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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자본주의의 세계화라는 폭력2019-04-12 18: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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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2부는 서구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행된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어떻게 ‘자본주의 축적 과정에 내재한 폭력, 기근이라는 폭력, 그리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경제적 세계화의 길을 터준 전쟁과 진압활동(p.123)’을 활용해왔는지 분석하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새로운 착취의 근본원인인 국제경제질서(p.112)’에의 전세계 여성들의 전복을 모색한다.


21세기의 자본 축적은 ‘신국제노동분업’에 의해 가능해지는데, 이는 1970년대 중반부터 북반구의 초국적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남반구의 ‘개도국’으로 옮기면서 일어난 전세계적 차원의 상품생산 구조조정이다. 그 결과 남반구의 노동자들은 생산수단과 공적 서비스, 공동체 문화 등의 삶의 터전을 모두 빼앗기고 극히 악화된 노동조건에 놓이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재생산 노동의 국제적인 재분배가 일어나게 되는데,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이주한 여성들이 대도시의 서비스부문과 가사노동 부분에서 재생산노동을 전담하게 되고 이는 여성내의 분열과 신식민지적 질서를 형성한다. 이러한 세계적 차원의 자본 축적을 위해 구조조정 프로그램, 무역자유화, 토지와 공공시설의 사유화, 그리고 지적재산권이 제3세계에 폭력적으로 도입되고, 군사적 개입 역시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활용된다.


군사적 개입은 새로운 형태를 띄는데, 먼저 식량 원조, 인도주의적 구호를 내세운 개입, 시장 개혁 강요로 자급의 토대인 토지와 농촌 공동체로부터 노동자를 분리해내어 빈곤 상태로 내몰고, 이로 인한 경제적 파산으로 혼란해진 사회에서 악화될 수밖에 없는 부패한 세력 간의 분쟁을 지원하거나 전쟁을 직접 수행하여 노동력과 천연자원, 시장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얻어낸다. 여기에 피폐화된 고향을 떠나 온 이민자들을 착취하며 ‘성공적으로’ 세계 경제에 통합시킨다.


실비아 페데리치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세계화는 여성에 대한 전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여성들이 재생산 노동과 자급 노동의 주체이자, 구조조정의 최대 피해자, 또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침투의 최후의 저지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재식민화가 일어나고 있는 나라에서 평등에 대한 요구와 국제적 자본의 역할에 대한 비판을 분리시킬 수 없음(p.137)’을 명료하게 보여주며 페미니즘은 ‘자본주의의 축적 논리 위에 구축되지 않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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