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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단감 연구계획서입니다.2019-01-18 15: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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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클라우즈오브실스마리아_연구계획서.hwp (32KB)

연구제목: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늙음의 젠더적 성격

 

이 글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에서 주인공 마리아의 늙음이 다뤄지는 방식을 분석하면서,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전제되어 있는 이성애 매트릭스를 드러내고 그것이 재현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점검하여, 이 영화의 중심 갈등인 늙음이 야기하는 정체성 혼란은 젠더화된 현상임을 밝히고자 한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 대한 비평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20대의 빛나던 자아에서 쉽사리 분리되지 못하고 중년의 자신 및 현재의 시대와 불화하는 마리아의 혼란과 갈등에 주목하여 인간의 나이듦의 의미에 대해 성찰해보는 것이고, 둘째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허구의 관계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의 관습을 의심하는 역동을 통해 그 속에서 드러나는 욕망의 실체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가 그토록 잃고 싶지 않아하는 젊음의 권력은 젊은 여성이 성애의 대상으로서 가지는 매력이 핵심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비평들은 대부분 젊음-늙음이 가진 젠더적 성격을 간과하고 이것을 인간 보편의 상실 혹은 예술가의 상실의 측면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이성애 매트릭스를 드러내고 그 속에서 마리아, 발렌틴, 조앤, 그리고 극 중 인물인 헬레나와 시그리드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분석해야만 작품의 중심 갈등인 늙음의 진정한 의미, 즉 그것의 젠더적 성격을 드러낼 수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성애 매트릭스를 밝혀내기 위해 중점적으로 분석할 작중 관계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여성이기 때문에 마치 이 영화가 여성들 간의 역동이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희곡 <말로야 스네이크>의 작가가 남성이며, 이를 영화로 리메이크하려는 감독도 남성이고 그 업계의 규칙(계약 사항)을 정하고 수행하는 에이전트도 모두 남성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세계의 질서를 구성하면서 늙음젊음의 의미를 실제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남성들이고 작중 여성들은 일차적으로 그들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는 대상인 만큼, 결국 이 관계 속에서 구성되고 문제시되는 젊음과 늙음은 이성애 남성이 만들어 낸 이성애 여성의젊음과 늙음이다. 이는 젊음과 늙음의 문제가 작중에 등장하는 남성에게는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된다.

2) 마리아가 늙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연기했던 시그리드가 매혹적인 쪽으로서 힘을 가진 자, 헬레나가 매혹 당하는 쪽으로서 무력한 자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애 구도에서 욕망의 대상인 여성이 욕망의 주체인 남성을 매혹하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쪽은 여성이라는 주장은, 욕망을 구현할 수 있는 힘과 자원이 남성에게 압도적으로 편중되어 있음을 은폐하는 기만적 해석이다. 헬레나와 시그리드의 관계 역시 이러한 이성애 구도를 그대로 차용하되, 대상의 자리에 있는 인물의 권력을 극대화하고 주체의 자리에 있는 인물을 완벽히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 남성성을 소거하고 수사적 차원의 여성으로 대체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남성의 질서에 의해 부여된 시그리드의 힘을 몸소 재현하고 실감했던 마리아로서 헬레나와 시그리드의 관계를 전복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매니저 발렌틴은 헬레나의 인간적 의미를 부여해보고자 하지만, 그 역시 헬레나와 시그리드 관계의 이성애적 맥락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헬레나의 무력함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

3) 전복의 가능성 및 전략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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