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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6주차 쪽글) 신자유주의화된 법과 교육의 민주주의에 대한 역습2019-05-03 16: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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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디 브라운은 민주주의 살해하기’ 5, 6장에서 법과 고등교육이 신자유주의화 되어 민주시민을 인적자본으로 대체하는 과정에 대해 서술한다. 법률과 정치의 경제화는 정치와 윤리의 영역을 시장화 하였고, 공공 고등교육은 성숙한 시민을 기르는 리버럴아츠 교육을 포기하고 인적자본 생산 기관으로 변모하였다. 민주주의의 논리와 이성은 발전과 전파의 중요한 수단이자 상징이었던 법과 교육을 잃게 되었고, 신자유주의 합리성이 유일한 정치-사회 논리체계가 되었다. 5장은 2010년 시티즌 유나이티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6장은 공공교육의 이상과 그것이 특히 대학교에서 파괴된 과정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2010년 케네디 대법관에 의한 시티즌유나이티드 판결은 기업의 선거 자금에 대한 경비 제한 규제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것이었다. 브라운은 이에 대해 개인과 기업 그리고 그 밖의 당사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비교 우위와 자본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움직인다(209)’는 시장 가치를 정치 영역에 도입하고, ‘권리와 평등, 자유, 접근권, 자율성, 공정성, 국가와 대중 같은 분명한 정치적 구성 요소들을 경제적 구성 요소들로 대체(209)’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한다. 케네디는 판결문에서 선거에는 시장의, 표현에는 자본의, 그리고 정부에는 표현이라는 자본의 자유로운 유통을 억압하는 적의 지위를 부여하는데, 이는 신자유주의 합리성이 정치 영역만의 고유한 논리와 문법을 파괴하는데 법률, 심지어 헌법의 해석과 적용을 어떻게 변화시켜 동원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치적 행위는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이 당연한, 선거 시장에서의 자본 획득을 위한 영향력 게임이 되고, 이 게임 안에서 시민은 투자자가, 기업은 인격의 지위를 얻어 한 사람의 시민과 똑같은 권리를 분배 받아야하는 존재가, 정치적 대표자들은 지지자들로부터 투자받은 것(선거 기부, 표 등)에 합당한 대가를 돌려줘야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정치 영역의 경제화로 인한 법의 민주주의적 측면 상실과 더불어, 고등교육 또한 신자유주의 합리성에 의해 무너졌다. 공공 고등교육은 인민 전체가 정체를 지배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지배하는 정치 형태(241)’인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유지할 수 있는 교양 있는 시민들을 기르기 위한 이상을 가지고 출발하였고, 특히, 대학에서의 리버럴아츠 교육을 통해 그 이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리버럴아츠 교육의 공공화는 오랫동안 소수의 엘리트들에게만 허용되던, 세계의 과거-현재-미래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세계 안에서 스스로를 통치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하는 교육을 대중에게 제공한다는 급진적인 기획이다. 그러나 시장 가치와 시장 지표를 삶의 모든 공간에 적용하고 인간을 오로지 호모 에코노미쿠스로만 취급(238)’하는 신자유주의에 의해 고등교육은 인적자본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자본 투자와 가치 증대(238)’를 위한 것으로 바뀐다. 공공재의 존재와 민주주의적 가치들에 대한 부인, 주체의 인적자본화와 자본 증대가 지적활동의 유일한 이유가 되어버린 것은 특히 공공 고등교육의 체질을 바꿔놓았는데, 이로 인해 고등 교육은 사회재/공공재가 아닌 잠재 소득이라는 관점에서 가늠되는 개인의 미래에 대한 사적인 투자 대상(246)’이 되었다. 이제 지식은 개인과 산업의 소득을 높이는데 그 존재 이유를 두고 있으며, 공공 고등교육의 상징이었던 대학은 기업과 자본의 필요와 목적에 부흥하기 위해 리버럴아츠에 대한 구조조정을 일삼으며 대학순위평가에서 높은 등수에 오르기를 거의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다.

 

   민주주의의 이상과 관행, 제도를 담았던 법과 민주시민을 기르는데 필수적이었던 교육은 신자유주의 합리성에 의해 텅 비워지고 말았다. 모든 영역을 경제화하고, 모든 존재를 자본화하며, 공적인 가치와 이상이 존재할 기반과 가능성마저 말려버린 신자유주의는 단순한 정책적 변화가 아니라 정치/사회 논리 체계이다. 브라운은 이 논리 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신자유주의 이성은 계속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 얘기한다. 신자유주의는 인민 전부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며 인민 각자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275)’는 최소한의 민주주의마저 망가뜨리고, 법과 교육 체제를 통해 신자유주의 합리성을 체화한 개인들은 이 사상이 전파하는 합리성에 저항할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5, 6장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지난 30년간 정부와 정치가 삶의 조건을 개선해 주리라는 기대를 지속적으로(어쩔 수 없이?) 배반해온 결과 생성된, 또한 기득권 세력에 의해 부추겨져온 정부와 정치에 대한 뭉뚱그려진 혐오와 장기적인 불황에 의한 경제적인 삶의 곤란이 신자유주의의 전파에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주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웬디 브라운은 주로 신자유주의 합리성의 논리와 문법이 민주주의의 그것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다루는데,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가 부족해서 신자유주의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과 경제적 측면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해야 신자유주의에 의해 조각된 현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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