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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주차 쪽글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1-5장)2019-03-29 15: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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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우에노 치즈코 (2018), 챕터하우스 / 1-5

신자유주의의 틀에서 발전한 여성 정책·제도를 통해 본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과 차이점

  

우에노 치즈코의 저서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의 전반부는 1970년대 이후 진행된 일본의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의 틀 안에서 일본의 여성 정책·제도의 발전 과정과 이들이 여성들의 삶의 양태에 미치는 다양한 결과와 영향을 비판적 분석의 내용이 담겨있다. 1980년대 이후 나타난 비혼, 저출산, 노령화, 비정규직, 여성 격차 등 일본의 사회적 현상을 통해 본 여성의 인권 현실은 한국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1장과 2장은 여성 관련 법·제도의 설립 배경과 그 과정,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일본의 국내외 정치 동학을 살펴본다. 한국과 일본 모두 1980년대 이후 국제 조약 가입, 성평등 관련 법들이 제정되었다. 책에 따르면, 신자유주의와 국가주의를 추구하는 정부가 UN여성차별철폐조약 비준과 함께남녀공동참여사회기본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평등이라는 단어 사용을 피하기 위해 남녀공동참여라는 불분명한 단어를 법명으로 넣었다고 한다. 앞서 제정된 남녀고용기회균등법(1985) 또한 여성들에게동등한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여성의 차이를 고려한 보호막을 제거하고, 저출산과 노령화 시대를 맞아 여성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계산이 있었다. 결국, 이 법들은 기존에 누적된 여성 차별 및 새로운 신자유주의 정책들과 맞물려, 더욱 심해지는 다양한 격차들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켜버리는 다층적인 악영향을 여성에게 미쳤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나는 성평등 정책이 국가의 신자유주의적인 기획 하에 추진되었다는 분석이 감명 깊게 다가왔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이루어진 여성부 신설, 여성발전기본법제정 및 다양한 성주류화 정책의 배경을 여성시민운동의 동력과 함께, 북경여성대회 등 국제 여성 인권 담론의 발전, 김대중 정부의 등장과 다양한 페모크라트의 등장 등으로 주로 설명한다. 한편, 한국 또한 이때가 1990년대 IMF 위기 이후 급속도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한국의 성평등 법·제도 추진 과정과 결과를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조와 연계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분석이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성평등 법제도 추진의 이면에는 신자유주의적인 담론 확산 외에, 수많은 페모크라트의 활약과 여성시민운동과의 동학 등이 자리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

4장과 5장에서 다룬 일본의 저출산과 비혼, 노령화 현상에 대해서도 논의해 볼 지점이 많다. 우선, 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남편과 부모의 각각 인프라에 기댈 수 있다는 전제로 일회용 노동력으로 주로 여성과 청년층이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현재의 다양한 영역의 법·정책은 여전히 여성들을 결혼한 혹은 결혼할 것임을 전제하는 근대 가족주의 담론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급속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는 비혼 여성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위치하여 사회 안전망의 부재 속에서 빈곤층으로 내몰리게 된다. 또한 저자는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주로 고용 불안정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등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나는 이와 더불어 불평등한 젠더 권력관계로 인한 결혼 관계 속 차별과 폭력, 가사노동의 불평등한 분배 등 문화·사회적 측면의 원인도 큰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필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 정규직 등 안전한 고용 형태에 속할수록 결혼율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한 근거로 주로 경제적 측면의 원인을 들고 있는데, 이 외에도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사회 주류, 엘리트층에 속할수록 사회 주류의 가치를 따르는 혹은 따라야 하는 경향도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일본과 한국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여성들 간의 격차와 저출산, 비혼, 노령화 등의 사회 현상을 둘러싼 동학에 대하여 경제·사회학적 측면에서 다양한 측면에서의 비교와 분석이 이루어진다면,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여성 인권 현실과 방향을 분석하고, 장기적 차원의 여성 시민운동의 전략과 방향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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