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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주차 쪽글] 신자유주의의 핵심: 경제화와 삶의 재편2019-04-18 12: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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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핵심: 경제화와 삶의 재편 


웬디 브라운의 민주주의 살해하기(2017)1장과 2장에서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대두된 신자유주의를 푸코적 사유로 분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어떤 정치합리성과도 공존할 수 있는 유동성을 지니지만, 인간 삶의 모든 것을 경제화하는 명확한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러한 경제화의 특징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서 생존과 부의 추구를 제외한 삶의 형태를 강탈한다고 말한다. 푸코의 관점이 지닌 일련의 개인적·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브라운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계보학적 사유가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탈()민주주의 효과를 이론화하는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것”(61)임을 강조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난다. 학적인 기반은 프라이부르크 학파와 시카고 학파로 나뉘고, 시대와 지역 그리고 정치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명명되고 재현된다. 신자유주의 개념의 이러한 모호성과 다의성은 관찰자들이 신자유주의를 느슨하고도 유동적인 기표”(20)역설”(22)로 모호하게 정의하게 했고, 이에 대한 의미있는 통찰을 방해하였다. 이는 푸코의 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 본서의 기반이 되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은 미셸 푸코가 1970년대 말에 한 강의를 기록한 것이다. 브라운에 따르면 당시 신자유주의는 지식인들에 의해 서구 선진국들이 남미 개발도상국에 강제한 그 무언가”(61)로 받아들여졌고, 이러한 경제 실험의 의미를 이해한 신제국주의론의 추종자들조차 신자유주의의 서구 사회에서의 움직임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62) 얼마 지나지 않은 80년대가 대처와 레이건으로 대변되는 제1세계의 신자유주의화 시대였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몰이해를 해소하고자 상기한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을 논의의 중심으로 불러낸다.

 

핵심은 신자유주의 합리성이 시장 모델을 모든 영역과 활동(돈과 아무 상관이 없는 영역과 활동에조차도)에 퍼뜨리고 있으며 인간이라는 존재를 언제나, 오로지, 어디에서나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철저한 시장 행위자로 규정한다는 데 있다.” (36)

 

푸코의 강의록은 신자유주의를 규범적 이성으로 규정하며, 그 핵심을 경제화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요컨대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시장 원칙으로 해명하고 한정하려는 것에 있다. 물론 경제라는 단어는 시공간적 포괄성을 띠기에, 경제화의 원리를 신자유주의에 국한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푸코가 규명하는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가 1950년대부터 점진적으로 개편된 형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푸코는 자유주의 역시 시장 통치성을 염두에 두고 탄생”(72)했다고 주장하지만, “시장 자체를 인간이나 정부의 원칙으로 격상시키지 않는다”(76)는 점을 명확히 한다. , 자유주의도 시장을 통치 원칙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이 원칙은 오직 경제 주체나 정치 주체를 해방하려는 목적에서 수단으로 동원될 뿐이었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의 점진적인 재편은 시장 원리를 비경제적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키는 독특한 방식으로 경제화를 추진했고, 이는 경제가 개인과 국가를 복속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복속 과정은 세 요인(경제, 국가, 개인) 모두의 변화를 촉발한다. 자립적인 영역이었던 경제는 부양책임자로서 국가를 지목하고, 국가는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사회 정책부터 사법 제도까지 모든 영역을 재편한다. 이러한 구도 하에서 개인은 정치와 경제의 주체 대신 인적자본으로 규정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국가는 인적자본을 개발하고 재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51)하기에, 공공의 영역은 점차 축소되어 개인의 활동을 제한한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는 개인을 경제 체제와 경제 체계에 전반적으로 순응하는 국민”(86)의 형태로 양산한다. 경제 성장 이외의 공공 영역이 모두 증발하였고, 경제적이지 않은 삶의 형태가 모두 부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생존과 부의 축적만을 쫓게 되고, 이를 위해 국가적인 경제 성장에 의존하며 (인적)자본으로 부역할 수밖에 없다.

 

푸코의 연구를 계승하는 브라운의 사유는 신자유주의를 뚜렷하게 파악하고, 그 핵심 특징인 경제화가 자유주의에서 변용되는 과정과 이에 따른 결과를 충실하게 추적한다. 자유주의는 모든 영역과 활동을 시장 원리에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그 결과인 신자유주의는 이전에는 해방의 도구였던 경제를 중심으로 인간과 국가를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브라운은 2장 말미에는 푸코의 분석틀이 가진 여러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푸코의 논의에서 근대의 호모 폴리티쿠스’, 즉 정치적 인간이 간과되고 있음을 비판한다. 도덕행위자, 주권자,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개인을 지탱하는 민주주의에 가해지는 위협은 오직 호모 폴리티쿠스를 인적자본이 대체하는 과정에서만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중심으로 푸코의 연구를 반박하고 발전시킬 것을 적시하며, 다음 장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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