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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쪽글]'해석'의 대상에서 '상호연결'되는 몸으로2020-04-13 16: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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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3 쪽글


 

3바깥에서 안으로몸 표면 위에 새겨진 사회적인 각인이 정신적 내부를 형성하는 방식에 관해 탐구”(238)한다. 이는 몸을 외재성의 형식으로 보는 정신분석학, 현상학적 전통을 참조한 2부의 서술과는 다른 철학적 전통을 기반으로 해서 행해진다. 니체, 푸코, 들뢰즈, 링기스 등 이상의 철학자들의 몸에 대한 이론은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감춰진 내부나 깊이의 표현”(238)으로 몸을 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게서 몸은 순전히 표면적인 현상이자, 복합적이고 자기 안으로 접혀지는 다면적 표면이다. 그렇다고, 깊이 혹은 내부성의 효과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평면적인 차원에서의 절개와 각인으로 인해 깊이와 내부성을 산출”(239)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몸을 감추어진 내부의 표현으로 보지 않고, ‘평면적 차원에서의 절개와 각인의 형식으로 본다는 것은 방법론의 차이로 이어진다. 정신분석이 흔적 찾기’, ‘해석’, ‘해독에 골몰했다면, 이제 지도작성법’, ‘조사’, ‘리좀’(들뢰즈) 등이 중요해진다.

그로츠는 5장 니체와 지식의 안무에서 표면으로서의 몸에 대한 논의(푸코, 들뢰즈)를 본격적으로 살피기 전에 그 선조격이라 할 만한 니체와 카프카의 몸에 대해 살핀다. 그의 논의에서 니체가 중요한 것은 니체는 몸과 마음이라는 뿌리 깊은 이분법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니체는 몸과 마음을 구분하지 않는다. 몸은 활동결과일 뿐, 단일한 주체의 지배를 받지도 않는다. 영혼(정신)은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만약 그것이 있다면, 몸이 가진 힘들과 권력의지의 지속적인 변형 의지가 자기 자신의 몸으로 향해 반전된 것에 불과(252)하다.

6장은 각인되는 표면으로서의 몸은 우선 링기스의 논의에서 시작한다. 링기스의 몸에 대한 입장에 대해 그로츠는 몸을 사회적으로 절개된 표면으로 보는 니체의 몸 개념 요소, 몸을 리비도 에너지의 투자로 보는 프로이트, 형상학적 몸 개념 요소, 에너지의 강도가 순환하는 공간으로서의 들뢰즈의 몸 개념 요소가 결합되었다고 정리한다. 그로츠가 링기스의 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 텍스트가 야만적인 타자와 서구 문명이라는 이분법이 문제적이기는 하지만, ‘각인에 대한 링기스의 논의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 만큼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링기스는 문명화된각인은 하나의 성감대를 다른 성감대로 치환시킴으로써 성감대 감각의 공간을 축소”(279)시킨 것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원시적인 각인은 공간을 확장하고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것은 또한 해독되는 메시지가 아니라, “사회적인 위치와 육체적인 강도를 상호 연결시켜주는 지도와 더욱 흡사”(280)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그로츠가 보기에, 링기스가 야만/문명이라는 이분법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적이다. 하지만 링기스가 야만적 각인이라면서 정의내린 것이 그로츠가 생각하는 각인의 특성(상호 연결시켜주는 지도)을 포착해내고 있기 때문에 참조가 필요하다.

6장에서 각인되는 표면으로서의 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푸코를 경유하여 이루어진다. 푸코는 앞서 살펴본 니체의 계보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몸에 새겨진 사회적인 권력의 각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그리고 지식이 어떻게 몸으로부터 추출되며 그 다음 차례로 그렇게 추출된 지식이 몸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관한 이론이다.”(290) 물론 푸코의 역사, 지식, 권력과 같은 개념들은 니체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니체에게 몸이 지식의 행위자이고 적극적 원인이라면 푸코에게 몸은 권력의 대상이며 표적이자 도구이다. 또한 푸코의 권력은 니체의 것이 생동하게 만드는 힘이나 일련의 세력이었던 것과 달리 보다 미세한 그물망이라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푸코에게서 몸은 미세한 통치 권력에 의한 하나의 결과이다. 그로츠는 푸코의 몸 이론의 핵심이라 할 만한 성의 역사 1권의 내용을 서술한다. 푸코가 밝혔던 것은 섹스는 섹슈얼리티의 효과라는 것 그리고 이 섹슈얼리티는 권력의 효과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섹슈얼리티와 섹스 둘 다 사회적 구성물담론화이전의 것이 아니”(304)라는 것이다. 푸코의 성의 역사는 섹스와 섹슈얼리티를 자연화하고 비정상적인 성이라는 주변적인 성을 생산하는 일련의 성에 대한 담론에 대한 비판적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그로츠는 푸코의 서술에서 등장하는 몸에 대해 불분명한 것이 있다고 질문한다. 첫째는, “섹스와 섹슈얼리티가 특정한 권력을 각인한 결과라고 한다면, 무엇위에 권력의 각인이 일어났던 것인가다. 푸코의 논의에서 몸과 쾌락이 권력 이전에 존재하는데, 이는 곧 섹슈얼리티의 전략적인 배치 바깥에, 혹은 배치 안에 중립적 지점(306)이 있다는 뜻이 된다. 두 번째 질문은 푸코의 몸이 텅 빈 백지”(307)일 때, 이것은 누구냐는 것이다. 저자는 푸코의 모델이 여성을 지운 것이라는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로츠는 각인 모델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각인 모델을 재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7장 강도와 흐름은 들뢰즈식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몸의 증상을 결여를 나타내는 증거로 보고 해석하려고 했던 정신분석적 전통과는 다른 방식으로 몸을 사유하기 위한 의지가 들뢰즈에 대한 참조로 이어진 것이다. '각인되는 표면으로서의 몸'에서 중요한 것은 몸이 무엇과 절합되느냐를 조사하는 것이다. 물론 들뢰즈·가타리가 여성에 관하여 충분히 살핀 것도 아니고, 결함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집중이 필요한 것은 몸에 대한 이분법적 사유를 넘기 위한 아이디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그로츠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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