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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주차] 젠더정의를 향한 삼차원적 상상력 / 세계화가 왜 여성에 대한 전쟁인가?2019-04-12 06: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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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정의를 향한 삼차원적 상상력

 

낸시 프레이저는 지구화 시대의 정의6<여성주의 상상력에 대한 지도 그리기>에서 젠더정의 실현을 위한 여성주의 투쟁에서 요구되는 것은 재분배, 인정, 대표의 균형과 통합을 이룬 삼차원적 정치임을 주장한다. 낸시 프레이저는 여성주의의 제2의 물결의 역사를 세 국면으로 나누고, 세 국면을 따라 변형된 여성주의 상상력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또한 여성주의 상상력을 탈공산주의화와 신자유주의라는 폭 넓은 지구화 과정 속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약화된 여성주의 정치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낸시 프레이저가 수행하는 지구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여성주의 상상력의 지도 그리기는 불평등한 분배, 무시, 대표불능 이라는 젠더부정의에 도전하기 위한 삼차원적 정치의 발전을 사고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여성주의의 제2의 물결의 첫번째 국면은 1960년대 신사회운동들과 함께 시작된다. 신사회운동들은 서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와 계급 간 재분배를 강조하는 사회 민주주의의 번영 속에 가려져 있던 근대 자본주의적 핵심 성격들을 문제로 삼았다. 이 시기 여성주의 상상력은 사회경제적 재분배를 넘어서 사회적 평등이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여성주의자들은 젠더를 고려하도록’, ‘사적인 것’, 즉 가사노동, , 출산을 정치적 주제에 포함하도록 저항했다. 젠더를 배제하는 남성중심적인 사회민주주의 국가주의를 거부하던 초기의 여성주의는 복지국가 해체보다는 남성지배를 해소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사회민주주의와 애매한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1989년 이후 동구권 공산주의의 몰락, 지구화와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젠더평등을 위한 여성주의 운동의 토대로 삼았던 사회민주주의는 붕괴한다. 여성주의는 탈사회주의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요구받게 되었다.

 

두번째 국면에서 여성주의 상상력은 재분배에서 인정으로 전환한다. ‘차이를 인정할필요성을 강조하는 인정에 대한 새로운 지향은 정체성정치의 형식을 취했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신분질서에 기초한 남성지배 형태들에 주의를 집중하였다. 이 결과 정체성정치는 사회적 평등이념의 확장, 정치경제적 변혁과 분배정의로부터 분리된다. 사회적인 투쟁을 문화적인 투쟁에 종속시키고, 재분배정치를 인정정치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았다.”(182) 종속을 정치경제와 무관한 문화적 문제로 간주한 결과 여성주의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수 힘을 잃게 되었다. 기업들에 의한 지구화, 탈공산주의화, 신자유주의라는 보다 큰 그림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성주의자들은 새로운 상황 하에서 젠더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싸우는 데 필요한 자원들을 더디게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185)” 재분배와 인정의 균형을 형성하는 것이 세번째 국면의 과제가 된다.


세 번째 국면에서 여성주의는 초국적 공간에서 초국적 정치로 실행되고 있다. 초국적 여성주의자들은 정치적 주장의 틀을 영토국가 단위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영토국가라는 틀의 전체적 효과는 국경을 초월하는 젠더부정의에 대한 민주적 성찰 자체를 배제해 버리는 것이다.”(193) ‘잘못 설정된 틀과의 대결을 통해 여성주의 상상력은 대표의 차원으로 전환한다. ‘대표는 여성들의 동등한 정치적 발언권에 대한 요구를 넘어서 정의에 관한 논쟁의 틀을 새롭게 설정할 것을 요구한다. 평등주의적이고 성-인지적인 재분배정치와 인정정치의 협력과 대표가 삼차원적 정치로 통합된다면 여성주의 상상력은 젠더부정의의 전 영역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가 왜 여성에 대한 전쟁인가?

 

실비아 페데리치는 혁명의 영점2부에서 전 지구적인 관점으로 세계화와 사회적 재생산과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페데리치는 재생산의 재구조화가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장을 위해 신국제노동분업, 전쟁과 같은 가면을 쓰고 여성의 재생산을 공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경제세계화에 저항하기 위한 여성주의 정치전략의 한계는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끝나지 않은 여성주의 혁명을 위한 재생산의 재조직화의 길을 제시한다.

  

신국제노동분업은 여성노동을 활용하기 위한 국제적인 구조조정이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은 구조조정, 해외부채 상환, 사유화, 지적 재산권 등을 무기로 제3세계의 사회적 재생산을 파괴하여 여성노동을 신국제분업 노동라인으로 조직한다. 노동자의 권리가 없는 노동 환경인 자유무역지대는 여성착취를 강화하고 강제노동을 부활시킨다. 거대한 규모의 여성 노동 수출은 선진국 대도시 노동력 재생산에 동원되어 여성의 양육자 이미지를 강화하고 가사노동에 대한 평가 절하를 고정화한다. 남성 노동자를 성적으로 재생산하는 섹스 산업은 여성의 성적 이미지를 강화한다. 여성 노동력을 세계경제에 통합시킴으로써 여성 간 분열 심화하고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잠식시킨다. 파국적 조치를 통한 재생산 노동의 전 지구적 재구조화를 통해 자본주의적 관계는 확장한다.

 

자본주의적 팽창은 축적의 논리에 귀속되지 않는 모든 경제활동을 파괴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폭력적이다. 그러나 세계화가 원하는 것은 직접적인 영토점령이 아닌 다국적 자본의 진출을 위한 정책과 자원통제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전쟁을 이용한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회불안과 하부구조 파괴, 극심한 빈곤은 전쟁의 원인이 되고,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식량원조와 결합된 군사개입은 세계화 세력들의 신제국주의 프로젝트를 완수시킨다. 전쟁에 의한 농업의 상품화는 자급농민 여성들의 물질적 조건을 파괴한다.

 

세계화가 왜 여성에 대한 전쟁인가?

세계화의 목표는 노동과 천연자원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기업자본에게 넘겨주는 것이다.”(154) 즉 세계화는 노동자들의 노동거부를 좌절시키기 위해 노동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시키는 전략”(155)이다. 성적 위계질서에 반대하고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받고자 하며, 공유재 파괴를 저지하여 자급지향적인 농업을 지키려는 여성들의 투쟁은 세계화의 결정적인 걸림돌이므로 체계적인 공격의 대상이 된다.

 

국제적인 여성운동은 자본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여성운동이 세계시장의 합리화를 위한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평등에 대한 요구와 국제적 자본의 역할에 대한 비판을 분리시킬 수 없음”(137)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성주의 정치전략은 성차별 반대투쟁을 반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사고”(136)해야 하며 구조조정의 폐지와 자본의 세계적 팽창을 지탱하는 기관들의 권위 축소를 위한 투쟁을 포함해야 한다.

 

재생산노동은 세계경제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축소되거나 상업화할 수 없으며, 사적인 것이고 여성의 책임이라고 가치절하되는 한 여성은 해방에 이를 수 없다. 여성해방을 위해서는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해야 한다. 여성들 스스로 아래로부터 조직하는 힘만이 삶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다. 자본주의 축적의 원리 위에 구축되지 않는 재생산의 재조직화를 위한 영역은 토지탈취, 도시농업, 공동체 차원에서 지원하는 농업, 빈집점거, 다양한 형태의 물물교환, 상호부조, 대안적인 보건의 창출 등의 직접행동과 생계형 활동이다. 새로운 경제를 향한 혁명은 저항하는 자들의 재생산을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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