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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여성은 어떻게 살아남는가』에서 발견한/발견하지 못한 것 (1주차)2019-03-29 09: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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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어떻게 살아남는가』에서 발견한/발견하지 못한 것

190329 페미니즘 이론학교2 규식

 

『자본』을 처음 접하고 맑스 사상(특히, 역사 발전을 생산력과 생산관계 사이의 모순을 통해 설명하는 사적 유물론, 나아가 토대-상부구조론)에 나름 심취해 있던 때가 있었다. 그러한 관심은 일종의 경제환원주의(혹은 생산력주의’)’로 이어졌고, (물론 그 수준은 주의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였지만) 그에 대해 꽤 확신했었다. 예컨대 자본주의 발전으로 생산력이 꾸준히 상승하면 생산관계와의 모순으로 인해 새로운 생산양식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거나, ‘생산력이 고도로 발달하고, 생산관계와 생산양식이 재편되면 모든 갈등이 종식될 것(다양한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으나, 특히 성차별을 비롯한 젠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여겼다)’과 같은 식이었다.

벨 훅스의 책,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를 읽고 그 확신이 깨지기 시작했는데, 우에노 지즈코가 자신의 저서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에서 보여주는 것 역시 그러하다. 그는 여기서 이러한 경제환원주의가 놓치는 것’을 잡아낸다. 그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부정적 효과(보다 구체적으로, 신자유주의 개혁이 유발한 노동 안정성 악화 및 저임금 노동의 보편화, 기업 영리 행위에서의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한 폐해)의 분배/할당이 젠더화 되어 있음을, 바꿔 말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작동했음을 지적한다. 이처럼 우에노는 모두를 생존의 문제로 내모는, 사회적 약자는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경쟁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관용에 여성들이 더 취약하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신자유주의의(혹은 자본주의의) 철폐가 (그것이 어떤 방법으로 달성되든지 간에) 만병통치약은 아님을 밝힌다. 고용이나 소득 수준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그것과 동시에 하지만 단순한 합으로 개인에게 작동하는 것은 아닌, 다른 범주의 억압과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가능해 보인다.

1) 범주(의 효과) 간 결합의 문제: ()-생산-성장-분배-인간본성-개인 등의 개념과 이 개념들 간의 관계에 대한 특정한 앎의 양식,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경제 담론으로서의 신자유주의와 젠더 담론(혹은 젠더 규범) 양자는 '내몲의 차원에서 어떻게만나는가? 양자 중 어느 하나도 다른 쪽에 완전히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면, ‘신자유주의의 효과가 젠더화된다거나 젠더 담론의 효과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어느 하나도 다른 쪽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다면, 이들 간 위계는 성립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떤 위계일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러한가(모든 담론의 위상이 등질적이기 때문인가, 계급과 젠더의 문제가 다양한 배제-억압-차별에서 어떤 근원적인 심급이기 때문인가, 그 심급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2) 범주(의 효과) 유형화의 문제: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는 깊게 다루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타자화 기제로서의 여타 담론들로는 무엇이 있는가(우에노가 이들을 놓쳤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위로는 어떤 담론들이 어떻게 교차하고 있는가?

3) 범주(의 효과) 이해의 문제: 앞서 젠더 담론 등과 연결 지어 비교적 편하게 사용한, '배제', '억압', '차별같은 단어와 '성차’(sex difference)는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교차성의 문제의식과 버틀러는 어떻게 엮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

이 의문들은 매우 거칠게 소묘/분류되었지만, 이들이 앞으로 텍스트를 읽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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