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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페미학교시즌02] 1주차 신자유주의 연구의 입지점으로서 젠더2019-03-29 16: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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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연구의 입지점으로 젠더

 

취생몽사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는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1985년 일본의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비준 및 남녀고용기회균등법 제정으로부터 시작하여 1999년 남녀공동참여사회 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지는 법률들, 즉 여성의 사회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일련의 법제가 결국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의 일환이었음을 우에노는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법제의 결과는 여성노동의 위계화된 구획이었으며, 불안정 노동의 여성화였다는 것이 다양한 통계치가 보여주는 바이다. 격차사회에서 하위층은 여성들과 청년들로 채워졌다.


한국에서는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제정(88년 시행), 1999년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남녀차별금지법), 2003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18년에는 성차별성희롱금지법 추진이 계획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한 일련의 법제화는 한국의 경우에도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의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길게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시절부터, 보다 명확히는 1998년 김대중 정권에 의해 추진된 구조조정 이후 한국사회에서도 여성의 노동은 위계적으로 구획되었고, 많은 여성들은 불안정노동자가 되었다. 남녀고용률차이, 임금률차이, 비정규직내에서 여성의 비율 등등의 국내 통계지표 역시 한국사회의 본격적 신자유주의화는 불안정노동의 여성화와 여성의 하위계층화를 결과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우에노의 책은 그저 일본 이야기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이 한국에서도 조금의 시차를 두고 일어나기 시작했고, 1998IMF발 구조조정 이후에는 거의 동기화되었다. 우에노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질서는 구조적으로 젠더불평등을 배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공공부문의 시장화, 불안정노동의 양산, 소득불평등의 심화, 사회적 배제의 강화 등의 현상은 젠더 중립적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신자유주의는 일차적으로 여성을 노동력으로 동원하면서도 다수의 여성노동자달을 권리 없는 일회용 노동자로 동원하여 쓰고 버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신자유주의 질서의 성별을 묻게 한다.


우에노의 연구방식, 즉 관점과 방법은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통계치를 바탕으로 여성의 취업률, 진학률,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 임금률, 결혼률, 출산률, 주거형태, 가족구성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형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여성을 노동력으로 동원하며 그러한 동원의 결과가 불안정노동의 여성화와 여성의 하위계층화를 결과하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이런 경향은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후발 자본주의 국가형 신자유주의 특징인지, 아니면 신자유주의 일반의 특징인지 하는 것이다. 앵글로-색슨 형 신자유주의,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 북유럽의 포스트복지국가 등 신자유주의 다양한 모델 모두는 결국 여성의 하위계층화에 기초하여 작동하는 것인지, 동아시아 후발 자본주의 국가에 고유한 것인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각 모델들에 따라 여성의 하위계층화 양상과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규명되어야 할 과제이다.


신자유주의의 성별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내에서 젠더 관계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작동하는가?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는 결국 성차별적 구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경제질서라는 점을 어떤 방식으로 규명해 갈 것인가?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는 이 질문을 풀어가는데 있어서 하나의 전범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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