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기
제목5주차 쪽글(4주차 숙제): 규범 이성으로서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해체하는가2019-04-25 21:24:45
작성자

웬디 브라운, 민주주의 살해하기》 쪽글(4주차 쪽글 재작성)

 

전자책을 이용하여 인용 쪽수는 표기하지 못했습니다.


 

민주주의 살해하기에서 웬디 브라운은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시장이나 경제 정책만이 아니라 개개인을 통치하는 이성을 바꿔버림으로써 민주주의를 허물어버리는가를 논하고 있다. 브라운은 미셸 푸코를 따라 신자유주의를 일련의 경제 정책이 아닌 규범 이성으로서 이해하는데, 이는 인간 삶의 모든 면을 경제화하는 신자유주의의 독특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하에서 인간은 오직 호모 에코노미쿠스로서만 존재하며 국가는 경제성장을 위해 굴러갈 뿐이다. 그런데 이때 민주주의가 허물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시장과 돈이 민주주의를 부패 혹은 타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아니다. 브라운은 신자유주의가 호모 폴리티쿠스를 지워버림으로써, 즉 정치의 가능성을 지워버림으로써 민주주의를 조용히 해체한다고 말한다.


이런 지적은 민주주의를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파악하지 않으면서도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사고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민주주의는 어떠한 것이며 어떠한 것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고정된 실체로 파악할 때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형상을 변형(타락/부패)시키고 있을 뿐, 민주 시민(데모스) 자체를 베어버리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된 오늘날에도 (흔한 통념대로) ‘모두가 투표권을 갖고, 투표를 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체제로서 민주주의는 건재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브라운은 민주주의가 논쟁적인 개념임을 인정하면서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에 주목한다.


앞서 말했듯 웬디 브라운은 신자유주의를 규범 이성으로 이해하면서 인간을 오직 호모 에코노미쿠스로만 내세우는 독특한 체제임을 밝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경제적인 공간 및 행위의 경제화가 언제나 금전화를 동반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지적은 신자유주의하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갖는 특이성을 잘 보여준다. 200년 전 애덤 스미스가 그린 경제인은 시장에서 교환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경제인은 데이트를 할 때에조차 기업가나 투자자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들은 더 이상 200년 전 경제인들처럼 교환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경쟁력 제고와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인적자본이라는 형태를 띤다.” 더불어 점점 더 많은 이가 금융 자본이나 투자 자본과 연동되고 있다.” 요컨대 신자유주의하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당장 돈이 되는 게 아닌 영역에서조차 경제적으로 사고하며, 자신의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하거나 스스로를 기업화하여 투자자를 모으는 등 금융화된 인적자본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본 원칙은 교환이 아닌 경쟁이 된다. 이 말은 곧 평등이 아닌(가치의 등가교환이 아닌) 불평등이 전제가 됨을 의미한다. 경쟁을 원칙으로 한 경제화가 삶의 모든 면을 덮어버리고 나면 국가는 정당성을 잃는다. 아니, 경제가 새로운 정당성이 된다. 이는 단지 정의가 격하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국가가 구현해야 하는 정의의 원칙조차 변형됐다는 뜻이다. 국가는 흡사 기업의 관리자 같은 역할을 맡아 경제성장이나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굴러간다. 이렇듯 기능이 축소된 국가에서는 비단 경제적 자유가 확대되는 것만이 아니다. 시민권의 토대 자체가 허물어진다. 고등교육도, 사회안전보장망도, 공공서비스도 전부 개인이 구입해야 하는 서비스로 대체된다. 그리고 이렇게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시민에 맞춰 축소된 시민권이 공공재에 대한 관심으로 정의되는 시민권을 대체하면서 인민, 즉 집합적 정치주권을 행사하는 데모스라는 개념 자체가 제거된다.”


웬디 브라운이 신자유주의를 규범 이성으로서 파악한 것, 즉 민주주의가 아닌 데모스를 바꿔버리는 질서로서 파악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1장 초입부에서 브라운이 오바마 연설을 통해 보여주듯이, 민주주의는 허울뿐인 채로 작동할 수 있고, 실제로도 작동하고 있다. 오늘날 정부의 목표와 선결 과제 목록은 현대 기업의 목표나 목록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일련의 경제정책으로서 파악하는 관점에 서면 집을 마련하기 쉽게 해주자거나 교육에 투자하자거나 이민 정책을 개혁하자는 이 연설 내용에서 신자유주의를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볼지도 모른다. 한편에서는 민주주의를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치켜세우고 인간이 민주주의를 향한 자연스럽고도 영속적인 열망을 지닌다고 자만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많은 불평등이 은폐된다. 그렇지만 브라운이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당장 폐기 처분해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민주주의를 특정 형태의 족쇄에서 해방시키고자한다고 말한다. 요컨대 현존하는 민주주의만이 유일하며 대체 불가능한 체제가 아니다. 새로운 민주주의적 상상력, 새로운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