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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주차 쪽글] 페미니즘과 신자유주의의 관계2019-04-05 17: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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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신자유주의의 관계

 

단감



우에노 지즈코의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2018)의 후반부에서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은 페미니즘과 신자유주의의 관계이다. 신자유주의는 가용 노동력을 극대화하여 보다 싸고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것, 그리고 모든 노동자를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어 철저하게 승자만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마치 여성에게도 노동의 기회 즉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부당한 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노력하여 바라는 만큼 성공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듯하다. 하지만 페미니즘과 신자유주의가 이렇게 만나면,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고작 “신자유주의 개혁에 순응하여 승자가 되라(p. 308)”는 자기계발의 권유와 다름없어진다.


그러나 우에노는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페미니즘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첫째, 페미니즘은 신자유주의적 경쟁의 룰 자체가 남자들을 위한 것임을 비판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은 분명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었지만, 그것은 ‘남성 맞춤형’ 룰로 짜인 경쟁에 여성이 뛰어들어도 된다고 하는 ‘기회의 균등’을 의미했다.”(p. 309) 이것의 지배적 효과는 ‘뛰어난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기보다는, 남자들을 위한 룰에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혹은 맞추지 않기로 한 대다수의 여성들이 이 간접차별의 결과를 ‘자기 자신의 실패’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불공평한 경쟁의 룰을 뼛속까지 받아들이고 승자 및 승자 지원자 혹은 패자 및 패자 예비군으로서 오직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탓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은 보다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페미니즘은 남녀격차는 물론이거니와 여여격차를 중요한 문제로서 주목하기 때문이다. 한 명에게 승리를 허락하여 구백구십구 명의 패배를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쟁 논리는 여성들을 종합직과 파견직, 인사고과가 A여서 출산 후 재고용된 여성 노동자와 해고된 나머지 여성 노동자, 마미트랙의 기혼 여성과 정사원인 비혼 여성 등 여여 간 격차를 심각하게 벌려놓았고 그로 인해 여성 간의 갈등도 심화되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에는 남자들 간에 격차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만이 중요하게 다뤄질 뿐, 여성들이 겪는 문제는 문제로 인식되지조차 않았고, 오히려 성공한 극소수의 여성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맞추며 마치 여성들은 신자유주의의 수혜자인 양 호도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정교한 분할 착취는 약자인 여성들마저도 분할하여 지배하고 있으며, 페미니즘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이러한 지배논리를 정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페미니즘은 여성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답해야 할까? 우에노는 퇴직이 곧 위험인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문제의 핵심이자 해결의 실마리로 주목하면서 다양한 노동자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 적절히 맞출 수 있는 노동자 중심의 유연한 삶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른 모든 사안은 부인에게 맡겨버리고 자신은 오직 직장생활에만 매진할 수 있는 남자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던 노동환경에서, 모두가 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측면을 돌보며 삶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에노는 이런 방향으로 사회를 바꾸어가야 여성도 노동시장에서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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