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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주차 쪽글] 통치이성 형식으로서 신자유주의가 해체한 것2019-04-19 18: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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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이성 형식으로서 신자유주의가 해체한 것


전주희


웬디 브라운의 <민주주의 살해하기>는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규정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즉 민주주의를 단일하고 고정된 관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논쟁적이며, 해체될 수 있는 가치이자 정세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파악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정의하는 기존의 통념을 해체한다. 즉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공격한다는 식의 통념이다. 이럴 경우, 민주주의는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개념이라는 통념을 전제한다. 웬디 브라운의 문제의식은 신자유주의가 서구 유럽에서 형성된 자유민주주의를 대상으로 어떻게 요란한 전쟁을 벌이는가가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들을 조용히 해체하고”(16) 있다는 점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 나온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웬디브라운은 신자유주의를 이데올로기, 즉 “정부정책, 자본주의의 한 형태, 자본가 계급의 수익성 회복을 위해 시장을 방임하는 이데올로기”(35)로 보기 보다는 푸코의 논의를 따라 “통치 합리성”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통치합리성으로서의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정치적 지배력으로서의 신자유주의 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모든 측면, 경제적인 공간 뿐만 아니라 비경제적인 공간을 경제화하여 재편하는 지식, 형식, 내용의 절차들을 포함한다. 

통치합리성의 특정 형식으로서의 신자유주의는 이렇듯 삶의 전반을 재편하며, 이를 위해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들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추구한다. 자유, 평등, 권리의 목록들이 경제화의 메커니즘에 포획되면서 이러한 가치들은 가치절하되거나,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경제화의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즉 자유, 평등, 권리가 극단적으로 형식화되거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합리적 도구들로 재구성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웬디 브라운이 푸코의 호모 에코노미쿠스 개념을 확장해서 신자유주의적 주체는 기업적 주체로서 자기 개발만을 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회사, 국가 등을 위한 기업가적 주체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하에서 개별화된 주체가 탈공동체적 주체로 파편화된다는 지적을 넘어, 기업과 국가에 복종하는 주체로서 재구성된다는 것이며, 이는 근대 사회계약론과는 다른 전도된 형태로 국가과 시민의 역할을 재설정한다는 것이 된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개별 삶 전반을 지배할 때 민주주의 이념의 재구성(영혼의 재구성)과 국가의 재구성을 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웬디브라운이 제기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신자유주의 이성이 현재 살제로 운용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에서 그런 이상과 열망을 제거하고 있다면 더 야심찬 민주주의 기획은 과연 어떤 토대에서 출발할 수 있을까?”(17)

즉 자유민주주의적 기획에서 역사적으로 구성된 자유, 평등, 권리 등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가 해체되고 난 뒤, 우리는 어떤 토대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핵심적이다. 웬디브라운은 근대 민주주의적 기획의 상상력이 해체된 이후 우리의 상상력의 토대를 묻고 있다. 미래의 상상력은 과거로부터 나온다. 그녀가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고찰할 때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기존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공격하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신자유주의 하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토대를 구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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