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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주차 쪽글] 나의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디지털 주체와 문학텍스트가 만들어낸 복잡성2019-10-18 14: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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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연/페미학교/3주차 쪽글/문화

 

N.캐서린 헤일스, 송은주이경란 역, 나의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디지털 주체와 문학텍스트(2005), 아카넷, 2016

 

나의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디지털 주체와 문학텍스트가 만들어낸 복잡성

 

나의 어머니는 컴퓨터였다는 컴퓨터 우주가 어머니 자연을 대신하여 인간 행동과 물질적 실재 모두의 근원(16)이라는 선언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위의 문장을 인간이 신체를 버리고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딩 한다.’는 식의 탈체현된 세계 모델(한스 모라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체현과 정보의 대립을 극복하고자 한다. 또한 이 제목은 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주체성이 형성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전 시대에 읽기를 가르쳐주던 어머니의 목소리 대신에, 컴퓨터의 삐 소리 등은 현대의 주체성을 전자적 환경에, 인간을 계산적 우주에 연결하는 고리이다.’(18)

부제인 디지털 주체문학 텍스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먼저 디지털 주체는 인간과 인공 생명체간의 접속으로 생겨난 것으로 계산적 우주라는 주제와 이러한 하이브리드 주체성을 재치있게 연결한다.’(19) “문학 텍스트는 계산적 우주라는 복잡계를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복잡계는 비선형적 행동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수학으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시뮬레이션과 담론적 설명이 필요한데, 특히 담론적 설명 중에서도 내러티브를 사용하는 문학 텍스트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와 코드 간의 교섭을 살피는데, ‘디지털 주체와 문학 텍스트를 함께 조사하고 연관짓는 주된 방식 중의 하나이다.’(21) 또한 이 작업을 통해 인쇄 텍스트와 전자 텍스트의 상호침투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재현 사이의 변증법’(21)으로 만들기(언어와 코드), 저장하기(인쇄와 전자 텍스트),전송하기(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분석’(21)이 가능하다. 이 세 가지 형식은 정보와 관련된 양식들이면서 또한 주체의 신체와 텍스트의 신체를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21) 텍스트의 신체와 디지털 주체의 신체의 뒤엉킴은 상호매개. 이 뒤엉킴 혹은 복잡성은 어떤 식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것이다.

1부에서는 디지털 주체와 문학텍스트가 만들어낸 복잡성의 처소를 살피고, 이 복잡성이 소설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우선, 복잡성의 처소는 말하기, 글쓰기, 코드라는 세 가지 세계관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이다. 흔히 코드라는 새로운 형식을 말하기나 글쓰기와 같은 레거시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라 오해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 비판적이다. 복잡성은 코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코드가 레거시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때 생성되는 복잡한 역학에서 나온다. 이 맥락에서 말하기를 언어 시스템의 진정한 처소로 본 소쉬르나, 그런 소쉬르의 관점에 반대하면서 글쓰기를 강조한 데리다의 입장에 대해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앞서의 관점에 따르는 경우, 양자 모두 중요한 지점을 놓친다. 소쉬르는 물질적 문제들을, 데리다는 코드가 가진 명료성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코드의 성격(계층적 성격, 숨겨야 한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단순히 앞선 시스템을 대체한다는 강조를 위함이 아니다. 분명 앞선 레거시 형식과는 다른 지점을 가졌고, 이 다른 특성을 가진 이 형식들 말하기, 글쓰기, 코드가 만나면서 새로운 복잡성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 보다 우월하거나 본질적이라는 주장은 할 수 없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곧 사라져갈 코드의 선행 모델이 아니라, 복잡성의 여러 진화 단계에서 꼭 필요한 파트너로 보아야 한다.>(91) 그리고 이 지점에서 내러티브와 주체성이 강조된다. <세계의 복잡성, 특히 인간 문화의 복잡성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계산 체제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들과 만들기, 저장하기, 전송하기에 중요한 매체 기술과 계산 체제의 상호작용이다.>(92)

말하기, 글쓰기, 코드의 세계관의 상호매개하는 피드백들이 소설에서 재현될 때 신체와 주체성에 어떻게 기록되는가. 세 편의 소설을 통해 이를 알아보는데, 이 세편의 소설은 모두 희소성의 체계를 정보의 꿈이 극복할 수 있다는 유혹이 등장한다. 하지만, 물론 이 정보의 꿈은 처음의 희망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탈출이 아니라 지배와 통제의 역학이 새로운 방식으로 실행되는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변하는 것은 희소성의 체제가 아니라, 정보의 코드가 그 안에 존재하고 또 통과하는 신체 안의 주체이다.>(105) 또한 세 편의 소설에서 젠더 위계질서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뀐 것은 젠더 간의 역사적 권력 차이가 아니라, 계산 체제와 관련된 주체성들의 분산이다.>(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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