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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비혼 시대, 남성들의 백래시와 여성혐오를 통해 본 일본 사회의 민낯2019-04-05 19: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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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우에노 치즈코 (2018), 챕터하우스 / 6-12

 

비혼 시대, 남성들의 백래시와 여성혐오를 통해 본 일본 사회의 민낯

 

우에노 치즈코의 저서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의 전반부가 신자유주의 기조 속에서 탄생한 일본의 여성 정책·제도와 그 영향을 주로 살펴보았다면, 후반부는 신자유주의 노동 정책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미친 영항을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신자유주의로 인해 심화된 다양한 격차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여성혐오 및 여성 정책의 퇴행, 백래시 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 글은 저출산과 비혼 등의 새로운 사회 현상 속에서, 남성들 간의 격차가 여성 혐오와 어떠한 연관성을 띠고 있는지 분석한 7장과 8장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저자는 1960년대 거의 100%에 가까운 남녀가 모두 결혼을 하던 전원 결혼사회에 비하여, 비혼과 이혼이 증가하는 시대가 여성에게 더 좋은 시절이라 진단한다. 모두가 결혼하는 사회는 결혼하지 않고는 여성이 살아갈 수 없는 사회였음을 뜻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여성에게 결혼을 강요해온 이유는 결국 결혼은 남성에게 더 이로운 제도였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사카이 준코는 본인의 저서에서 결혼제도의 밖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해학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싸움에서 패배한 개라는 뜻의 일본어 마케이누라는 용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저자는 남성 마케이누에 대한 아이러니와 해학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들이 완벽하고 철저한패배자로 사회에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아키하바라 사건 범인의 내가 여자친구만 있었어도라는 발언은,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범인이 평소에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과 일맥상통한다. 두 명의 범인 모두 젊은 남성으로써,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범행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 논리는 저자가 206쪽에서 명시한,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평가기준은 으로 일원화되는 경향이 있어 힘겨운 상황이라는 한 남학생의 분석과도 연결된다. 마치 여성들은 내면의 장점을 보지 않고 돈만을 쫒는 속물이기 때문에, 여성을 만나기 어렵다는 가설은, 자신의 결혼/연애의 어려움에 대한 이유를 여성들에게로 화살을 돌린다는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 한국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남성에 의한 여성 데이트 폭력, 강간, 살해 등을 다루는 신문기사의 머리말은안 만나줘서이다. 남성 연대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여성이 필요하나, 자신의 여성을 차지하지 못하여 남성성을 증명하지 못한 남성들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들에게로 그 책임을 돌리고, 그 원망의 감정이 다양한 형태의 심각한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여성이 비혼의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게 된 사회의 이면에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저자가 진단한 남성 마케이누들이 겪는 노후의 주요한 어려움들 중 가사와 케어, 소통능력의 결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기본 일상 및 사회적 관계를 꾸려나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능력이다. , 남성 중심 사회란, 결국 여성에게 돌봄 노동과 함께, 관계를 지속해나가는데 필요한 소통노동 등을 전적으로 전가하고 여성에 기생하여 살아온 사회에 다름 아니었음을 말한다. 최근 한국의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30-40대 남성 독신 가구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애로사항으로 꼽은 것이, 혼자 밥 먹기 및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었다는 사실과 바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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