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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주차 쪽글]_감정과 혁명_쏠2020-04-06 17: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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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6. 페미이론학교시즌4

감정과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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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세 여자는 주세죽과 허정숙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세세하게 풀어내면서 역사의 흐름을 서술한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다. 독립운동과 혁명이라는 과업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사랑에 빠지고, 분노하고, 시기하고, 질투한다. 또한 여성이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을 여성해방의 한 요소로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는 이성과 감성을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나누고 감정을 열등하고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시각과는 다르다.

 

세 여자속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사랑에 빠지고 이별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독립운동이나 혁명에 불필요하다는 이론은 있지만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운동하는 이들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것도 사랑이고(주세죽과 박헌영, 허정숙과 최창익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 운동을 떠나게 하는 이유도 사랑이었다(허정숙과 임원근). 이 밖에도 소설은 등장인물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의 파벌 싸움 또한 인간의 감정문제가 끼어있음을 보여준다. 파벌의 문제를 서로의 사상차이라고만 서술하지 않고 서로 싸우고, 시기하고, 비난하는 모습까지 이야기 한다. 이는 성별, 사상, 국적을 불문하고 인간에게 감정 없이 이성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주인공 허정숙이 편집장을 맡은 <신여성>이라는 잡지에 여성의 감정 표현을 중요시 하는 머리말이 등장한다.

“1, 우리는 지나간 날의 미지근한 감정을 내여버리고 정열 있고 예민한 감정의 주인공이 되어서 자기 개성을 살릴 줄 알고 위할 줄 아는 여성이 되자.”(1130p)

이처럼 신여성이 등장할 당시 여성해방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정열 있고 예민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이는 여성은 감수성이 예민해서 안 된다.”와는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그간 조선의 여성들은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것이 여성의 도리로서 강요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정열과 예민한 감정을 마음껏 뿜어내면서 자유를 만끽하자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예민한 감정을 문제시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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