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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주차 쪽글] 동성애의 이중거부, 그리고 여성억압과 남성성 구축2018-10-19 16: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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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쪽글] 동성애의 이중거부, 그리고 여성억압과 남성성 구축 (준택)

 

주디스버틀러가 우울증적 젠더/거부된 동일시에서 고안한 개념인 우울증적 젠더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이성애중심주의 토대 위에서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우울증적 젠더개념을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이 형성되는 사례들을 분석해보고, 우울증적 젠더를 해체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간략히 논해보고자 한다.

 

우울증적 젠더, 우울증(동성애를 이중 부정함으로써 나타난 해소될 수 없는 슬픔)을 연출한 결과물로서의 젠더이다. 이는, 정신적으로 구별이 안 되고 어머니를 욕망하는 여자 아이가 오이디푸스 단계를 거쳐 이성애가 강제되고 여성적인 여성이 되어간다는 게일루빈(여성거래)의 통찰과 맞닿아있다. 쉽게 바꿔 말하면, 이성애중심주의 토대 위에서 부분적으로 탄생한 남성성과 여성성이다. 사람들은 이성애적 연애대상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성별화된 운동을 수행한다. 여성은 요가와 필라테스를 통해 여성적인 몸을 만들고, 남성은 헬스를 통해 남성적인 몸을 만든다. 그 결과로서 ‘s라인근육질이라는 젠더를 입는다. 그리고 사회에서 통용되는 남성은 능력, 여성은 외모라는 말도 동일한 작동방식을 취한다. 팔루스를 가진 남성은 여성들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능력은 곧 경제적인 능력이다. 남성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팔루스가 없고 거세를 받아들인여성은 팔루스를 가진남성에 의해서만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사회는 여성들이 더욱더 외모를 가꾸도록 압박한다.

 

우울증적 젠더는 특히 남성성의 작동방식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개념적 도구이다. 거부된 동성애가 자아에 합체된 결과물로서의 남성성은, 동성애를 금기시하며 남성성을 수호하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군대는 남성집단이자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남성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전투능력을 향상한다. 남성성의 약화는 곧 전투능력의 저하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군형법 제92조의6이 있다. 게이를 색출하고, 사적 공간에서 남성 연인간의 섹스를 처벌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걸그룹을 초청하는 소위 위문공연군장병들의 사기 고취라는 명목으로 행해진다. (여성억압이 드러나는 지점인데, 더 많은 남성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 위해 걸그룹은 더욱 여성스러워져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고, 몸매관리 운동을 하고, 필요하면 성형수술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다.) 둘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한쪽에서는 처벌의 형태로, 다른 한쪽에서는 독려’(남성에게는 독려이지만, 여성에게는 성적 억압이자 성 상품화이다)의 형태로 이성애 정체성으로서의 남성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성애 정체성으로서의 남성성 구축은 여성억압과 성소수자혐오를 만들어내는 주요기제이다. 여성억압과 성소수자혐오를 종식하기 위해서 남성성에 대한 거부와 해체가 필요하다. 여성들이 탈코르셋운동을 하듯이, 남성들도 탈남성성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규범적인 남성성과 멀어질수록, 남성젠더를 벗어던질수록, 드랙을 실천할수록, “더 나약”(p.371)해질 것이다. 남성답지 못하고 계집애같고 게이같다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 유동적인 존재가 되어가므로 남성젠더를 벗겨내고 강제적 이성애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시작하고 지속해야 한다. 그래서 남성 위치성에서 페미니즘운동은 페미니즘정치와 퀴어정치의 교차지점에서 태동할 것이다. 미국의 성차별을 반대하는 전국 남성 연맹(NOMAS)이 내세운 기본원칙 3가지, -여성주의(pro-feminst), 동성애 긍정(gay affirmative), 남성 긍정(male positive)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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