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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주차 쪽글, 신자유주의 개혁과 여성의 삶 2019-03-29 01: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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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노력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1주차 쪽글, 신자유주의 개혁과 여성의 삶

 

지난 40년동안 여성의 삶은 나아졌을까? 우에노 지즈코는 경제불황, 저출산, 남녀평등 문제 등 한국과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는 일본사회가 지난 40년간 겪어온 신자유주의적 변화 속에서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상황과 문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원리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자가 독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 집단과 비기득권 집단 모두 기회균등의 경쟁속에 던져짐으로써 비기득권 집단에 속한 여성들에게는 지금까지 주어지지 않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승자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약자를 과감히 배제해버림으로써, 승자에 속하지 못하는 비기득권 집단, 즉 여성 및 청년층을 더욱 더 골목으로 몰아버렸다.

 

노동시장 내 성평등을 위한 대표적 법률인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원리를 적용한 남성 맞춤 법률이다. 표면적으로는 여성에게도 종합직이나 고위관리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정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남성노동자들과의 경쟁은 처음부터 여성들의 패배가 예정된 싸움이었다. 균등법은 여성노동자들을 소수의 엘리트 여성노동자와 그 밖의 다수노동자로 양극화했을 뿐 아니라, 엘리트 여성조차 불공정한 경쟁에 던지는 효과를 낳았다. 많은 여성들은 보호도 평등도받지 못한 채 파트직이나 임시직과 같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

 

1985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제정됨과 동시에 또 하나의 중요한 노동법인 노동자파견사업법이 만들어졌다. 파견법의 제정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노동자, 즉 비정규직의 엄청난 증가를 불러왔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취직경쟁에서의 의자뺏기 게임’(77p)을 더욱 격렬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격차의 문제가 도래하였다. 특히 그 전까지 하나의 집단으로 묶여 차별받았던 여성들 사이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생겨났다. 균등법과 파견법은 여성들을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나중에 고용되어 가장 먼저 잘리는경기의 조절장치 기능을 담당하도록 만들었다. 이 두 개의 법이 같은 해에 제정되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전략은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이라는 원칙을 내포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종합직과 일반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선택이 자유로운 개인의 선택이며, 자기책임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 개혁이 여성과 청년층을 일회용노동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비혼과 저출산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일회용 노동력의 대상으로 여성과 청년층이 선택된 데에는 여성은 남편, 청년층에게는 부모라는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임금이 재생산 비용보다 낮아도 괜찮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99p) 이는 가족제도에 의존하여 기업의 단기간 이익증가를 창출시켰지만 반면에 저출산문제로 가족제도 자체에 대한 새로운 위협을 만들기도 했다. 저출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결혼율의 저하이고, 결혼율 저하의 원인은 새롭게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할 인구인 청년 남녀가 일회용 노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데에 있다. 결혼의사결정의 핵심은 남녀 모두 (여성의 경우에는 조금 더 복잡하지만) 경제력에 있다. 남성의 경우 연수입과 결혼률이 정비례하고, 여성의 경우 경제력이 높을수록 배우자에게 경제력을 요구하는 정도가 낮아 좀 더 쉽게 결혼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지속된 불황으로 남성 역시 여성의 경제력이 결혼의 동기를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출산률을 높이려면,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정규직을 제공하고, 노동형태는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어야 한다." (129p)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여성들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여성의 고학력화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에는 한 가정 안의 자녀의 수가 줄었다는데 있다. “고등교육으로의 진학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된다”(140p) 따라서 자녀의 수가 많은 시기에는 투자대상인 아들만이 고등교육으로 진학할 수 있었지만, 자녀의 수가 1~2명으로 줄게 되면서 여성들도 학교에 가서 부모들의 돈을 쓸 기회가 생겼다. 나아가 결혼시장의 평가기준에 맞추어 이루어지던 여성에 대한 교육투자 역시 전문직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실학 분야로의 진학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의사, 법조인 등 전문직 여성들이 늘어났지만, 이들 역시 여전히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갖는 한계에 직면해 있고, 심지어 가정 안에서도 고령자 복지제도의 부실함을 메꾸기 위한 돌봄 노동까지 짊어진 채 이중노동으로 인한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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