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정치철학] 정정훈 선생님 인터뷰 (전반부)

“처음 만나는 정치철학” 정정훈 선생님 인터뷰!!

 

 

  1. 서교인문사회연구실(줄여서 서교연구실)에서 첫번째로 여는 강좌로 알고 있습니다. 서교연구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입문강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교연구실은 자유로운 인간들의 연합을 지향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연구자라고 할 때 꼭 직업적 연구자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독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질문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이, 그런 공부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풀어가고 그 결과를 글로 표현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교연구실에는 강의 프로그램보다는 세미나가 훨씬 많습니다. 세미나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해당 텍스트를 읽고 와야 하고 자기 생각을 세미나 자리에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때 감상이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이죠. 어찌보면 처음에 인문학/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공부를 처음하는 분들을 위해 입문강좌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1. 그럼 좀 편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건가요?

 

일단 강좌 형식의 공부에서는 수강생이 직접 텍스트를 읽을 부담이 없겠죠?^^ 주말의 나른함을 떨쳐내고 꼬박꼬박 오셔서 강의를 듣는 게 가장 중요할 겁니다. 공부를 하면서 자기 고민을 풀어간다고 할 때 사실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텍스트들의 기본 개념들이나 사고의 전개 방식을 익히는 것입니다. 제가 종종 드는 비유지만, 기타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코드 연습을 지루하게 해야 합니다. 그 과정은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히는 고통스런 과정이죠. 스포츠를 배울 때도 지루하게 자세를 잡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독서를 넘어서서 자기 공부를 하겠다는 분들도 이런 기초 자세연습과 기초 체력훈련이 힘들어서 많이 포기하시는데, 기초 자세를 연습하고 기초 체력을 만드는 걸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입문강좌라 할 수 있습니다.

 

 

 

 

  1. 강좌 제목이 <처음 만나는 정치철학>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탄핵 국면과 그리고 최근의 대선 국면까지, 확실히 요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이런 시기에 정치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정치는 누가 하는 걸까요? 저는 이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선 국면입니다. 지금 몇몇 후보들이 나와있고 각 후보에 대한 열성적 지지를 보내는 대중들이 많습니다. 자기 후보 아닌 후보를 비방하거나, 자기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다른 시민들에 대해 공격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보면 정치라는 게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하는 것이고 우리 시민들은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한 활동, 그런 직업정치인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이 전부인 듯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직업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지원 행위가 다인 셈이죠. 그런데 과연 그걸로 충분할까요?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은 기본적으로 모든 시민이 정치의 주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강의에서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19세기까지 이르는 서양 정치철학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겠지만,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민주주의와 시민의 문제입니다. 사실 민주주의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모든 인민이 통치자가 되는 제도로서 민주주의는, 그 인민이 시민으로서 통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스스로 통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바로 시민인 거죠.

 

 

 

 

  1. 그럼 선거라는 제도는 정치의 일부이고,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의 주체로서 시민의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항쟁은 시민들의 민주적 주체성이 잘 드러난 과정이었어요. 그런데 박근혜의 탄핵 이후 촛불항쟁의 열정이 몇몇 대선후보의 당락문제로 순식간에 전환되었습니다. 촛불항쟁 국면에서 제기된 정치적 이슈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누구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가라는 문제에 가려지게 된 거죠. 여기서 시민들은 한국사회의 소위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공부하고 토론하고 조직하고 행동하는 주체라기보다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원자들로 동원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 결과 시민들은 한국사회의 개혁과제나 변화의 전망을 토론하기보다는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우리 편이 아닌지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죠.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통치하려는 의지보다, 좋은 통치자를 찾으려는 의지가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상황이 제도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한국사회의 열망과 민주적 시민주체로서 자기통치의 열망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간극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정치철학의 역사가 사고한 것도 바로 이 간극에 대한 것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서양 정치철학사를 훓어보면서, 민주주의와 시민, 그리고 국가를 둘러싼 논쟁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이것이 올바른 민주주의다’ 라거나 하는 정답을 드리지는 못합니다. 다만 한국 사회의 지금을 살아가시는 분들이 스스로 민주주의와 시민의 문제, 국가와 정치의 문제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후반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정정훈 선생님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입니다. 대학에서는 문화연구를 전공하였지만, 이후 줄곧 정치철학과 맑스주의를 공부해 왔습니다.

지은 책으로 <군주론, 운명을 넘어서는 역량의 정치학>, <인권과 인권들>(제 8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작)이 있고, <세월호의 사회과학>, <국가를 생각하다>, <코뮨주의선언>,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정치사회편>, 등을 함께 썼습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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