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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5주차 쪽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시대2019-04-26 19: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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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디 브라운은 민주주의 살해하기’ 3장과 4장에서 신자유주의가 호모 폴리티쿠스를 성공적으로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대체하고 거버넌스를 동원하여 유일한 통치 합리성으로 군림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웬디 브라운은 푸코의 논의와 각 키워드의 서양 사상사 내의 전개 과정을 따라가며 신자유주의 이성의 전파과정을 분석한다. 브라운에 따르면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인간의 기본형이 되고 거버넌스가 모든 것을 경제화/탈정치화한 결과, 민주주의 관행과 상상력 물론, 민주주의의 주체 그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푸코에 의하면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경제 원칙에 의해 규정되는 통치성과 연결된 언제든지 통치 가능한 존재이다.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호모 폴리티쿠스는 신자유주의 초반까지만 해도 사회의 각 분야에서 공존해왔지만, 신자유주의가 유일한 규범이 되어버리면서 운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압승은 인간이 정치적 가치를 저버리고 경제적 욕망에 압도되어 버렸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주체로서의 인간이라는 오랜 상이 투입 가능한 자원이자 투자의 대상으로서의 자본으로 대체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주체는 정치적 가치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효율을 내는 자원이자 자본이 되기 위해 합리적으로 처신해야만 하는 대상이 된다. 대표적인 예시로서 호모 폴리티쿠스로서의 시민도 주권과 공공성, 권리의 담지자가 아닌 국가 경제 지표 상 투자할 가치가 있거나 없는 자본으로만 여겨진다. 이러한 변화는 신자유주의가 거버넌스를 활용하여 사회 모든 분야의 규범이 됨으로써 가능하였다.


      신자유주의가 통치 합리성이 되었다는 것은 신자유주의 이성의 규범적 체계가 결과적으로 존재의 삶과 활동 전체를 조작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합법적으로 통치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는 정치 양식으로 거버넌스를 채택하는데, 거버넌스는 주체를 직접적으로 제어하거나 통제하는 게 아니라 주체를 일상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위해 모든 주체를 개인화하고, 계층 등의 권력 구조에 의한 분열과 갈등을 감추고, 겉보기엔 무한한 자유를 갖고 있는 분리된 개인 각각에게 스스로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부여한다(‘책임화’). 인적 자본으로서의 나에 대한 책임을 온전하게 지게 된 개인들에게는 정치와 경제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범 사례가 제공되며, 개인은 그것을 벤치마킹할 온전한 권한을 이임 받는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개인들의 네트워크일 뿐인 조직은 이제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만을 목표로 하며, 공적 영역에서의 진보적인 민주주의나 정의에 대한 관심사들문제들의 기술적인 형태로’, ‘권리 문제는 효율 문제, ‘적법성 문제는 능률 문제로 대체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거버넌스에 힘입어 신자유주의 이성은 사회의 각 분야로 퍼져나갔고 이것은 개인의 최대 자유를 통한 최대 통치라는 정식을 실현시켰다. 신자유주의적 주체들은 자기를 죽여서라도 최대의 경제적 효율을 달성하는 존재가 되었고, 이런 존재들에게 민주주의적 상상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져오던, 스스로를 통치하고 타인의 통치를 받으며 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던 호모 폴리티쿠스의 시대는 가고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며 스스로를 착취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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