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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8회차 쪽글] 자기증식적인 이성애적 매트릭스2018-11-23 15: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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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로이트와 젠더 우울증

프로이트는 이성애적 근친상간의 금기를 전제했지만, 실은 동성애금기가 이에 선행하며, 동성애와 동성 애착대상과 동성애금기를 우울증적으로 내면화함으로써 젠더가 구성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그게 무엇으로 구성되었든 간에-”(프로이트, p.22)라는 모호한 표현을 덧붙이며)남성적 기질과 여성적 기질에 따라 대상과의 동일시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가정한다(p.201). 이에 대해 버틀러는 애초에 어떻게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인 기질을 규명하는가?”(p.202)라는 질문을 던지며, 근친상간금기에 의해 상실된 동성애 대상과 욕망의 내면화 과정을 통해 남성적, 여성적 동일시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그래서 젠더 동일시는 금지를 내면화하는 우울증의 결과이다-p.207). 그래서 프로이트가 말한 남성적, 여성적 기질은 실은 이성애적 기질이며, 근친상간금기 이전의 동성애금기가 이를 창조한 것이다(p.208). 정리하면, 남성적/여성적 기질과 대상선택의 인과관계를 프로이트는 논했지만, 남성적/여성적 기질을 만들어내는 (이성애적 근친상간행위를 가정함으로써 확립되는)근친상간의 금기에 동성애 금기가 전제되어있었으며, 이성애중심주의에 기반한 남성적/여성적 기질로서 다시 이성애적 대상선택을 정당화하는 순환논증의 오류에 빠졌던 것이다(p.208). 남성적/여성적 기질은 이성애적 매트릭스에 의한 구성물이며, 이 이성애적 기질은 다시 이성애적 욕망을 생산해내고(p.210), 그럼으로써 젠더를 구성해내는 이성애적 매트릭스를 은폐한다(p.209). 


4. 젠더 복합성과 동일시의 경계

상실되고 (상실이)거부된 동성애와 동성애 대상이 우울증적으로 합체된 몸은, 젠더정체성과 이성애적 욕망이 나타나는 문화적 기호이자, 젠더 복합성과 동일시의 경계이다. 상실되고 (상실이)거부된 애착대상을 내면화하는 과정인 합체는, “근본적인 명명 불가능성으로서 상실을 보유하고 반은유적”(p.215)이다. 상실의 거부로 나타나는 우울증은, 은유적 활동으로서 말의 형성이 아닌, 반은유적 활동으로서의 합체를 통해 몸 위에 혹은 몸 안에 상실을 그대로 새겨놓는다(p.216). “만일 이성애자들이 동성애를 거부한 결과가 우울증이고, 우울증이 합체를 통해 작동되는 것이라면 거부된 동성애적 사랑은 반대편에서 규정된 젠더 정체성을 발전시킴으로써 보존된다.”(p.218) 여기서 합체는 자기정당화의 환영으로서 몸이 담론적 구성물임을 은폐하는데(p.218), 몸의 쾌락과 각부를 구분한 것을 요구하여, 이미 젠더화된 몸과 이성애화된 쾌락을 서로의 원인으로 가정함으로써 몸의 쾌락과 각부를 자연화한다(p.219). 이성애적 매트릭스는 욕망하는 몸 자체를 부분적으로 변형”(p.220)함으로써 몸을 이성애화하고, 섹스를 자명한 해부학적 사실로 등장하게 만들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성애적 매트릭스는 자기정당화한다.

 

5. 금기를 권력으로 재공식화하기

동성애 개념의 생산과 억압을 통해 젠더정체성과 이성애를 구성해내고 다시 그 이성애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근친상간금기는 곧 권력이다. 근친상간금기는 근친상간의 욕망을 금지하고 젠더 주체성을 구성하는 사법적 법”(p.229)이다. 이 사법적 법, 즉 근친상간금기는 단순히 억압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기능도 갖고 있어서, 이성애적 섹슈얼리티는 이성애적 근친상간행위의 금지로 작동하는 근친상간금기의 생산물인 것이다(p.230). 근친상간금기는 다시 자신의 생산물인 이성애적 섹슈얼리티를 통해 구성된다는 점에서, “법은 자기 동일적인 법이며, 이 법은 스스로를 만들어”(p.230)내고, “사법적 근친상간 금기가 갖는 생산적 작용과 억압의 작용을 더 이상 분리할 수 없게 된다.”(p.230) 그런데 근친상간금기는 이성애를 문화적 규범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인식 가능한 동성애 개념이 필요하고 그것을 문화적으로 인식 불가능하게 만드는 동성애 개념의 금지를 통해, 이성애중심주의를 강화한다(p.231). 양성애(이성애와 동성애의 이분법적 분리)는 담론적 구성물이었던 것이고, 상징계의 바깥에 있고 전복의 가능성으로 일컬어지는 양성성 또한 담론적 관점 안의 구성물인 “‘내부에 들어와 있는 외부의 구성물”(p.231)이다. 시간성을 통해 법의 이전과 법의 동안을 구분하고, 담론적 구성물을 담론적 구성물로서 바라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성애적 매트릭스의 작동원리를 은폐하는 것이, 바로 권력으로서의 근친상간금기의 효과이다.




*1장 복습하고 나서늦게나마 요약문 작성했습니다.


<젠더화된 주체를 생산해내는 이성애중심주의>

   이성애제도가 섹스를 원인으로 가정하고 그 생산장치는 은폐함으로써섹스젠더욕망 간의 일관성과 연속성의 관계를 설정유지하면서 단일한 젠더 정체성’, 즉 젠더화된 주체를 생산한다섹스/젠더의 이분법적 구분은 섹스를 자연화하는데이는 섹스와 결부된 몸을 담론적 구성물이 아닌 단순히 수단이나 매개로 가정하는 데에서 빚어진 결과이다또한 이성애제도 바탕 위에서 이분법적 섹슈얼리티의 범주는 섹스를 원인으로 가정하게 만든다젠더라는 문화적 규율장치즉 이성애적  매트릭스는 젠더화된 주체(이성애적 주체)들을 생산해낸다자신을 여성’, ‘남성으로 정의 내리게끔 만드는 생산장치를 다음의 내용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페미니즘의 정치적 재현은 보편적인 여성’ 범주를 가정하는 것이 아닌, ‘여성’ 주체를 그 어디에도 가정하지 않을 때에만 의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p.94). ‘여성주체의 선험적 가정이 문제시되는 이유는푸코가 말했듯 권력의 사법체계가 주체를 생산”(p.86)해내는 것처럼, ‘페미니즘 주체로서의 여성도 자신이 해방시켜야 할 바로 그 정치체계에 의해 담론적으로 구성된 것”(p. 87)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젠더는 늘 정치적문화적 접점에서 생산되고 유지되는 것인데(p.89), ‘여성을 계급인종민족성및 다른 권력 관계의 축들과 분석적정치적으로 완전히 분리”(p.91)함으로써 단일한 정체성 개념을 형성해내는 것도 문제적이다그리고 여성범주의 설정은 지배구조의 범주적이거나 허구적인 보편성”(p.90)을 택하게 만들고, “피지배 경험이라는 여성의 공통성”(p.90)을 가정한다는 한계도 지닌다.

   섹스와 젠더의 이분법적 구분은, ‘섹스가 문화적 구성물임을 은폐함으로써섹스-젠더-욕망의 일관성과 연속성이라는 강제적 질서를 구획한다섹스와 젠더의 이분법적 구분은 섹스로 결정된 몸과 문화로 구성된 젠더 간의 극단적 단절”(p.95)을 시사하며이분법적 젠더 체계의 가정은 은연중에 젠더가 섹스를 모방하는 관계라는 생각그에 따라 젠더는 섹스를 반영하거나혹은 섹스의 규제를 받는다는 생각”(p.96)을 하게 만든다하지만 섹스를 자연적인 것/담론 이전의 것/비구성적인 것으로 생산하는 것은, “젠더라 지칭되는 문화적 구성장치의 결과”(p.98)이다섹스도 젠더의 효과이며따라서 섹스와 젠더는 전혀 구별될 수 없는 것”(p.97)으로 판명난다.

   젠더는본질로서의 사람의 이차적 특징”(p.104) 혹은 남성적인 구성물”(p.105)이 아니라, “변화하거나 맥락화된 현상으로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특수한 일련의 관계를 둘러싼 상호 수렴의 지점”(p.103)이다몸에 젠더라는 문화적 의미가 각인되어 젠더가 구성된다는 결정주의는문화가 운명이 되도록 만들고 몸을 문화적 법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수용자”(p.98)로 이해한다젠더를 의지에 따라 쉽게 취사선택함으로써 젠더가 구성된다는 입장은여성이 문화적 강제 상황 아래”(p.99)에 있는 현실을 간과하고섹스를 담론 이전의 것으로 전제한다어떠한 입장이든 몸을 단순한 수단이나 매개로 가정하는데실은 몸도 그 자체로 하나의 구성물”(p.100)이다섹스와 결부되는 몸이 구성물이기 때문에젠더는 젠더화되기 이전의 특정한 본질이나 어떤 사람의 속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맥락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주체들 간의 관계”(p.103)라는 것이다.

   섹스/젠더의 이분법적 구분으로 섹스를 자연화하는 한계통합적인 남성적 의미화 경제의 설정으로 남성적 억압의 보편성”(p.111)과 여성 정체성의 보편성”(p.110) 가정이라는 한계를 넘어우연적 토대 위에서 열린 정체성에 기반한 열린 연대가 필요하다(p.114). 이라가레는 획일적인 남성적 의미화 경제를 가정함으로써 남성적 억압의 보편성을 설정하는데이는 문화적 차이를 지워버리는 인식론적 제국주의”(p.109)를 범한다또한 여성 정체성의 통일성즉 규범적이고 배제적인 여성’ 범주는 계급인종섹슈얼리티 등과 같이 수많은 문화적사회적정치적 다양성을 사실상 거부”(p.111)함으로써 여성들 간의 차이를 지워버린다. ‘여성’ 범주의 통일성이 아닌 반토대주의 위에서 정체성이 계속해 경합한다면연합 행위는 더 빨리 이루어질 것이고 여성들 내부의 차이도 존중될 것이다(p.113).

   젠더를 본질로 바라보는 본질의 형이상학은이성애 제도 안에서의 젠더의 구성을 은폐하고 섹스를 성적 욕망의 원인으로 가정함으로써섹스젠더욕망 간에 일관성과 연속성의 관계를 설정유지하면서 단일한 젠더 정체성을 생산한다젠더를 본질’(언어적으로는 명사)로 바라보는 본질의 형이상학은(p.124), “그 사람의 생물학적 성심리적 자아감그 심리적 자아의 다양한 표현방식그중에서도 가장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 욕망의 양태를 가지고 어떤 사람이다라는 결론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p.125) 하지만 젠더는 이성애제도 아래에서 구성되는 것이고(p.126), 규범적 이성애 바탕 위에서의 이분법적인 섹슈얼리티의 범주가 섹스를 성적 욕망의 원인으로 가정함으로써 그 생산장치의 목적을 은폐하는 것이다(p.128). ‘원인으로 가정된 섹스는 섹스-젠더-욕망 간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전제된 사람’, 즉 단일한 젠더 정체성을 형성해왔던 것이다하지만 젠더는 본질이 아니라 행위이고행위 뒤에 행위자가 없다는 점에서젠더의 표현물 뒤에는 어떠한 젠더정체성도 없다(p.131).

   ‘행위자를 선험적으로 가정하고 행위자가 도구로서의 언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섹슈얼리티와 권력이 동일한 시간에 펼쳐지므로 권력관계의 관점에서 구성된 섹슈얼리티의 개념을 전개함으로써구성물의 반복가능성을 통한 권력의 위치변경의 전략을 꾀할 수 있다위티그는 행위 뒤에 행위자가 시간적으로 먼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언어를 젠더중립적인 것으로 간주함으로써여성혐오주의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언어를 행위자들의 집단행동으로 변화가능하다고 여긴다(p.133, 134). 반면섹슈얼리티와 권력이 동일한 시간에 펼쳐진다는 푸코의 주장은(p.141), “섹슈얼리티가 항상 담론과 권력을 조건으로 구성된다.”는 섹슈얼리티를 옹호하는 페미니즘이론과 만나면서남근적 권력관계의 관점에서 구성된 섹슈얼리티 개념을 전개 가능하도록 만들었다(p.143). 섹슈얼리티 내의 이성애적남성중심적 권력체계의 존재는 단순히 권력체계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남성적 동일시를 전복하려는 행위를 통해 남성적이성애적 원본이라는 것의 허구적인 구성물임이 드러난다(p.144). ‘원본의 패러디적 반복은 원본이 이성애적 구성물임을 밝힐 것이며그 다양한 전복 행위들이야말로 젠더의 통합성을 구획하는 이성애 중심적 억압체계를 붕괴할 것이다(p.145).

   개인은젠더화된 이상(gender ideal)을 가정한 젠더규범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젠더정체성을 형성하고 젠더화된 주체가 되어간다한편반복적 수행에는 인식가능성의 젠더규범에 균열을 내는 전복적행위의 수행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고이를 통해 새로운 젠더배치의 가능성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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