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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쪽글입니다.2018-10-05 16: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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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페미니즘 학교 2018-10-05 김혜민.hwp (16KB)

김혜민


내게 페미니스트 이론은 구체적 상황이나 일상의 삶에서 겪는 경험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내 삶이나 타인의 삶을 비판적으로 중재하려는 내 노력에서 나타난다........ 개인의 고백과 개인의 경험은 이론의 기반을 형성함으로써 해방적인 페미니스트 이론을 산출하는 데 비옥한 땅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가장 절박한 이슈들[여성과 아이들,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 성적인 자유 등에 대한 폭력 행사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요구]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동안, 역량을 강화해주고 능력을 부여해주는 비판적 이론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페미니스트 저작물이 상당히 많지만 페미니스트 실천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변혁해야 한다는 사실을 여성, 남성, 어린이에게 알리려는 페미니스트 이론은 너무나 드물다는 사실에 나는 늘 놀란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스트 사고와 실천을 일상의 삶에 통합하도록 도와주는 페미니스트 이론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벨 훅스, 해방 실천으로서의 이론중에서, 89-90p)

나는 벨 훅스가 주장하는 페미니스트 사고와 실천을 일상의 삶에 통합하도록 도와주는 페미니스트 이론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페미니스트 이론이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저자 벨 훅스는 소수의 사람들, 즉 사회의 엘리트들만이 전유하는 페미니즘 이론은 이론과 실천에 대한 잘못된 위계를 설정함으로써, 그리고 그 난해하고 복잡한 언어로 인해 일반 대중들이 그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함으로써 결국 대중적인 해방적 실천과는 동떨어진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에 반발하면서 페미니즘 이론은 실천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론이란 다양한 여성들의 고백과 경험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여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페미니즘 이론은 결국 해방적 실천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론은 여성으로서의 겪는 경험과 고통의 목소리에 늘 예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페미니즘 이론을 쉽고 대중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해방적 실천을 도모하는 열쇠인 것처럼 서술하는 저자의 주장은 어딘가 의구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누군가로부터 당신의 글은 왜 그토록 어렵고 난해한가라는 질문에 사회학이 다루는 사회현상이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답했던 것처럼, 페미니즘이 다루는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현상 역시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그 사회를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페미니즘은 마냥 쉽게 쓰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즉 일반 대중들로부터 유리된 고도의 난해하고 추상적인 페미니즘 이론은 단지 백인우월주의적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혜택을 보는 소수의 엘리트들의 지적 유희와 교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대중이 이해할 수 없을 지라도 추상적 이론의 영역은 궁극적으로 해방을 위해 필요하다.

나는 벨 훅스가 의미하는 실천을 도모할 수 있는 이론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싶다. “페미니스트 사고와 실천을 일상의 삶에 통합하도록 도와주는 페미니스트 이론이란 복잡한 여성의 삶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이론의 영역과 대중의 삶과 인식의 영역 두 사이를 매개하는 번역자로부터 생산된 언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즉 이론언어를 생산하는 영역의 논리와 일반 대중들의 삶의 영역의 논리를 동시에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중 언어 구사자들로부터 생산된 페미니즘 언어야 말로 진정한 해방적 실천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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