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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주차 쪽글] 차별의 재구성과 허울 좋은 '百姓 Life'2019-04-05 01: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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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의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전반부가 신자유주의와 여성의 삶을 역사적이고 제도적인 관점에서 엮어냈다면, 후반부(6~12)는 이에 대응하는 사회적 동요를 다루고 여성의 생존전략을 논하고자 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회 도처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나고 있기에, 저자의 문제의식과 해법은 저자가 살아온 일본 사회 전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논의는 다음과 같이 총 세 부분으로 분리된다. 여성이 겪는 아픔을 그리는 6장에서 8,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성차별을 꼬집는 9장에서 11, 그리고 여성의 생존전략을 논하는 12. 저자는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사회를 해체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와 경험을 꼼꼼히 제시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아쉽게도 그가 비판하는 것과 비슷한 무게를 지닌다.

 

앞부분인 6장에서 8장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과 반발을 다룬다. 6장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은 딸의 이중부담이다. 신자유주의 사회 내에서 여성은 여자로서의 행복인 결혼과 출산뿐 아니라, “‘남자와 같은수준의 성공인 노동시장에서의 성취도 기대된다.(182) 7장은 주로 남성패자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젠더의 비대칭성이 있다. 미디어는 남녀 간의 격차는 당연지사’”로 여겼으나 남성들 사이에서 문제가 된 순간, 격차는 정치적인 문제가 되었다.”(201) “곤경에 처한 여성의 공격성은 대개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반면,” “부정과 도피, 중독이 남자의 필살기로서 활약한다.(214) 8장이 다루는 것은 여성혐오. “세대나 배경도 다르고 동기도 각기 다른 사람들”(228)이 같은 시기에 여성혐오를 자행한다. 이들은 정말로 맞서야할 강한 적··재계의 복합권력대신, “개혁으로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약자인 여성을 공격하기에 나선 것이다.(223) 신자유주의는 불만을 생산하면서 반대로 그 불만을 이용하면서 추진”(225)하는 방식으로, 여성혐오의 추동자인 내셔널리즘과 기묘하게 결탁한다. 여성혐오가 신자유주의에 내재한다는 이 추론은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성차별을 지적하는 다음 장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9장에서 꼬집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연대해야 할 여성들을 연대할 수 없게 만든 상황”(273)을 초래해, 유효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은 지금까지 손에 넣지 못했던 다양한 선택지”(251)을 여성에게 부여했으나, 이 개혁은 어디까지나 탈공업화와 정보혁명이 초래한 세계사적 변화에 맞선 각국 정··재계의 대응전략이다. 그 결과, “정보혁명은 노동의 성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단순히 재편성”(260)했다. 이렇게 여성은 서로와 연대 대신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10장에서는 경제학자 가와구치 아키라의 연구를 토대로 퇴직률이 높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라는 주장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여성의 높은 출산퇴직률은 비정규직 고용률 증가와 보육행정의 빈약함 탓이지만, 이러한 가정에서의 성별분업경제학은 시장 외적변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각되고 여성에 대한 차별만 재생산된다.(287) 하지만 일본적 고용제도는 여성차별을 불가결한 구성 요소로 삼고 있”(291)기에, 일본 기업은 다양한 소규모 시장들의 집합인 세계 시장에서 패배할 확률이 높다. “다양성 전략의 첫 걸음은 먼저 성별의 다양성이기 때문이다.(293) 그러나 저자는 가와구치 아키라가 장려하는 평등 균형의 혁신적 기업(중략)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기업”(294)이라고 평하며, “여성이 살 길이자 성차별 해소의 열쇠는 퇴직률을 낮추는 것’”(304)이라는 주장의 한계를 11장에서 밝힌다. “이 경쟁에 남성들과 대등하게 싸워서 이겨라라는 말은 신자유주의 세계에 순응하라는 것”(307)이며, 이는 남성에게 맞추어진 경쟁의 규칙에서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신자유주의의 덫이라 표현하며(318), 여성을 비롯한 사회 전체가 여기서 벗어날 방안을 촉구한다.

 

여성의 생존전략을 모색하고자, 12장에서 저자는 먼저 에비하라 츠구오를 필두로 한 세 사람의 여학생 취업활동 저서를 살펴보고, 이를 모두 운좋게 정규직을 손에 넣은 사람들을 위한 것”(342)이라고 평한다. 특히 서양의 발전 양상에서 비롯된 에비하라의 낙관론은 73년 오일쇼크 이래 남성 가장 노동자의 고용보호에 주력”(332)한 일본의 상황, 그리고 선진국의 성평등이 세계적 규모로 보면 다른 사회의 여성의 노동을 발판으로 삼은 것”(334)을 망각하고 있기에 비판을 받는다. 이어 저자는 세 가지 생존전략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국가 차원의 유연한 노동이다.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배우자공제 폐지, 노동시간 총량 주 35시간으로 규제, 덴마크식 플렉시큐리티 등으로 성취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업 차원의 해법이다. “퇴직이 모든 악의 근원이 되는 일본적 고용 관행을 폐기”(338)하면, 여성은 상기한 가정에서의 성별분업을 기반으로 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적 레벨의 생존전략으로 수입원의 분산연대를 제시한다. 각각 수입원을 다양화해서 위험률을 분산해야 한다”(347), “약자는 약자이기 때문에 더욱 연대할 필요가 있다”(351)는 이유를 지닌다. “수입원은 물론 정신적 의지처나 아이덴티티도 다양화해서 삶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현명하다”(353)는 마지막 장의 어구는 이러한 생존전략을 가장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본 저서에서 저자가 고찰하고 있는 것은 여성혐오적인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에서 여성 개인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살아남는가이다. 그리고 여성 개인의 경험은 인용된 자료와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설득력 있게 재구성되어 전달된다. 그러나 저자가 百姓 Life’라고 명명한 수입원의 분산은 직전까지의 서술과는 달리 현실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저자는 고용의 붕괴가 낳은 참담한 실태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최저임금은 오르지 않고 표준 노동시간을 다 채워도 생활보호가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워킹푸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싱글맘 중에는 투잡, 쓰리잡을 뛰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유흥업에 뛰어드는 사람까지 있다.”(202) 이런 현실에서 눈앞의 아이를 우선해서 직장을 희생한 그녀는 대신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353)라는 견해는 무신경하게 들리고, “내가 아는 일본인 여성은 어떤 지원도 없이 혼자 미국에 가서 일본인 가정의 가정교사를 하면서 마사지사도 하고 개인적으로 수입 대행업도 하면서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349-350)라는 발화는 신자유주의의 노력 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까지 준다. 물론 부제에 쓰인 대로 이 저서는 생존전략서긴 하지만, 에비하라 등의 해법을 정규직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에 비해 최종장의 제언은 실망스럽다. 하지만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는 신자유주의의 여성혐오에 대한 우에노 선생의 첨예한 분석을 담고 있으며, 이는 현대 한국 사회에도 충분히 호환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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