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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주차 쪽글] 60년대 이후 여성주의 운동사의 정치경제학적 검토2019-04-12 14: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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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이후 여성주의 운동사의 정치경제학적 검토


단감

 

낸시 프레이저의 <<지구화 시대의 정의>>(2010) 6여성주의의 상상력에 대한 지도 그리기는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60년대 이후 여성주의 운동사를 재분배 정치와 인정 정치의 두 양상을 중심으로 검토한 글이다. 이를 통해 프레이저는 여성주의 운동이 재분배 부정의에 맞선 싸움에서 인정 부정의와의 싸움으로 이행해왔다고 정리한 뒤, 이제는 대표 정의를 이뤄내기 위한 싸움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프레이저는 제2물결 여성주의 운동의 역사를 세 국면으로 나눈다. 첫 번째 국면에서 여성운동은 1960년대의 다양한 신사회운동과 밀접히 연관되어 진행되었고(북미&서유럽), 두 번째 국면에선 정체성정치의 궤도에 진입했으며(미국), 세 번째 국면에서는 초국적 공간을 배경으로 실행되고 있다(유럽). 이때 프레이저는 이러한 발전 양상을 여성운동 내부의 문제로만 국한해서 볼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정치경제적 맥락과 연결하여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 국면은 계급 간 재분배에만 집중하면서 신식민주의 착취 및 젠더인종민족 차원의 배제를 간과한 사회민주주의를 비판하며, 그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근대의 핵심적 성격임을 지적하기 시작한 60년대 신사회운동 맥락 속에서 일어난 여성운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여성운동은 2차 대전 이후 북미 및 유럽에 찾아온 경제 대호황을 기반으로 계급투쟁이 이뤄놓은 계급 타협적 복지국가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여전히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고 있던 자본주의 사회의 남성중심주의를 공격하며 사회경제적 재분배를 넘어 젠더의 문제까지 정치적 저항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두 번째 국면은 신자유주의와 동시대적으로 발생한다. 복지정책을 폐지하고 노동자들을 보다 싸고 불안정한 노동으로 몰아넣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의 공세 속에서, 문화적 차이/다양성으로서 여성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여성운동은 재분배 정책의 후퇴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퇴행적 문화정치를 활용하던 우파 정치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정치경제상의 부정의에 저항하기 어려워지면서 문화적 변화를 추구하는 데 보다 역량을 집중하게 되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인정정치(정체성정치)는 점차 정치경제적 변혁 및 분배정의로부터 분리되어 상대적인 자율성을 띠게 된다. 그리하여 여성운동은 재분배정치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던 시기에 자유시장 근본주의에 대해 이렇다 할 저항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9.11 테러 이후 부시 정부는 이렇게 재분배 부정의에 대응하지 못하는 여성운동의 상황을 이용하여 테러의 공포와 경제적 불안정의 고통을 남성적 정부가 구원해줄 수 있다는 논리를 설득해내는 데 성공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재분배와 인정 사이에서 새롭고 유망한 종합을 도출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프레이저는 신자유주의-젠더 정치가 초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신자유주의가 초국적인 시스템을 완성해가는 이때에 재분배 정치와 인정 정치를 근대 영토국가의 틀 안에서만 사고해서는 국경을 초월하는 젠더부정의의 원천이나 양상을 은폐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국적인 차원에서 재분배와 인정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을 부정하게 되는 영토국가라는 잘못 설정된 틀이 여성주의 정치의 중심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분배와 인정을 넘어서는 젠더정의의 세 번째 차원으로 대표를 고려해야 한다. 대표란, 이미 구성된 정치공동체 내에서 여성들에게 동등한 정치적 발언권을 부여하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 이미 확립된 정치공동체 내부에 적합하게 포함될 수 없는 정의에 관한 논쟁의 틀을 새롭게 설정하기를 요구하는 싸움이다.(p. 195) 따라서 초국적 정치공간에서 여성주의자는 1) 초국적 수준에서 평등주의적, -인지적인 사회복지를 창출하고 2) 그러한 재분배정치를 유럽 내 문화적 이질성에 부합하는 평등주의적, -인지적 인정정치와 통합하며 3) 외적 경계선을 고착시키지 않도록 노력하여 잘못 설정된 틀로 인한 부정의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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