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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7주차쪽글]물신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여성 이미지2019-11-15 14: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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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여성 이미지

 

로라 멀비는 영화의 여성 이미지물신과 호기심을 동시에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에서 물신과 호기심양극화된 것이 아니며, ‘그들 사이의 좀 더 변증법적인 관계를 해명’(1)할 필요가 있다. 이 시도는 꽤나 흥미로운데, 물신은 부인된 지식이고 호기심은 알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이분법적 통념을 극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도가 가능한 것은 물신에 대한 이해가 한 차원 달라졌기 때문으로, ‘정신분석학적 물신 개념’(1)의 이해가 있어서다. 여기에는 물신이 단순히 맹목盲目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물신 개념이 믿음과 지식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1) 형식이라는 깨달음이 있다.

 

멀비가 서론에서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물신에 대한 정의를 장황하게 살핀 것은 영화의 여성 이미지를 일면적인 방식으로만 읽지 않으려는 밑작업으로, ‘물신에 대한 이해를 업그레드 할 필요가 있어서다. 물신은 A라는 사물의 특성이 관계 혹은 맥락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성이 A에 내재해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을 말한다. 물론 로라 멀비가 설명하고 있듯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에게서 물신개념은 차이가 있다. 마르크스가 지적하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의 말소(마르크스)이고, 정신분석은 어머니의 몸 혹은 성적 차이를 지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두 경우의 물신주의 모두 사물을 과잉가치화 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효과를 지니며 응시를 불러 모으게 된다는 측면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물신성은 영화의 특성이기도 한데, 하지만 물신성에 대한 멀비의 입장은 기존의 영화 이론과는 차이가 있다. 크리스티앙 메츠의 경우 영화의 기술적 탁월함에서 영화의 페티시적 대상을 이해’(12)한다. 반면, 페미니즘 영화 이론이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성적 자극을 영화의 물신화된 신뢰성을 성공적으로 지탱시켜주는 가장 주요한 요소.’(12). 주목할 것은 무의식의 징후로서의 영화. 자연히 멀비의 관심은 영화의 사실주의적인본성을 밝히는데 있지 않으며 호기심을 유발하는’ (영화의) 본성에 있다.


영화의 호기심유발은 어떻게 가능한가. 주목할 것은 여성 이미지의 물신성이다. ‘스크린 위의 여성 이미지는 화려함을 제공한다. 여성 이미지는 깨지기 쉬운 껍데기상처가 있는 지점에 가면을 씌우고 아름다움으로 결여를 뒤덮는다는 점에서 페티시 그 자체의 환등상적 공간을 공유한다.’(17 3장에서는 영화에서의 여성이미지의 변천사를 살핀다. 초기 영화에서 여성 이미지는 클로즈업되어 나타나는 하나의 상품이었다. 여성 스타의 클로즈업은 서사의 일반적 흐름 바깥으로 그녀의 이미지를 도려내 스펙타클의 고유한 속성으로 그녀를 기능하게끔 강조함으로써 이야기를 정지시키’(21)는 기능을 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의 여성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천하였다. 1920년대에는 초기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여성이미지가 출현하였다. 물론 이 현대성의 시기에 대한 백래시도 발생하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1934년 이래 새로운 영화제작법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일어난 변화다. 성적인 것에 대한 검열은 성적인 것을 영화 밖으로 몰아내지 못했’(25), 오히려 여성의 성욕을 약호화하는 경향’(25) ‘법제화’(25)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스크린 위에 자율적인 여성의 욕망을 재현하는 일어려운 일이 되었다’(25) 영웅과 악당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하에 여성 이미지는 더욱 응축되었고, 오히려 여성 이미지가 가진 성적인 역할이 사라진 결과가 발생했다. 


물신성의 아이러니는 무언가 은폐되길 원하는 것으로부터 눈과 마음을 돌리기 위한 계략’(4)이나 오히려 이 계략이 트라우마적 사건의 현전’(4)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측면에 있다. 그리고 이 트라우마적 사건의 현전은 오직 해독 과정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4페티시를 되돌려주기, 다시 말해 물신에 대해 해독하는 일이 필요하다. 물신은 영화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세계 역시 물신의 방식으로 존재하기에 물신을 해독하는 일은 비단 영화 분석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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