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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선행연구 요약2018-12-13 21: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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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선행연구요약(조지훈).hwp (16.5KB)

주제: 버틀러의 수행성 개념 연구

 

수행성은 버틀러의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다. 이 개념은 포스트구조주의의 이론적 입장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페미니즘 운동의 개입의 지점을 사유하기 위한 접점에 놓여 있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버틀러 본인도 수행성 개념을 충분히 정의내리지 못한 채로 무수한 논쟁과 인용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한편으로 버틀러의 이론적 파급력을 낳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념에 대한 이론적 평가를 하는 데는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서 버틀러의 수행성 개념이 지니는 이론적 함의에 대해서 고찰해보고자 한다.



선행연구 요약

 

<젠더트러블>에서 수행성 개념에 대한 정리는 개정판 서문과 3부 마지막 장에서 등장한다. 버틀러가 수행성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수행성 개념은 내면적 본질이자 정체성으로서의 젠더를 반박하기 위해 사용한다. 젠더는 주어진 정체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행적 효과에 의해 구성된다. 여기서 핵심은 이 수행이 양식화되어 있고 반복된다는 것이다(버틀러, 55). 개인의 자유로운 수행에 의해 젠더가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양식화된 수행의 반복에 의해 젠더가 구성되는 것이다. 즉 수행성은 일차적으로 성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기보다, 성적 억압의 구성을 설명한다. 그러나 수행성은 견고한 구조가 아니라 실천의 집적이기 때문에, 늘 실패할 수밖에 없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조주영, 89). 그리고 바로 이 실패의 가능성으로부터 저항과 이탈의 가능성이 열린다. 성적 억압을 구성하는 수행성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늘 규범적인 젠더와 다른 이질적인 실천들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수행성 개념에 교차하는 억압과 저항의 동시적인 가능성이다.

 

국내에서 버틀러의 수행성 개념을 다루고 있는 논문은 조주영(2014), 전혜은(2011), 서유경(2011)이다. 이 논문들은 수행성 개념의 평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갈리지만, 이론적으로 수행성 개념이 탈주체적 실천이라는 점에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주체 없는 행위성을 통해서, 버틀러는 주체의 자격을 얻지 못한 자들의 실천을 이론적으로 옹호하고자 했다는 것이다(조주영, 91). , (탈주체적 실천으로서의) 수행성 개념은 단순히 주체의 부정이 아니라, 실천 속에서 정치적 주체의 범위를 열어놓았다는데 진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들 모두 수행성 개념의 출발점으로서 데리다를 주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버틀러는 다음과 같이 분명히 수행성 개념이 데리다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원래 나는 카프타의 <법 앞에서>에 대한 데리다의 독법에서 젠더의 수행을 어떻게 읽을지 그 단초를 얻었다. 어떤 사람이 법을 기다리며, 법의 문 앞에 앉아 자신이 기다리는 법에 어떤 힘을 부여하고 있다. 권위적인 의미에 노출되리라 기대하는 것이 바로 그 권위가 부여되고 설정되는 수단이다. 나는 우리가 젠더에 관해서도 비슷한 기대를 하며 연구하는 게 아닌지 퍽 궁금했다. 젠더가 곧 드러나게 될 어떤 내적 본질로 작동하고 있다는 기대, 젠더가 기대하는 바로 그 현상을 결국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버틀러, 54~55)

 

이후로 <젠더 트러블>에서 버틀러가 직접적으로 데리다와 수행성 개념을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는 대목은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만 가지고 추론을 하자면, 버틀러는 데리다가 차연과 법의 힘을 연결 짓는 대목을 통해 자신의 수행성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데리다에 따르면 법의 힘은 직접적인 현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늘 법이 실현된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자신의 등장이 지연된 채로 위력을 발휘한다(데리다, 267~270). 다시 말해 법의 힘은 차연을 통해 작동한다.

 

만약 버틀러가 데리다의 차연 개념 끌고 들어와 수행성을 설명한다면, 여기서 반드시 강조되어야 할 점은 지연을 통해 위력을 발휘하는 시간성이다. 만약 그렇다면 수행성을 젠더를 구성하는 반복적인 실천의 집적으로만 정의하는 것은 불충분한다. 사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구성주의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넓은 이론적 망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생각이지, 굳이 데리다적 사유의 특징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더욱 문제는 구성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젠더 개념을 해석했을 때, 규범적 젠더가 실천의 구성물이기 때문에 억압적 실천의 실패 속에서 혹은 대안적 실천을 통해 쉽사리 빠져나올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이 구성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등장을 지연시키면서 법적 주체에게 위력을 발휘하듯, 젠더 역시 구성물이지만 젠더 주체에게 위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수행성 개념에서 좀 더 고민해야할 부분은 위력을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시간적 지연이다.

 

 

참고문헌

 

주디스 버틀러(2008), 젠더 트러블, 문학동네

자크 데리다(2013), 문학의 행위, 문학과지성사

조주영(2014), 주체없이 행위성을 설명하기, 시대와 철학 2015 254

전혜은(2011), 근대적 주체 이후의 행위성, 영미문학페미니즘 제192

서유경(2011), 버틀러의 수행성의 정치이론의 정치학적 공헌과 한계, 대한정치학회보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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