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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1주차 인용문 분석] 『흑인 페미니즘 사상』 4장2019-06-07 01: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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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여성의 제제벨/후치 이미지는 근대 이후의 이항적 사유체계의 배제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콜린스는 흑인여성에 대한 통제적인 이미지를 소개하면서, 흑인여성 전체에 성적 공격성을 부과하는 "제제벨" 및 "후치" 이미지를 묘사한다. 다음은 제제벨/후치 이미지가 이항적 사유의 맥락에서 갖는 의미를 분석하는 부분이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관련하여 제제벨과 후치라는 통제적 이미지는 각각 정상적/일탈적 이항 중 뒤의 항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인종,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가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여러 억압을 떠받치는 이러한 이항적 사유를 확장해보면, 동성애는 이성애에 대립적이고 열등한 "타자"로 구성되며 이성애는 이러한 동성애와 병치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제벨은 이러한 광범위한 대립적 차이에서 이성애와 동성애의 경계를 흐리는 이상한 존재가 된다. (…) 후치는 "일탈적인 여성 섹슈얼리티"가 한데 합류하는 곳에 존재한다. 이들 중 일부는 돈을 위해 성을 파는 물질주의적 욕심을 연상시키며, 다른 일부는 다른 여성들과 잠자리를 하는 것과 같은 이른바 일탈적인 성적 행동을 연상시키고, 또 다른 일부는 구강섹스와 항문섹스 같은 "이상한" 성적 행동과 연결된다." (154)


[추가: 흑인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정의하는 제제벨/후치 이미지는 정상적/일탈적 이항 중 뒤의 항”, 즉 일탈적 항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이항적 사유인종,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가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여러 억압을 떠받치기에, 다른 섹슈얼리티도 타자화되어 일탈적 항에 놓인다. “동성애는 이성애에 대립적이고 열등한 타자로 구성되고, 매춘이나 구강섹스와 항문섹스도 비슷하게 타자화된다. 괄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이항적 사유에서 흑인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이들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제제벨/후치라는 흑인여성에 대한 통제적 이미지는 매춘, 동성애, ‘이상성애가 합류하는 지점에 존재하게 되고, 이 이미지에서 여러 요소들은 일탈적인 여성 섹슈얼리티라는 공통점으로 규정된다.]


  제제벨/후치 이미지가 동성애, 매춘, '이상성애'와 연결되는 것은 단순히 과잉성욕이라는 속성이 부여됐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흑인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과다한 것으로 부각시키면서, 흑인여성을 인종에서 섹슈얼리티에 이르는 억압체계의 저편에 놓게 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흑인여성을 저편, 즉 이항적 사유의 일탈적 항에 놓으면서 지탱되는 것은 정상적 항으로서의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이다. 이는 정상적인 여성 섹슈얼리티의 자리에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이 공고히 서기 위해, 흑인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일탈적인 여성 섹슈얼리티"로 남아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이 타자화된 동성애 및 이상성애는 일탈적 항으로 이미 규정된 흑인여성의 섹슈얼리티와 필연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6장 246-247 페이지에서 기술하는, 흑인여성과 동물의 연결이 흑인여성과 수간의 연결, 흑인여성과 에이즈의 연결로 이어지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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