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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7주차] 관용과 평등, 지배 질서의 교차적 구성?2019-05-10 18: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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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연페미니즘이론학교시즌 02.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스트교차성이론. 웬디 브라운, 관용(2~3) 쪽글. 20190510. 취생몽사

 

관용과 평등, 지배 질서의 교차적 구성?

 

웬디 브라운의 관용관용이라는 현 시대의 시민윤리가 사실은 다문화적 상황 속에서 규범을 유지하는 통치의 방식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즉 차이를 비적대적으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관용되는 자와 관용하는 자의 위계를 설정함으로써 비표지적 정체성, 정상성의 헤게모니를 관철시키는 통치의 테크놀로지가 관용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통치질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권력의 정당화 기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평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들의 동질성을 기초로 각 개인의 개별적 신념이나 사상의 공존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기획이 자유주의적 관용담론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식민적 상황, 즉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신체적 차이를 지닌 공동체들의 공존이라는 변화된 조건 하에서 관용은 이제 자유주의적 평등담론의 근본적 균열을 은폐함과 동시에 이러한 균열을 은폐함으로써 자유주의적 평등담론을 구성하는 대리보충이 된다는 것이다.


브라운의 관용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관용을 자유주의적 평등의 대리보충으로 파악하는 이 책의 3관용 : 대리보충-‘유대인 문제여성 문제’”였다. 이 챕터에서 브라운은 서구 부르주아 기독교 남성의 지배 속에서 여성은 평등의 후보가 되지만 유대인(인종적 소수자의 대표명사)은 왜 관용의 대상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브라운은 여성과 유대인이라는 마이너리티가 각각 평등과 관용에 의해 관리되는 이유는 이들이 메이저리티 지배질서에 포섭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포섭양식의 차이는 양자가 지배질서에 의해 규정되는 방식의 동일성을 전제한다.(2) 유대인도 여성도 우선 그들의 정체성은 그들의 신체적 종별성에 의해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배질서가 이 신체적 종별성을 다루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유대인은 자유주의의 통치가 본격화되면서 종교집단이나 문화적 특수성보다는 생물학적 특징에 의해 규정되는 인종화된 집단이 된다. 유대인들이 자신의 전통 종교를 버리고 국민국가의 시민권을 얻게 된다고 하여도 그는 여전히 생물학적으로 유대인종이다. 이때 이들의 인종적 특성이 지배질서, 즉 규범을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되도록 하기 위해 이들은 관용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관용을 통해서 유대인의 인종적 특성이 관리되어야 하는 이유는 어쨌건 유대인은 공적 영역에 참여하는 존재가 된다.


반면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은 이성애적 부부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남녀 관계의 표상 체계 안에서 남성에게 종속된 부분으로 남게 된다. 더욱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의해 규정되는 성별분업 체계 하에서 여성은 사적 영역에 유폐되며 공적 영역에 등장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권리에서 중요한 것은 공적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남성과 평등하게 쟁취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브라운의 분석에 핵심적인 논점은 그래서 관용의 대상이 더 배제되었는가, 아니면 평등의 대상이 더 배제되었는가를 판별해내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자유주의적 평등이라는 지배질서는 이 두 가지 기술을 통해서 그 안에 내재된 근본적 균열, 혹은 심연에도 불구하고 질서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성적 타자와 인종적 타자를 관리하고 제어하는 권력의 기술들이 착종되지 않고서는 자유주의적 평등이라는 체계는 작동불가능하다.


이는 지배질서 자체가 단지 성적 억압에 의해서만도, 인종적 차별에 의해서만도 작동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브라운이 결국 관용을 푸코를 경유하여 통치성으로 읽어냄과 동시에 푸코의 통치성이론이 국가의 정당화기제를 방기하는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4장) 지배질서를 통치성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읽어내되 그것을 국민국가체제, 혹은 국가장치의 관점에서 파악하려 한다면 국가장치가 통치의 기술을 통하여 어떻게 다양한 하위 집단들을 관리하고 제어하는가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브라운의 유대인문제여성문제대한 분석은 바로 서로 다른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위치를 갖는 하위 집단들을 각각 관리하는 기술의 착종을 통해 자유주의적 평등이라는 지배질서가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틀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배 질서, 혹은 지배 권력이 바로 구체적 권력기술의 교차 속에서 구성되어 있다는 관점을 브라운에게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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