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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1주차 쪽글] 여성들의 피해 경쟁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2019-06-07 19: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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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특정 집단으로의 소속을 통해 자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212)이다. 정체성의 정치로서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적인 보편성에 차이를 제기(216)하며,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게 도와주었다. 그러나 정체성의 정치는 ‘모든 여성은 억압받았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며, 차이와 이로 인한 문제를 또다시 여성의 ‘피해자성’이라는 보편성으로 묶는다. ‘피해자화'의 문제는 정체성이라는 자각이 ‘머무를 때’, 즉 정체성을 피해자로 본질화할 때이다. ‘피해자화'는 우리는 피해자이며, 힘이 없고, 이러한 사실을 인정받을 것을 요구한다. 이때 정체성의 정치의 주인공은 고통받는 자아이며, 이 때문에 집단 내부에서 고통의 위계가 발생한다. ‘우선'과 나중’이 나뉘는 것이다. 그러나 가부장제 사회라고 해서 모든 여성이 같은 방식으로 억압받지도 않고,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가 되지도 않는다(236).

그리고 이 정치의 방식은 신자유주의에서 더욱 빈약한 전략이 된다. 애초부터 여성을 개인에서 배제하면서 출발한 근대 자유주의가 신자유주의 체제로 변모하여 이제 개인으로서 여성을 호출하고 있다.(236) 계급 격차는 극단화되었으며, 금융 유통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변화상은 노동 시간과 이익이 무관하게 만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어떠한 정당성이나 권위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개인화, 개별화를 선언한다.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각자도생이라는 생존 법칙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1인 미디어의 붐 속에서  온라인은 각자도생과 자기도취가 결합하는 장이 된다. 개인은 ‘허구적’ 이미지를 생산하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담론을 생산하는 보편자'로 바라보는 자기도취에 빠지게 된다. 나를 ‘팩트'를 생산하는 주체로 여기게 될 때 ‘차이’를 가진 여성들 간의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은 줄어든다.(234) 오로지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확인하는 여성은 내가 중심이 되는, 나만을 위한 페미니즘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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