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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주차 쪽글] '페미니스트임'의 기준은 성별인가2018-10-12 16: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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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2주차 쪽글] ‘페미니스트임’의 기준은 성별인가.hwp (16KB)

페미니스트임의 기준은 성별인가

준택

 

  주디스 버틀러는 우연적 토대 : 페미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문제에서 여성의 항목에 보편성을 기입하는 것, 이것의 출발점인 정체성은 페미니즘 운동이 단결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의 보편성을 전제한 정체성이 아니라면, 페미니즘 운동이 단결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바꿔 말하면, ‘페미니스트임은 성별 말고 무엇을 기준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모든 여성들에 들어맞는 공통된 특성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여성들 간의 차이를 은폐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정체성 항목이 늘 규범적이었고, 그런 만큼 배제적(번역본 6)”인데, ‘여성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의 영역을 전제한다면 바로 그 용어 자체가 열려있고, 새롭게 의미화될 가능성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여성정체성이 단일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면, 페미니즘은 여성정체성 말고 무엇으로 단결할 수 있을까. 여성들 간에 인종, 계급 등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와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페미니즘을 대하는 태도나 성폭력 사건에 반응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극단적인 예일 수 있겠지만,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를 쓴 오세라비,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2차 가해를 한 가해자의 아내 등은, 안티페미니즘적인 발언과 2차 가해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물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성권력을 누리고, 폭력과 차별을 행사하는 남성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고 비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위의 여성들도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경험하는 억압과 피해가 존재할 것이다.) ‘페미니스트임여성정체성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면, ‘페미니스트임의 기준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여성항목에 보편성을 기입하는 것이 규범적이고 배제적일 수밖에 없다면, 과연 남성항목에는 보편성이 존재하며, 보편성을 기입하는 방식이 페미니즘의 확장에 적절할까? 남성들이 강간문화를 집단적으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특성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 여성혐오를 하나의 놀이유머로 생각하는 분위기는 남성집단 내에서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성이 모두 단일한 형태라고만은 말할 수 없다. R.W.코넬은 남성성/에서 남성성을 단순히 여러 종류의 유형들이 아닌 젠더관계 속에서 헤게모니적 남성성, 종속적 남성성, 공모적 남성성, 주변화된 남성성의 연결로 설명한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가부장제에 가장 부합하는 남성성, 종속적 남성성은 남성 집단 내 지배와 종속이라는 젠더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남성성으로 대표적으로 이성애 남성과 동성애 남성의 지배-종속관계가 있다. 공모적 남성성은 가부장제 최전선에 수반되는 위험과 갈등을 감수하지는 않지만, 가부장적 배당금(혜택과 이익)을 챙기는 식으로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공모한다. 주변화된 남성성은 계급, 인종 등의 차원이 젠더와 결합하여 형성되는 남성성으로, 지배 집단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권위를 부여하기도, 불화하기도 한다. 남성 집단 내에서도 남성들 간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 간의 차이가 여성과의 관계에서는 가부장적인 형태로 지속하는 현실이다. 방관하거나 공모하는 남성들, 소위 진보운동 내에서의 가부장성, 흑인남성들의 남성중심성 등으로 이미 나타나 있다. 그러나 모든 남성들이 동일한 남성성의 형태를 갖지 않고 분화되어 있으며, 똑같이 가부장적 배당금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성억압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지배적 남성성과 불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도 없다.


  페미니스트가 되는 데에 자신의 성별로 살아왔던 경험은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페미니스트임이 성별만으로 정해진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성별만으로 페미니스트임이 결정된다는 것은 보편성이 기입된 여성의 정체성을 전제함으로써 여성들 간의 계급, 인종 등의 차이를 지워버리기도 하고, ‘생물학적 여성으로 여성정체성을 구획하기도 한다. (엄격한 성찰과 변화의 기준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페미니스트임여성의 정체성으로 정의하지 않고 남성권력과 투쟁하고 불화하는 존재로 생각한다면,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실천하려는 남성들이 함께할 공간도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남성들의 페미니즘 실천과 정치는 여성들의 연대라는 바탕 위에서, 여성들의 연대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충분히 숙고하고 토론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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