놓여있다.

 

프레이저는 제2물결 여성주의 첫 번째 국면이 사회민주주의의 표준적 구조에 저항하는 신사회운동의 일부로 출발”(176)했다고 본다. 전후 번영기를 맞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사민주의는 계급 간 타협과 이를 가능케 했던 재분배 정책으로 대표되는데, 신사회운동은 이 표준적 구조의 토대에 있던 각종 배제적 규범성에 대한 비판적 움직임이었다. 이 흐름에서의 여성주의는 성차별과 남성지배를 향한 공격을 통해 사민주의의 경제주의적 상상력에 전제된 젠더 배제적 특징을 가시화-해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여성주의가 사민주의에 단순히 반대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당시 여성주의는 재분배 이외의 여타 사회문제들을 주변화하는 사민주의의 경향성을 비판하면서도, 사민주의적 복지국가(혹은, 그것이 지향하는 경제적 번영-평등의 이상)를 해체의 대상보다는 보다 급진적인 계획을 위한 기초로 간주”(179)했기 때문이다. 1989년 동구권 붕괴에서 파생된 자유시장주의의 득세와 이로 인한 사민주의의 약화는, 여성주의가 후자의 태도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탈사회주의적 시대정신에 보다 어울리는 정치적 요구”(180)에 응답할 의무가 여성주의 운동에 부여되기 시작한 것이다.

 

프레이저가 이해하는 제2물결 여성주의 두 번째 국면의 특징은 인정정치의 대두이다. 정치경제적 평등주의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공세 증대는 여성주의가 자기 역량을, ‘차이의 수용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변화에 더 많이 투하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이 국면에서는 (인정에 기초한 투쟁의 형태로서의) “정체성정치가 정치경제적 변혁과 분배정의로부터 분리”(181)되어 이전 국면에서보다 더 큰 자율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변동의 양상이 재분배-인정 양자에 대한 복합적 관심이나 기존 사회주의적 상상력의 심화 대신, 인정정치의 재분배정치에의 대체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케인즈주의에 바탕한 사민주의로부터 사회경제적 평등의 이념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로의 전회가 일어나던 당시, 재분배 문제에 대한 여성운동(을 비롯한 진보적 사회운동)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고, 여성운동은 젠더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싸우는 데 필요한 자원들을 더디게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185)

 

세 번째 국면에서 여성주의 정치는 앞선 국면들의 테마, , 재분배와 인정의 문제를 종합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초국적 공간에서 발견/시작될 수 있음을 프레이저는 강조하고 있다. 초국적 여성주의자들은 초국적 세력들에 의해 자행되는 젠더부정의를 비가시화하는 영토국가라는 틀, 혹은 (프레이저의 말을 빌리자면) “잘못 설정된 틀”(194)을 비판하고 있다. 프레이저는 이들에게서, 재분배-인정이라는 이전 국면의 문제의식을 뛰어넘어야만 하는 여성주의 세 번째 국면의 핵심, ‘대표의 문제의식을 본다. 대표의 문제의식은, “이미 확립된 정치공동체 내부에서 적합하게 포함될 수 없는 정의에 관한 논쟁들의 틀을 새롭게 설정”(195)하기를 요구한다. 이는 이미 구성된 정치공동체의 단위, 경계 자체를 문제화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렇듯 프레이저에서 대표라는 범주는 여성주의의 이전 국면들의 한계를 넘고, 그들을 통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재분배-인정-대표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들을 통합하는 삼차원적 정치를 지구화하는 시대에 발생하는 젠더부정의의 전 영역에 도전”(196)할 가능성을 제공하는, 여성주의의 새로운 상상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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