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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1주차 쪽글] 구조적 억압을 실행하고 구성하는 기제이자 흑인여성이 자아를 구성하는 기준으로서의 통제적 이미지2019-06-07 1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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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억압을 실행하고 구성하는 기제이자 흑인여성이 자아를 구성하는 기준으로서의 통제적 이미지 


단감



<흑인 페미니즘 사상>의 4장 “유모, 가모장, 흑인여성을 억압하는 통제적 이미지”에서는 흑인 여성에게 부과되는 통제적 이미지의 여러 유형을 살펴보며 그것이 흑인 여성들에게  계급, 인종, 젠더적 억압을 실행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이 통제적 이미지는 흑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여러 억압이 교차하는 교차점일 뿐 아니라, 차별적 구조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며 그 구조를 강화,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하는 동시에, 흑인 여성들 자신조차 그 이미지를 내면화하여 자기를 혐오하거나 통제하는 모델의 역할을 한다.


4장에서 분석하는 흑인 여성에 대한 통제적 이미지는 유모, 가모장, 복지엄마, 복지여왕, 제제벨/후치이다. 이 이미지들은 공통적으로 흑인의 고용불안, 저임금, 빈곤 문제를 흑인여성의 성격문제로 돌리고(계급적 억압), 흑인의 문화적 결함, 불성실, 범죄, 비정형적 가족형태 등을 흑인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며(인종적 억압), 흑인여성의 모성애, 재생산 능력, 성욕 등을 자연화/신비화하면서 흑인여성의 성역할 및 섹슈얼리티를 소외한다(젠더적 억압). 


이 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통제적 이미지’가 구조와 흑인여성이 만나는 ‘접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흑인여성은 삶의 세밀한 구석구석까지 따라 붙는 통제적 이미지를 통해 차별을 겪는다. ‘유모’, ‘복지여왕’, ‘후치’ 등의 이미지는 결코 자신이 아니며 차별을 위해 날조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제 삶 속에서는 오직 그 이미지가 자기로서 역할하여 온 세상이 그것을 나로 상정하며 나를 대한다. 그 세상에 오래 살다보면 나 역시 그 이미지를 얼마간 내면화하게 된다. 결국 나는 그 이미지를 통해서만 세상을 대하게 되고 나 자신을 대하게 된다.


사회 구조도 마찬가지이다. 구조는 이항대립의 타자를 통해 지배적 질서를 확립하고 경계를 설정하여 그 경계 밖에 있는 사람을 착취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고 지배를 유지하길 원할 뿐, 흑인여성의 ‘실제 모습’을 파악하기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오직 유모, 가모장, 복지여왕, 후치의 이미지로서 흑인여성을 파악하여 그에 적합하고 합리적인 지배질서를 만들어갈 뿐이다. 전지구적 경제 상황이 바뀌거나 사회운동이 질서의 변화를 강제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통제적 이미지는 변화하지만, 늘 그 이미지는 문제를 소수자 집단 내의 약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서사를 만들어내어 다른 지배집단은 물론 상대적 약자들(흑인 남성이나 백인 여성)을 설득하고 차별을 지속시키는 기제로 작용했다.


따라서 ‘통제적 이미지’를 낱낱히 밝혀서 그 ‘접면’의 뒷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흑인여성 차별의 지배이데올로기와 그것이 유지.강화하는 계급, 인종, 젠더 억압적 제도의 양상을 밝히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흑인여성이 세계를 보는 방식과 자기 자신을 보는 과정이 억압적 제도의 실천으로서의 ‘통제적 이미지’를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아가 흑인 공동체 역시 이 ‘통제적 이미지’에 저항하기도 하고 그것을 수용하기도 하는 경합의 장이라는 점을 비판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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