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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여성들 사이의 격차2019-04-05 13: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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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6~12장 쪽글



신자유주의 개혁으로부터 여성들은 이익을 얻었을까, 아니면 손해를 입었을까?”

한편으로는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맥락에서(자본주의하에서 자유로워진노동자처럼?),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들에게 분열을 가져왔다는 맥락에서 우에노 지즈코는 예스이자 노라고 대답한다. 이러한 분석은 언뜻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기도 하는데, (엄밀한 글쓰기를 요구하는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여여격차가 그렇다. 이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여성을 가로지르는 여러 조건들(가령 계급이나 인종/민족, 섹슈얼리티, 장애 등)이 있다. 부유층 여성과 빈민층 여성 간에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하며, 고용기회균등법 제정 이후 엘리트 여성에게로 관심이 쏠리면서 사실상 성평등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간에도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 단어가 엘리트 여성과 일반 여성 사이의 격차에만(혹은 이 격차가 받을 만한 관심보다 더 큰)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같은 지위의 남성보다 권한이나 임금이 적고, ‘여성 대표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여러 부담감을 떠안아야 하며, 여성으로서 일종의 감정 노동(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는다거나)을 수행해야 하는) 엘리트 여성이 실제보다 과장된다는 인상을 지워버리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이 여여격차는 단일한 여성이라는 명제는 일정한 허구(계급 차이가 없고, 인종/민족 차이가 없고, 성적 지향에 차이가 없는)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여성이 여성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그렇게 견고하지 않음을 은연중에 가리키는 것만 같다.


한국에서는 여여격차같은 단어로 가시화된 적은 없지만, 여성들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여성의 여성에 대한 혐오(기혼 여성에 대한 혐오,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혐오),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의 경제적 삶에 대한 관심(노동 구조나 임금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어떤 저축상품을 들어야 하는가, 어떻게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으로 말이다. 이 두 축의 교집합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그들이 어떠한 여성인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여러 연구가 말해주듯이, 결혼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지만 얼마 전 기사화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 혼인가구에서만 놓고 보면 이미 출산율은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추세가 이어지고있다. “청년들이 출산·육아를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혼인하는 경향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출산·육아를 선택하는 혼인가구출산·육아를 선택하지 못하는 비혼 청년으로 급속도로 분화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경향신문>, 201915). 요컨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가 청년 남성만을 초점에 두었다는 비판은 이제 다른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듯하다. 결혼으로 진입하는 순간 산더미 같은 가사노동과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을 짊어져야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자원이 많은 여성들은 결혼을 선택하기도 하며(친정에 의존하거나 돌봄노동자를 고용하거나 휴직에 대한 부담이 없거나 혹은 전업주부가 되거나), 상대적으로 자원이 빈곤한 여성들은 결혼(연애, 출산)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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