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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5주차 쪽글] '떠들어대기'와 '얼버무리기'의 방식으로 구축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그의 인접지들2019-04-26 11: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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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살해하기3

 

브라운은 푸코의 통치 이성 비판 구도 안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정치의 주체와 맺는 관계를 잘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호모 폴리티쿠스 사이의 힘의 역학 관계의 변천을 정치사상사에서 간추려 보여주며 호모 폴리티쿠스가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한계로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기능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두 인간 형상이 남성적인 기질과 활동 공간을 갖는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으며, 이 형상들 아래 성적인 것이 여전히 은폐된 채로, 그리하여 성 종속의 상태가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브라운은 푸코가 말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에는 신자유주의 이성의 활동을 잘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먼저, 이제 인간은 스스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오늘날 각 개인은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의도치 않게 집단의 이익에 기여하는 존재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개인을 옭아매는 그리고 인적자본으로서의 신자유주의 개인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하는 거시경제 성장과 신용 등급 향상을 위한 기획의 일부”(108)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푸코는 근대 자유주의의 삼각구도, 주권(국가)와 경제와 주체라는 세 요소들의 관계의 효과로서 근대 시민이 사법-법적 인격과 경제적 인격이라는 이중의 페르소나”(109)를 지니게 되었다고 본다. 브라운은 이러한 구도에서는 권리의 주체이윤의 주체와 나란히 존재했던 정치의 주체, 인민이라는 주체”(112)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정치사상사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호모 폴리티쿠스의 형상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내력을 살펴본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의 정치적 본성은 인간 고유의 도덕적 사유, 반추, 표현 역량과 다양한 형태의 결속 집단을 형성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도덕적 사유와 집단성, 이 둘이 인간의 정치성을 낳는 두 가지 특성이다.”(113) 즉 호모 폴리티쿠스라는 형상은 인간 본성이 고유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런 한편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근본적으로 인위적이고 기이한 것으로 묘사하면서”(114) 불가피한 통화 교환에 의해 시장의 존재가 부추길 충동을 통제하는 도덕 전략”(116)을 제시한다. 이러한 제안은 이후 애덤 스미스에 의해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오로지 인간에게서만 발견되는 고유한 특성은 행동, 표현, 도덕적 사유, 심의, 결속 역량이 아닌 시장 성향”(119)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러한 시장 성향이 신자유주의의 호모 에코노미쿠스처럼 삶의 다른 영역들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다. “스미스는 그런 특성을 언어, 심의, 계산, 극도로 상호의존적인 세상 속 자기-주권 등 인간의 여러 역량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120) 신자유주의의 통치 합리성이 세계를 재편하기 전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애덤 스미스와 같은 두 계열의 관점이 인간의 정치적 성향과 시장 성향에 몫을 할당하였다. 호모 폴리티쿠스는 어느 경우라도 현실적으로 압도적이지 못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브라운의 논지다. 푸코의 통치 이성 비판의 맥락에서 호모 폴리티쿠스는 호모 주리디쿠스와 호모 레갈리스 쪽으로 끊임없이 끌어당겨지고 그 이름들로 덧씌워진 채 은폐되는 주체 생산의 이면에 대한 기술일지도 모른다.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언어가 호모 폴리티쿠스를 대체하는 동안, 그 보다 오래 신비화된 것이 있다. 성별 분업이다. 브라운은 호모 폴리티쿠스에 관한 논의가 남성적인 기질과 활동 공간을 전제로 했다”(129)고 말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신비화를 심화시킨다. 인적자본으로서의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이들로 구성된 가족이라는 관계가 가능한 것인지, 가족과 사회가 서로 관계 맺는 방식도 설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생략과 부정”(136)으로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공동체 사이의 가려진 연결을 통치의 수단으로 쓴다. 이러한 얼버무림의 방식에 의해 여성이 수행하는 보이지 않는 사회기반시설 역할힘이 아닌 자연에 의한 결과로 정식화된다.”(138) 신자유주의의 자기 책임화와 긴축정책은 이러한 성 종속을 심화시킨다. 호모 폴리티쿠스는 신자유주의 이성 형식에 맞지 않아 쓰이기 어렵기도 하고 그 내적 원리가 단순히 개인적인 목적 달성을 보장하는 것 이상을 추구하는 민주주의”(112)의 형식에 부합하기도 하여 상대적으로 덜 젠더화 되었다고 말한다.

 

브라운은 경제적인 것의 핵심 역학 관계, 행위자, 특성”(116)을 보여줌으로써 신자유주의적 삶의 조건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특히 이번 장에서는 경제적인 것의 인접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역사적으로도 정치적 역량의 인격화인 호모 폴리티쿠스와 연관이 있다. 이러한 관계 지음에는 그 관계를 떠받치는 또 다른 인접지 혹은 지층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성적인 것이다. 이 영역은 얼버무림이나 생략과 부정의 방식으로 자연화되고 신비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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